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동기로 1학년 때 만난 이래 '동고동락'
남편 미투 폭로 이후 처음으로 직접 심경 토로
"김지은씨, 남편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 생각"
"굉장히 불안..마주칠 때 늘 어색하고 불편했다"
"남편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라며 잠시 울먹
증언·퇴정 때도 눈길 안 줘..安, 눈 감은 채 침묵
남편 미투 폭로 이후 처음으로 직접 심경 토로
"김지은씨, 남편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 생각"
"굉장히 불안..마주칠 때 늘 어색하고 불편했다"
"남편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라며 잠시 울먹
증언·퇴정 때도 눈길 안 줘..安, 눈 감은 채 침묵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아내이자 '30년 동지'인 민주원(54)씨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남편이 연루된 미투 폭로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민씨는 옛 수행비서인 김지은(35)씨가 평소 남편에게 했던 행동을 회상하며 우선 "불쾌했다"라고 토로했다. 그간 주변인들을 통해 민씨의 심경이 간헐적으로 전해진 적은 있었으나, 민씨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씨는 증언 과정에서 대체로 높거나 강한 어조를 고수했다. 안 전 지사는 민씨가 법정에 들어올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거나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13일 오후 2시10분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비서 성폭행 및 추행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한 민씨는 침착한 표정이었다. 그는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차림이었다.
민씨가 증인석으로 걸어가는 동안 안 전 지사는 두 손을 눈에 대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민씨는 안 전 지사 측 주신문 과정에서 다소 높은 어조로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김씨가 전부터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다. 또 이른바 '상화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 이후로 위험하다,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다"라고 했으며, 이후 "하는 행동이 점점 불안해졌다"라고 말했다.
상화원 사건은 김씨가 지난해 8월 충남 보령 상화원 리조트에서 이른 새벽인 오전 4시5분께 안 전 지사 부부 침실에 들어와 부부를 한동안 지켜봤다는 의혹이다. 민씨는 강한 어조로 "김씨가 방에 들어온 걸 확실히 목격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안 전 지사 부부는 고려대학교 83학번 동기로 1학년 때 만나 약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 비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년 옥살이를 한 뒤 참여정부 기간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았다. 이 기간 살림살이는 고등학교 교사였던 민씨의 몫이었다고 한다.
민씨는 남편이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도 드러내놓고 활동하기보다는 지역 봉사 활동 등을 하면서 묵묵히 내조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전 지사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로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민씨는 미투 폭로 사건으로 법정에서 남편을 대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날 민씨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이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한다고 느낄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네"라고 답변했다. 또 메시지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거나 김씨에게 홍삼 엑기스 등 선물을 줬던 정황이 제시되자 표면적인 행동이었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와) 사이가 좋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공식석상에서 마주칠 때 늘 어색하고 불편했다. 웃기는 하는데 반가운 것이 아니라 웃어야 하니 웃는 것 같았다. 저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라고 했다.
'불쾌감을 왜 감추려고 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는 "사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김씨가 남편을) 일방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저는 상화원 사건 이후에도 남편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라면서 잠시 울먹였다.
민씨는 반대신문에서 검찰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답변 중간 잠시 한숨을 내쉬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민씨를 상대로 상화원 사건에 대한 기억의 착오, 증언의 진실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민씨는 검찰이 '상화원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건가'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또 당시 '방 안의 밝기가 신원을 인식할 정도였는지'를 묻자 "어슴푸레 빛이 들어와 (김씨의) 실루엣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내려갈 때 목소리로도 인식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씨가 3~4분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는데 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를 묻자 처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라고 했다. 하지만 뒤이어 재판부가 3~4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이 제시된 경위를 다시 묻자 "주관적인 느낌으로 오래 내려다 봤다고 생각했다" "3~4분 정도는 긴 것 같다. 짧았을 것이다"라고 정정했다.
민씨는 검찰이 '행사에서 김씨와 하루 종일 밥 먹고 차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상화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맞느냐'라고 묻자 "다정하다는 것은 검사님 생각이다. 일상적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아울러 검찰 측에서 미투 폭로 이후 과거 비서로 근무했던 사람에게 '잘 생각하셔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이유를 질문하자 "저는 그 분이 김씨의 행실과 애정을 잘 모르고 김씨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 분은 정의감이 강한 분이다.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렇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민씨는 약 1시간에 걸친 증인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동안 말 없이 정면을 바라보다가 "없습니다"라고만 짤막하게 말하고는 오후 3시14분께 퇴정했다. 민씨는 법정을 떠나면서 안 전 지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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