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료집이나 의정보고서 발간, 발송비 영수증 등을 국회사무처와 중앙선관위에 중북 제출해 국회 예산이나 정치자금을 빼돌린 국회의원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지난해부터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의정활동예산감시’ 프로젝트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재까지 의정활동비 이중청구 사실이 드러난 국회의원은 모두 26명, 금액은 1억 6,000만 원에 이른다.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회예산과 정치자금 빼 낸 국회의원 26명 확인
뉴스타파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국회 예산으로 집행된 각 국회의원의 정책자료 발간과 의정보고서 발송비, 문자발송비 집행 내역을 같은 기간에 해당 의원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과 교차 분석해 이 같은 비리를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와 우편발송료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집행한 뒤,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도 제출해 모두 4차례에 걸쳐 국회예산 1,936만 원을 타냈다. 홍영표 의원실은 “회계상 착오였고, 사무처에서 지급받은 금액(1936만 원)은 의원실 경비 계좌에서 관리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이중청구해서 받은 돈을 모두 반납 조치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정치자금에서 사용한 문자 대량발송 비용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다시 제출하고 2차례에 걸쳐 국회예산 1,617만 원을 받았다. 기 의원은 “회계 착오였다”며 이 돈을 모두 반납했다. 기 의원은 “회계상의 오류라 하더라도 관리 감독에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의 문제다. 굉장히 송구스럽다. 어떤 관행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진 못하지만, 그런 관행이 잘못되었다면 차제에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23명, 이중청구 인정...반납 또는 반납 처리 중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와 우편발송료를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뒤, 역시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국회 예산 1,550만 원을 타냈다. 유동수 의원은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자 관련 예산을 모두 반납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영상 의정보고 제작비를 국회 예산에서 타낸 뒤, 같은 영수증을 이용해 정치자금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서 다시 해당 제작비를 지출하는 방식으로 국회예산 1,300만 원을 받아냈다. 전희경 의원실은 이 돈을 의원실 경비와 의정활동비로 썼다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반납 여부에 대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은 뒤 다시 논의 하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와 우편발송료 등 2건의 영수증을 이중 제출해 국회예산 1,250만 원을 타냈다. 우 의원실은 자체 조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이중 제출 사례를 더 찾아냈고, 이 금액까지 포함해 모두 반납했다. 우원식 의원은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미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문자사용료 영수증 3건을 다시 국회에 중복 제출하는 방법으로 국회예산 1,085만 원을 받았다. 이 의원은 “이중 청구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예산을 모두 반납했다. 이원욱 의원은 “사려깊지 못한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국민들한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제도적 허점은 국회사무처가 중심이 되어 선관위 등과 협의해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문자와 우편요금 영수증 2건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이중 제출해 국회예산 955만 원을 타냈다. 취재가 시작되자 관련 예산을 반납했다. 변 의원실은 “국회사무처에 영수증 이중제출을 금지하는 별도의 기준이나 안내가 없어서 의정 활동에 대한 포괄적 지원 성격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은 우편 요금 영수증 2건을 국회와 선관위에 중복 제출해 857만 원을 타냈다. 김석기 의원은 이중 제출을 인정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문자 사용료 영수증 5건을 국회사무처에 이중 제출해 국회 예산 729만 원을 타냈다. 김태년 의원은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 회계 처리가 있었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한다. 앞으로 규정대로 회계처리를 철저하게 하고, 제도 개선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우편 요금 영수증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이중 제출해 537만 원을 받았다. 안상수 의원실은 “정치 자금 계정에 해당 금액 이상의 돈을 입금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상수 의원의 2016년, 2017 정치자금 후원회기부금 계정에서 안 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돈을 다시 입금한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 정치자금 계정에서 해당 금액 지출을 취소한 내역도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문자발송비와 우편비용 등에 쓰인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관위에 이중 제출하고 국회예산 527만 원을 받았다. 금태섭 의원은 “돈을 다른 데 쓴 것은 아닌데, 증빙이 부주의하게 잘못 들어 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면 반납 등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이후 국회사무처와 선관위의 명확한 유권해석이 나오면 그 결정에 따라 반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일부 의원은 자체 조사결과 통해 추가 확인된 금액까지 반납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문자발송 요금과 우편료 영수증을 이중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회예산 443만 원을 타냈다. 이 의원은 이중 청구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이은권 의원은 이후 의원실 자체 조사를 통해 60여 만 원의 이중 청구 사실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취재진에게 알려왔다. 이 의원은 이 금액을 포함해 관련 예산을 모두 반납했다. 이 의원은 “초선의원도 보좌진도 경험이 없다보니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질없이 잘 인지해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 유은혜 의원은 국회사무처에 의정보고서 발간비용으로 352만 원을 청구해 받은 뒤, 같은 영수증을 다시 선관위에 중복 제출하는 방식으로 같은 금액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유은혜 의원실은 “받은 돈을 사적 용도가 아닌, 의원실 운영 경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관련 금액은 반납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의원실은 "운영비 계좌가 아닌 정치후원금 계좌에서 관리되는 것이 공공적 관리에 부합한다는 취지를 존중해 해당금액(352만 원)을 정치후원금 계좌로 입금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정치자금에서 의정보고서 발간비용 330만 원을 지출한 뒤 해당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다시 제출해 돈을 지급받았다. 김 의원실은 “실무자의 착오였고,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관련 금액을 반납조치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의원실 자체 조사를 통해 문자 요금 영수증 2건이 이중 제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예산 300만 원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이중으로 타낸 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문자요금과 발간비, 우편료 영수증 등을 이중 제출해 169만 원을 타 냈다. 김종훈 의원실은 회계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였고, 결코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은 또 의원 스스로 상당한 금액을 정치자금계정에 넣었으며,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뒤 연말에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14만원 상당의 영수증을 이중 제출했다. 임 의원실은 이중 제출을 인정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뉴스타파가 지난 11월 29일 공개한 국회의원 9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6명의 국회의원이 영수증을 이중 제출해 정치자금이나 국회예산을 추가로 받아낸 사실이 확인됐다.
선관위 “국회가 사후 지원한 경우 정치자금 지출은 환급 조치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부터 정치자금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국회 예산을 받을 경우, 해당 금액을 다시 정치자금 계정에 넣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먼저 의원실이 정치자금에서 경비를 지출한 뒤, 이 영수증으로 국회사무처에 다시 청구해 예산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국회의원이 후원회 기부금, 또는 후보자 자산 계정에서 정치자금을 지출한 뒤 해당 영수증을 이용해 국회에서 사후 지원받는 경우에는 해당 정치자금의 지출 취소 또는 환급에 준하여 처리하는 것이 정치자금법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단”된다고 알려왔다.
영수증 이중제출로 타 낸 국회예산, 의원실 경비통장에 넣어 사용
하지만 많은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이중 청구로 받은 돈을 정치자금 계정에 입금하지 않고 의원실 운영경비 통장에 담아 사용하고 있었다. 의원실 경비 통장은 말 그대로 의원 명의 통장으로 아무런 외부 견제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상당수 의원실은 영수증 이중 제출로 타 낸 예산을 직원 식비나 야근 택시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뉴스타파 취재 이후, 모 의원실은 행정직원이 영수증을 이중 제출해 타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을 면직처분하기도 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모 의원실 보좌관 A씨는 “17대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이 돈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었고, 의원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수증 이중제출은 명백한 허위경비 계상”
일부 의원들은 영수증 이중 청구를 금지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고, 회계처리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영수증 이중 제출 문제를 제도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경률 회계사는 “영수증 이중 제출은 한번 지출된 것을 두번 지출됐다고 하는 것으로, 엄연한 허위 경비 계상이기 때문에 범죄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와 선관위에 영수증 엄격하게 분리 제출하는 의원실도 많아
반면 영수증 이중 제출을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영수증을 엄격하게 분리해 비용을 처리하는 의원실도 많았다. 한 의원실의 경우,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치 문자발송 요금 560만 원을 매달 정치자금에서 먼저 지출한 뒤, 연말에 이 영수증을 다시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예산을 지급받은 직후에 앞서 집행한 정치자금 지출은 취소하고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 계정에 다시 넣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중 청구가 되지 않도록 사후에 적절하게 회계 처리한 사례다. 의원실 행정비서 C씨는 “이중 제출은 당연히 해서는 안된다며, 이중 지출을 막기 위해 기존의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던 것은 환불조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정활동비 이중청구 비리, 그동안 왜 드러나지 않았나?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청구 비리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국회예산이 꽁꽁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은 일정 기간 제한적 열람이긴 하지만 매년 공개된다. 반면 국회의원 의정활동비 관련 예산의 경우는 지금까지 집행내역과 증빙자료가 공개된 적이 없었다. 같은 영수증을 제출해 국회예산과 정치자금에서 이중으로 돈을 받아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다. 더구나 국회와 선관위, 양 기관 사이에 의정활동 관련 예산 집행을 교차 검증할 수 있는 회계시스템도 없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상당수 의원실이 너무도 쉽게 국민 세금이나 정치후원금으로 조성된 정치자금을 이중으로 타 낸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다 공동대표)는 “굉장히 오랫동안 구조적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부패나 비리라고 할 수 있다. 전모를 제대로 밝히려면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영수증 이중 제출로 타낸 예산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의원실에 경비 통장 입출금 내역을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단 한 곳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회예산을 마치 쌈짓돈처럼 여기는 부패 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이중 청구 실태 전면조사와 부당하게 지급된 돈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필요하다.
※ 국회의원 영수증 이중제출 내역 특별페이지(링크(http://pages.newstapa.org/double/))
※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공개 특별페이지(링크(https://moneytrail.newstapa.org/))
※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공개 특별페이지(링크(https://moneytrail.newstapa.org/))
취재 : 문준영, 김새봄, 강현석, 박중석
데이터 :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 임송이
촬영 : 최형석, 김남범, 오준식, 신영철
편집 : 윤석민
데이터 : 최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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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윤석민
문준영 기자 m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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