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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30, 2022

'딸바보' 김정은 '얼굴 망가진' 김여정…北 선전 달라진 이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 왼쪽은 김 부부장이 지난 2월 현송월과 함께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은 김 부부장이 지난 18일 ICBM '화성-17형' 발사 직후 오열하는 듯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과거와 달리 '김정은 일가'가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등 새로운 대중 선전전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미사일 발사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23장을 관련 기사와 함께 공개했다. 세간의 관심은 사거리 1만5000㎞에 달하는 ICBM의 실제 모습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한 김 위원장의 둘째 딸의 모습에 쏠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딸 못지 않게 관심을 끈 건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이었다.

사진 속에 등장한 김여정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는 ICBM 발사 직후로 추정되는 장면에서 김정은의 뒤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격렬하게 환호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주재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연설 육성을 처음 공개했다. 연합뉴스

김여정은 '김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의 핵심으로 현재 대미·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한·미를 향해 연일 막말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내온 김여정의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여정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 8월 북한이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전국비상방역총회 회의에서의 육성 연설을 처음 공개했을 때 보였던 진지한 이미지와는 큰 차이가 난다.

익명을 원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북한이 3대에 걸쳐 내려온 숙원사업을 달성했다는 기쁨과 강한 성취감을 주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라는 '삼중고'로 식량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주민들의 결속과 사기 고양하려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7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 촬영현장엔 '화성-17형' 발사현장에 동행한 김 총비서 둘째딸도 함께했다. 뉴스1

백두혈통의 권위와 무오류성에 방점을 둔 보도패턴에서 벗어나 기쁨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ICBM 성공의 대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선전술이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의 매체에 등장하는 김정은의 모습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북한 매체는 최근 김정은이 딸과 함께 등장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의 존재 자체가 극비로 여겨졌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북한 매체는 딸과 대동한 김정은이 딸을 품에 안은채 기뻐하거나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을 노출하는 등 일반 가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당 비서와 함께 말을 타고 있는데, 백두혈통인 김 위원장과 김여정이 탄 말에만 별장식이 달려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변화는 과거 김씨 일가가 백두산에서 별장식이 달린 백마를 탄 모습 등을 노출하며 근엄한 백두혈통의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북한의 기존 선전술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밖에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전했는데, 환호하던 군인 중 일부가 미끄러져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아래로 떨어지는 다소 위험한 장면까지 그대로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며 보도한 영상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 위에 올라 환호하던 군인들이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유엔 인권결의안에 반발하는 과정에 이태원 참사를 꺼내 들며 한국 정부를 비난했던 북한이 자신들을 비판할 빌미가 될 수 있는 낙하 사고 장면을 그대로 공개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북한이 지난 26일 이번 '화성-17형' 발사에 사용된 제321호 TEL에 공화국 영웅 칭호를 부여한 것과 관련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해당 발사대 차량을 핵무력 건설의 역사적 상징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큰 사고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군인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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