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20대 초반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후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교사의 사촌오빠가 이 교사의 일기장에서 ‘갑질’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그는 “(경찰이) 본인들은 권한이 없다 하더라. 빨리 부검할지 자살 처리해서 장례를 할지 정하라고 계속 다그치고 압박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일기장이 발견되고 그 내용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경찰 측에서 ‘찍지 말라’고 하더라”며 “경찰이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사건이라 학부모들, 교육청이랑 윗선까지 주시하고 있어 괜한 이슈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해 한 장밖에 찍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교사 B씨의 일기장에는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칠 대로 지쳐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A씨는 “내용이 더 있지만 이걸 댓글로 남겨도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다만 갑질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도 이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료 교사 C씨로부터 제보받은 글을 공개하고 “B씨가 ‘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수차례 전화를 걸어 힘들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C씨는 “(B씨는) 학부모한테 번호를 공개한 적 없고 교무실에서도 개인 연락처를 준 적이 없는데 학부모가 엄청나게 여러 통 전화를 걸었다”며 “(B씨가) ‘방학하면 핸드폰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B씨가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건 후 수차례 전화를 한 이는 가해 학생 부모와 피해 학생 부모 중 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B씨는 학교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새내기 교사인 A씨가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서이초등학교 측은 입장문을 내고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며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은 없었으며 해당 교사가 교육 지원청을 방문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입장문은 한 차례 수정된 것으로, 신빙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초 공개한 공식 입장문에 있던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다음날 마무리됐다”는 부분이 삭제됐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필요한 경우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 적극 지원하고자 하며, 관련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 다시 안내 드릴 예정이다”라는 문구도 사라졌다.
또 예정된 방학을 하루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 ‘학사일정 변경에 따른 찬반 의견 조사’를 실시하고 21일 시작할 예정이었던 여름방학을 하루 앞당길지 여부를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초구 맘카페 등지에서는 “갑자기 방학식을 하자고 한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입장문이 한 차례 수정된 것에 대해서도 “일부 내용이 변경된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가 평소 근무하는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갑질이든, 악성 민원이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당 교사의 사연이 알려진 뒤 교사들은 저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사진을 내거는 한편 인터넷 등에서는 교권 추락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교육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서이초 교사 전원을 상대로 B씨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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