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각으로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입니다. 이날은 선수들도 코치진도 모두 가슴에 파란색 리본을 달고, 용품(모자, 배트, 신발 등)에 파란색 포인트를 줍니다. 아버지의 날을 맞이해 감사의 뜻을 표현하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난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미국이 지정한 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어머니 날에도 등판한 류현진은 8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5승을 올렸습니다. 당시 류현진은 “어머니의 날에 가장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 아버지의 날에도 좋은 선물을 해야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날인 17일(한국 시각)에도 7이닝 동안 7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2실점(비자책점)을 기록, 평균자책점을 1.26으로 낮췄습니다.
어머니의 날에는 선수들의 어머니가 직접 시구에 나섰지만, 아버지의 날은 선수들과 그의 아이들이 나섰습니다. 야구 선수이자, 아버지인 이들. 마에다, 힐, 커쇼, 피더슨, 프리즈, 잰슨.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기 시작 30분 전쯤. 선수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시구 연습을 했습니다.
아직 걷지 못하는 피더슨의 아이는 경기장에 온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프로 야구 선수들이지만, 아이들 앞에선 한없이 자상한 아빠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리치 힐의 아들은 투구 폼만 봐도 리치 힐 아들이었습니다. 실제 리치 힐이 마운드에 오른 것처럼 유사한 포즈로 투구를 했습니다.
커쇼의 아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 작은 손으로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쥐고 제대로 던집니다.
잰슨의 아이들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공을 잡지 못하거나,
야구보단 친구가 더 좋은 여자아이들은 이렇게 모여 놀기도 했습니다.
가족을 우선으로 여기는 메이저리그는 가족 단위 이벤트를 자주 갖습니다. 구장에 가족이 방문하는 것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리는 상황이 됩니다.
이제 아빠와 자녀가 시구할 시간. 선수들의 아이들이 마운드에 올랐고, 아빠(선수)들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중간쯤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부분 꼬마 아이들이었기에 거리를 생각해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커쇼 아들 찰리는 왜 거기에 앉느냐며 뒤로 가라고 손짓합니다.
찰리의 요구에 아빠 커쇼는 자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커쇼도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합니다.
아들의 요구대로 커쇼는 포수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제야 만족한 찰리는 아빠 커쇼를 향해 강하게 투구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까지 공이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찰리는 시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던져보라며 직접 포수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경기 시작해야 할 시간인데 찰리가 홈플레이트를 차지하고 앉으니 커쇼도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커쇼는 얼른 가자며 찰리를 다독였습니다.
‘커쇼의 아들은 역시 다르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류현진이라는 선수가 그렇습니다. 류현진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왼손 글러브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야구장을 왜 가야하는지도 모르고, 따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글러브를 선물 받고, 야구를 시작하면서 재능을 알아 차렸습니다.
# 류현진과 아버지 스토리에 감동했던 ESPN
“제가 보내 줬어요…(웃음) 방송에 꼭 쓰고 싶다고 해서….”
류현진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종민 씨의 말입니다. 공식 인터뷰에서도 ESPN에 다룬 류현진의 특집(?) 스토리가 이슈였습니다.
17일(이하 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의 경기는 ESPN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편성돼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습니다. ESPN은 꽤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류현진 특집 프로그램으로 연상될 만큼 많은 자료를 보여주며 류현진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KBO에서 신인상과 MVP를 석권하며 7시즌을 뛰었고, 2008년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경력도 소개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설명도 이어졌고, 류현진과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이제는 전국구 스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날 방송을 위해 ESPN 중계팀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방송을 위한 사전 인터뷰가 필요했던 ESPN 중계팀은 하루 전날 류현진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류현진에 대한 조사가 많이 이뤄진 상황이었습니다. 통역을 담당하는 이종민 씨는 “인터뷰 내내 형(류현진)의 팬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파더스데이(아버지의 날)에 선발 등판 하는 류현진과 그의 아버지 스토리는 ESPN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아버지로부터 왼손 글러브를 선물 받고, 볼넷을 주느니 차라리 홈런을 주는 게 낫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류현진에게 어릴적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요청. 하지만 류현진이 가지고 있는 어릴적 사진이 없었습니다. 류현진은 “ESPN에서 사진 좀 달라고 했는데, 없어서 안 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는 선글라스 착용하고 찍은 아버지와의 사진이 노출됐습니다. 어찌 된 상황일까.
류현진은 “어릴적 사진은 지금 미국에 없어서 줄 수가 없다”라고 했지만, ESPN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파더스데이에 왼손 투수 류현진을 만든 아버지의 스토리는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류현진이 없다면 가족을 통해서라도 반듯이 사진을 얻고 싶었던 ESPN. 이종민 씨에게 어떻게든 사진 좀 구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종민 씨는 류현진 어머니를 통해 어렵게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이전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종종 언급했습니다. 미국 매체에도 소개가 됐던 내용입니다. 현재 류현진은 경이로운 볼삼비( K/BB) 17.00를 기록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준 것이죠.
홈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류현진의 아버지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마울 뿐이다. 더 바라는 게 없다”라고. 기자가 “올스타게임 선발, 사이영상까지 아직 이룰 게 더 남지 않았느냐”라고 물으니 “지금보다 어떻게 더 잘하겠는가.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투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야구를 가르칠 때는 엄하게 가르쳤지만, 이제는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아들 류현진을 대견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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