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앱 설치 230만명 넘어
단숨에 전체 금융권 6위 진입
시중은행들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2금융권은 고금리 예금 상품 러시
카드사들도 새 결제 시스템 추진
“수수료ㆍ이자 장사 하더니…” 질타
태어난 지 열흘(6일) 밖에 안 된 ‘메기’(카카오뱅크)가 고요했던 금융 저수지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놀란 금융권이 뒤늦은 서비스 개선에 나서자 소비자들은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데도 그 동안 시중은행들이 미적거린 이유가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 지난 3일 기준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이는 총 232만명으로, 전체 금융권 중 6위를 기록했다. 5위인 KEB하나은행(237만명)에 육박한다. 카카오뱅크는 앱 일일 사용자 수(77만명)도 KB국민, NH농협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모바일 상에선 이미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정도다.
그 동안 금융권은 잔잔한 저수지와 같았다. 은행 등 각종 거대 금융 산업은 정부가 지정해 준 울타리 안에서 ‘경쟁 없는 경쟁’속에 안정적 수익을 누렸다. 그러나 23년만에 새로 인가를 받은 은행(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저수지에 뛰어들면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먼저 해외송금 분야를 독점해 오던 시중 은행들은 그 동안 ‘수익성 때문에 올릴 수 밖에 없다’던 수수료를 최근 낮추기 시작했다. 수수료가 시중 은행 10분의1 수준인 카카오뱅크의 해외 송금 서비스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도 고객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기 시작했다. SBI저축은행은 1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연 2.3%에서 0.1%포인트 올렸다. JT친애저축은행도 최고 연 2.51%의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OK저축은행은 1,000억원 한도 최고 2.4%의 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카드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카오뱅크가 내년 상반기 결제대행업체(VAN)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과 판매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앱투앱(app to app)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카드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공동 개발해 대응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독점 구도의 금융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금융권의 늑장 대응에 ‘그 동안은 왜 하지 않았냐’며 질타하고 나섰다. 등 떠밀리려 마지못해 변화에 나선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원 조모(33)씨는 “예대금리차나 수수료 장사에만 몰두해오던 금융권이 뒤늦게 부산을 떠는 모습은 그간 서비스 개선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란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기존 은행들도 추상적 디지털화가 아닌 실질적 디지털화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존 금융권이 디지털 부문을 보완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구도를 이어가면서도 오프라인의 강점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별화된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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