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용산 포함해 놓고 검토, 청와대로 돌아갈가능성은 제로"
보안 경호 문제로 용산 검토? "국민과 소통하겠다더니, 취지 무색"
문재인 정부도 이런 문제로 광화문 이전 포기, 이걸 사전에 몰랐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야심차게 공약했던 청와대 부지의 광화문 세종청사 이전 방안이 선거 끝난지 일주일만에 다른 후보지 물색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보안과 경호 상의 문제로 국방부 소재 용산 등을 검토중이라고 했는데, 이런 문제는 이미 광화문 이전 공약을 했다 파기한 문재인 정부가 밝혔던 사안이다. 이럴 거면 광화문 이전을 무리하게 공약으로까지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후부터 노컷뉴스와 서울경제(16일자 [단독]尹 당선인, 국방부 청사 대통령실 확정…'용산 대통령 시대' 개막) 등 여러 매체가 앞다퉈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이전을 검토하거나 확정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국방부가 인수위에 보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윤 당선자 측은 청와대의 용산부지 이전 검토 사실을 시인했다. 김은혜 윤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브리핑룸에서 '용산으로 청와대 청사로 이전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용산이 안되면 기존의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을 검토하느냐'는 질의에 “기존의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면서 “윤 당선인이 정치개혁을 선언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밖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물론 새 길을 낼 때는 장애물이 많다”며 “특히 저희가 대통령실을 국민 근처로 두기로 한 데에 따라 경호와 보안 같은 상당히 많은 난관들을 부딪혔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렇지만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소통의 의지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에 두고 있다”며 “현재도 검토 작업이 진행중이다.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 확실한 것은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내용은 맞느냐' '언제부터 이전작업이 시작되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의에 김 대변인은 “용산을 포함해 여러 후보지를 놓고 저희가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워낙 청와대라는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지기 때문에 들어가면 국민들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 집무실을 결정할 때는 신호등 개수도 파악해야 할 정도로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으면서도 국정운영을 하는데 원활하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혀 용산 부지 이전 검토를 시인했다. 김 대변인은 “따라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며 “오늘 내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처럼 간단하게 결정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용산이 결정된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용산과 외교부 두 개 갖고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인가', '용산 결정시 국방부와 합참 나간다는 보도내용은 맞느냐'는 질의에 김 대변인은 “당선인이 어느 지점을 특정해서 보고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지만 5월10일 취임을 준비할 때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들에 인사드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단계별로 세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은 양해해달라. 원칙은 이미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왜 외교부나 국방부 청사로 검토했나, 경호나 보안상의 이유로 두 곳이 적절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의에 김 대변인은 “어떤 곳이든 특별히 한 곳의 경호 보안 뿐 아니라 가능한 후보 대상지의 경호 보안에 대해서도 저희가 검토를 거쳤다”며 “경호 보안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이나 국민 속으로 들어오면서 당선인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원만히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상당히 많은 변수와 상당히 많은 검토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하지만 경호 보안이라는 이유로 해서 청와대 안에서 소통이 가로막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원칙을 확인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검토 방향은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시절 분명히 광화문 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약속과 배치된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27일 '국정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라며 “새로운 대통령실에서는 참모뿐만 아니라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 관계자들과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연락관들이 이 공간에서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며 “기존의 청와대 부지는 국민들께 돌려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은 늘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대통령도 늘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 서울청사 이전계획이 빗나가면 취임하기도 전에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광화문 대안으로 검토되는 국방부가 소재한 용산은 청와대 못지 않게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소통을 위한 이전이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비슷한 시각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에서 그 정도의 경호를 할 수 있고 경비를 할 수 있는 곳은 용산에 있는 국방부청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게 국민 속으로 가겠다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인데 과연 그것이 이미지를 주는 것만큼 국민과 함께 친근한 대통령이 된다라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방송에 나온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그게 현재의 청와대하고 뭐가 다르냐”며 “거기는 아예 지금 군사기지”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의장은 “제왕적 권위의 상징을 바꾸고, 청와대의 경호, 경비 보안의 수준을 좀 낮춰서 시민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을 하는 게 맞지, 무리하게 단기간에 추진하려다가 예상치 못 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장성철 교수도 “저도 거기에 100% 동감을 표한다”면서 “인수위가 할 일 많다. 집권 초기에 중요한 일 참 많다. 그런데 청와대에 나오냐, 안 나오냐. 용산 가냐 안 가냐, 이거 가지고 에너지를 소비할 시기인가? 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도시전문가인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전날 저녁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용산, 외교부 부지로 이전 검토를 두고 “말이 안 되고, 몰상식하다”라며 “이게 정말 비상식적인 게 갑자기 광화문 시대에서 용산 시대로 바뀌는 것 아니냐. 이건 개인의 아파트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외교부 청사라고 나가라 하고 국방부에 있는 거라고 해서 (국방부를) 또 나가라 하고, 공관으로는 총리 공관이나 외교부 장관 공관도 얘기하는데, 이게 대통령이 무슨 왕이냐”며 “어떤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의사결정도 민주주의적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도 청와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약속했다가 결국 경호상의 문제로 접게 됐다”며 “대통령의 매일 출퇴근 문제, 대통령 주재 회의 보안 문제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좋은 취지”라며 “그것이 단순히 보여주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 과정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 검토 문제를 두고 박 의원은 “이 정부가 그 문제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몇 가지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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