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혜경궁 김씨’로 지목됐던 자신이 부인 김혜경씨(왼쪽)와 함께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트위터 아이디(@08_hkkim)의 주인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 지사를 잘 아는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진술을 6·13지방선거 직전에 확보하고도, 그동안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인다. 앞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사건을 고발했던 전해철 의원은 13일 고발을 취하했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 지사 팬카페에서 활동해온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해당 팬카페 운영자는 지난 5월28일 “문제의 트위터 아이디는 우리 카페에 가입해있는 50대 후반의 남성의 것”이라는 내용으로 경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운영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계정이 문제가 된 뒤 경찰과 두 차례 만나 이런 내용을 확인해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운영자는 또 “‘혜경궁 김씨’가 2013년께 이 지사 팬카페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애초 계정은 ‘@09_khkim’였으나, 나중에 문제의 ‘@08__hkkim’으로 변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다음 팬카페 운영자가 2013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
지난 지방선거 때 이 트위터 아이디의 주인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비난했고, 이 지사가 예비후보로 나선 지난해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해당 계정의 주인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영어 이니셜이 일치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지사 쪽은 부인 김씨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해당 계정의 주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그동안 “‘혜경궁 김씨’의 계정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해당 참고인(카페 운영자)을 지난 5월28일과 30일 두 차례 조사했으나, 참고인은 ‘수사 대상자가 해당 카페 회원으로서 트위터 계정 08__hkkim, 09__khkim를 사용하며 ○○당을 지지하는 50대 남성일 거라고 추측했다’고 진술했다”며 “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해당 카페 등 관련 수사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자신을 비방한 ‘혜경궁 김씨’ 계정을 수사해 달라며 고발장을 냈던 전해철 의원.
한편, 관련 의혹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고발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발 취하장을 팩스로 전달받았으나 이유 등은 적혀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혜경궁 김씨)문제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 본질과 다르게 사안을 왜곡시키고, 당내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고발했고 선관위는 하루 만에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넘겼으며,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는 지난 선거당시 전 의원을 향해 “자한당(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는 글을 올렸으며, 과거에는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등의 글을 써 전·현직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했다.
김기성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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