[최배근 칼럼] 민생과 국가경제 무너뜨린 모피아의 재정철학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기재부가 <월간 재정동향> 7월호를 발간했다. 참고로 7월호는 5월까지 재정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5월까지 국세 수입 전년 대비 37조 원이 감소하였고. 이를 지출 축소로 대응한 결과 예산 지출 12.7조 원 축소를 포함 총지출을 55.1조 원이나 축소하였다. 55.1조 원은 올해 예정한 5개월 간 총지출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 정도를 줄여도 될 지출이라면 예산 편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억지로 줄였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문제는 이렇게 무리한 지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끔찍하다는 사실이다. 통합수지가 30.8조 원 적자, (통합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관리수지는 52.5조 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재정수지와 관리수지 목표치 –13.1조 원과 –58.2조 원을 이미 추월하거나 거의 근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가채무 역시 1~5월까지 5개월 간 55.3조원이 증가하였다. 지난해 5~12월 8개월간 국가채무(중앙정부 재무) 증가액 32.4조 원을 이미 추월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 예상한 국가채무 증가액 70조 원의 약 80%가 이미 달성(?)된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모피아의 재정 철학(지난 2회 칼럼들 참고)으로 재정 관리도 실패하고. 무리한 지출 축소로 민생과 국가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1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 한국은행 금통위가 지난주에도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명분은 물가 상승률 하락에 기댄 것이지만. 속내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 부문을 포함 경제에 충격을 주기 싫은 것이다. 지난 4월 14일 워싱턴에서 이창용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등과 논의한 결과를 말씀드리면… 한국,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은 금리 인상을 동결하고 앞으로 물가 추이를 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을 한 바가 있다. 그런데 호주가 5월과 6월 연속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였고,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6월과 7월 연속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였다.
한국은행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
기자들 앞에서 제시한 이창용의 전망이 한 달도 되지 않아 빗나간 이유는 중앙은행 임무에 대한 인식 차이다. (호주 및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행이 금리를 4차례 연속 동결한 배경에는 2.7%까지 하락한 소비자물가 상승률(CPl)이다. 그런데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은 대부분 유가 하락 효과에서 비롯한다.
유가 하락이 5월에는 1.0% 포인트(p)를 끌어내렸지만, 6월에는 무려 50%가 증가한 1.5%p나 끌어내렀다. 그런데 유가 하락 효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회복한) 연말로 갈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다시 상승 요인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유가 하락 효과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확인된다. 여전히 4%대에 있다. 전체 물가와 유가 하락폭을 합치면 근원 물가와 거의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우가 캐나다이다. 캐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였다. 우리 5월 물가가 3.3%였다. 그런데 캐나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우리의 5월 근원 CPI 4.3%보다 낮은 3.7%였는데 한국은행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는 우리와 같이 1월에 금리를 인상한 후 동결해오다가 6월과 7월에 2개월 연속 인상을 하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4.4%에서 5월 3.4%로 1%p나 떨어졌고, 근원 물가도 4월에 비해 0.4%p나 하락(한국은 0.3%p 하락)했음에도 캐나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안정적 물가 회복이 위태로워 2% 목표로 개선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며 인상을 강행하였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호주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이지만)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자신의 임무를 가락처럼 늘려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한국은행과 달리) 법에서 규정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금리는 경제적 이해에서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침에도 이들 나라의 중앙은행이 그 나라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배경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시장 우려는 금융 불안정 요인이라고. 그런데 이 문제는 호주와 캐나다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가계부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호주는 111.8%, 캐나다는 102.4%로 105.0%의 한국처럼 주요 선진국 중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 중 100%가 넘는 나라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캐나다와 호주는 2021년 초부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고 있으나 한국은 뒤늦은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락폭도 큰 차이가 있다. 호주와 캐나다가 정점 대비 각각 10.7%p와 10.3%p 줄어든 반면, 한국은 1.0%p 하락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를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은 성장률의 차이다. 게다가 캐나다와 호주가 2020년 이후 하락한 반면, 한국이 2021년 3분기 이후부터나 하락한 이유는 인플레의 본격화에 따른 결과로 (가계부채의 분모 크기를 결정하는) 경상성장률이 3%대에서 6%대로 상승한 결과이다. 가계부채의 절대액은 세 나라 모두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상성장률은 2021년 2분기 3.2%에서 3분기에 6.4%, 4분기 6.8%로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에서 보듯이 두 나라 모두 집값 상승률이 한국보다 못하지 않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 하락폭 역시 한국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행의 행보가 다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지금부터 그것을 살펴보자.
통화정책을 왜곡시키는 부동산 카르텔
금리 인상은 (절대 요인은 아니지만) 부동산시장을 냉각시킨다. 앞의 두 나라를 포함 선진국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는 신용 팽창기(부채 확장기)에 상승했던 부동산가격이 신용이 위축되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그 결과 신용이 조정(이른바 부채 축소를 의미하는 디레버리징)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50년 이상 중에서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계 신용이 조정된 적이 없다.
문제는 1991년경까지 가계 신용은 가계의 소득과 공진화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 30여 년간 가계 소득은 7.2배가 증가했으나 가계 신용은 22.0 배가 증가하였다. 가계 신용(1991=1)의 증가는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2.63배까지 상승했 다가 1998년 2.40배, 1999년 2.63배로 조정되었으나. 2000년 3.12배로 반등한 후 지난해까지 멈춤이 없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13일 금리 동결 후 가계부채 증가가 우리나라 경제의 큰 불안요인이라며 완만한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의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시했다...지난 70년 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줄어든 것은 몇 번의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없다...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경제의 큰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금융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필요하다...부동산시장과 밀접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단기간에 조정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한마디로 이창용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주장은 '어떻게'가 빠진 하나마나한 공허한 소리이고, 결국은 디레버리징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창용식 사고와 태도가 지난 30년 간 가계 신용이 지속해서 팽창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얘기하는 '완만한 디레버리징' 주장은 솔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말이다. 결국은 내 임기에 폭탄이 터지지 않기만 기도하며 훗날 책임 지적을 대비한 면피성 발언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를 듣지 않으려면 현재 금통위원들의 사고와 행위가 적어도 (이창용이 지적한) 과잉 신용을 키워온 과거 통화 당국자들과 뭐가 다른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 가계부채에 대한 국민의 불안한 심리가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창용 총재는 '지난 70년'을 거론했지만. 사실 1991년경까지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소득 증가 속도와 비슷하게 진행하였다. 1991년 이후 가계소득은 7배 정도 증가했으나 가계부채는 22배나 증가하였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3배 이상인 것이다. 1991년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까지 양자의 격차는 51%p까지 벌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의 축소로 1999년까지 양자의 격차는 32%p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양자의 격차는 한 해도 멈추지 않고 확대되어 지난해 양자의 격차는 1469%p까지 벌어졌다.
한국의 심각성은 미국과 비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시기에 미국은 금융위기 직전에 145%p까지 벌어졌다가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 가계부채가 축소되어 양자의 격차는 74%p로 줄어들었다. 그 이후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했음에도 소득 증가 속도가 더 커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에 64%p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1년 이후 확대되어 지난해 88%p로 벌어진 상태지만 그럼에도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특히 한국의 격차에 비하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제대로 진행된 결과다.
이러한 격차 차이는 소득과 자산 가치의 격차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미국에서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으로 재상승하기 시작한 1995년 기준 지난해까지 한국 가계의 부동산자산은 7배가 증가하였으나 미국 가계의 부동산자산은 5배가 증가했다. 가계 소득과 가계 부동산자산과의 격차도 미국이 154%p, 한국이 270%p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자산의 가치 조정이 크게 진행되었으나 한국은 조정된 적이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경우 2002년 이전까지는 가계 소득의 증가 속도가 부동산 자산의 증가 속도보다 컸다는 사실이다. 과거 글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자산, 특히 부동산자산 중심의 사회이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하는 배경이다. 한국 사회의 권력은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되었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은 돈이 부동산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힘이 돈에서 나오고, 돈이 가장 많이 모이고 만들어지는 곳이 부동산이기에 부동산을 매개로 이권 카르텔이 형성된다.
이른바 '부동산 카르텔'의 정점에 가장 힘이 센 자본, 즉 재벌자본과 금융자본이 있다. 재벌은 하나 이상의 건설회사를 갖고 있고, 거래 단위가 큰 부동산은 금융을 매개할 수밖에 없고, 은행 등 금융자본의 성장에서 (특히 자본시장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핵심 담보물이라는 점에서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은 샴쌍둥이다.
이들로부터 이권의 일부를 배분받고 협력하는 또다른 권력이 민간 영역에서 언론권력이고 공공영역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유화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검찰과 모피아 권력이다. '부동산 카르텔'은 권력과 신분의 세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권층 카르텔'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메인스트림(주인)이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비웃는다.
시장권력과 결탁해 사적 이익 챙기는 모피아
한국에서는 군부독재가 종식되면서 (경제 운용에서 정부 역할이나 금융의 공적 기능까지 부정의 대상으로 내몰리며)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 사회적 자산과 사적 자산의 복합체 성격을 가졌던 재벌은 (사회적 자산 성격을 배제한) 사적 자산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함으로써) 권한이 더 집중된 재정관료는 군부권력을 대신해 시장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재벌과 결탁한다.
여기에 외환위기를 계기로 월가 자본은 한국 금융 시스템의 재구성을 요구하였고, (민영화를 통해 공적 기능의 성격이 약화된) 금융자본은 (월가를 뒷배로 삼으며) 또 하나 시장권력의 축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재벌자본과 금융자본이라는 시장권력의 이익 실현을 공적 영역에서 뒷받침하고 사적 이익을 챙기는 집단인 ‘모피아’가 형성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싹이 튼 모피아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승승장구했고. 이들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등용되었다. 공직을 물러난 후에는 금융계나 로펌 등에서 (사실상 공직에 있을 때와) 같은 일을 수행하였고, 기회가 되면 다시 공직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를 구조화하였다
한국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은 이리한 구조적 문제를 직시할 때만이 해결할 수 있다. '부동산 카르텔'의 이권 구조가 바로 가계 신용이 지난 30년간, 적어도 내부로부터의 조정이 일어날 수 없게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 사회 특권층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 다. 이처럼 '부동산 카르텔'은 부채 조정의 인위적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고, 일반 국민에게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심어진 배경이다. 오늘은 지면 제약으로 그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까지만 소개하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 이상인 가계부채가 올해 3월말 기준 GDP의 25% 수준인 539조 원이 넘는다. 이 '괴물'은 이른바 (부동산 가격의 지속 상승을 전제로 한) ‘폰지 금융’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완만한 디레버리징'은 불가능하다. (혹시 가능한 방법을 아는 분이 있으면 가르침을 청한다.) 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디레버리징을 하려면 분모에 해당하는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하는데 문제는 과도한 가계부채가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 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나 정치인 등이 떠드는 소득과 일자리 증가 대책 역시 (불행스럽게도) 구호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한 리셋'이 가장 현실적인 전망이다. 왜 이렇게 되었고, '거대한 리셋'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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