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지휘' 권영세 전 중국 대사
-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나?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이 발견됐다는) 뉴스 속보가 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원세훈 원장에게 화가 나서 '가만히 있겠다더니 이게 뭐냐,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항의했다. 원 원장은 "대북 심리전 요원은 지난 정부에서도 운용해왔다"고 사실 관계를 자신하더라. 그래도 나는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청했다. 만약 국정원이 수사에 전혀 협조 안 했다면 경찰이 중간수사 발표를 하지 못할 정도가 됐을 것이다. 나중에 논란이 된 김용판 서울경찰청도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 3차 TV토론(2012년 12월 16일) 끝나자마자 서울경찰청 주도로 중간수사 발표가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오전 11시 김무성 의원이 "국정원 직원 PC에서 아무런 댓글 발견 못했다는 정보 들어오고 있다. 오늘 중으로 수사발표 해달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선거 결과에 반영해야 하니 경찰 수사발표를 빨리 하라는 건 여야 공통의 요구였다. 그런데 우리에겐 '중간수사에서는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보가 들어온 것뿐이다."
- NLL 대화록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론이) 정리됐다.
"권위주의 혁파하고 선거문화를 바꾼 것, 제주해군기지와 한미FTA 추진 등등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NLL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인식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대화록의 공개-비공개보다 거기에 담긴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새누리당이 어처구니없이 대응하는 바람에 쟁점이 흐려져 버렸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닌 얘기로, 댓글부대 몇백 동원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졌겠나? 거기(댓글 수사)에 왜 끼어들어서 마치 박근혜정부가 관여한 것처럼 오해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귀국하면 얘기 하려고 했는데, 막상 돌아오니 아무도 관심 안 갖더라"
- 국정원이 지금 재조사해도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요새 MB 쪽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정권재창출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만약 '댓글부대 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좀 심각하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런 식의 정치 관여가 있었다면 그건 뿌리를 뽑아야 된다. 2012년의 원세훈 원장은 '지난 정부에서도 다 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정부에서는 사이버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등등을 다 살펴봐야 한다."
- 2013년 3월 31일 중국 대사로 내정된 후 '권영세는 국정원 관련해서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멀리 보낸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무슨 중국 대사냐? 나 말고도 적임자 많다'고 고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중국도 전통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의원급을 대사로 선호한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국정원 댓글이나 NLL 대화록 때문이 아니라, 내가 국내에 남아있는 것을 버겁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달나라 가는 것도 아니고, 중국은 무슨 일 터지면 올 수 있는 거리다. 중국 대사 신분만 아니면, 나도 강하게 항변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만 하면 논쟁이 크게 붙을까봐 제대로 할 말을 못했다. 그랬다간 대사가 중국 일 신경 안 쓰고 정쟁에 몰두한다는 얘기 나올 것 아닌가? 내가 대사 마친 후 귀국하면 국정원 댓글-NLL 대화록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니 아무도 관심을 안 갖더라. 나로서는 그런 식의 누명에 답답해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원 재조사가 내가 해명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글:손병관, 편집:최유진]
▲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전 중국 대사. |
ⓒ 유성호 |
"나에 대한 누명에 답답해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원 재조사가 내가 해명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중국 대사(자유한국당 서울영등포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가 입을 열었다. 권 전 대사에게는 국가안전기획부 파견 근무(1994~1997년), 국회 정보위원장(2010년) 등의 경력이 있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7 정상회담 대화록'(NLL 대화록) 유출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권 전 대사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의원이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공개한 NLL 대화록의 출처와 관련해 "내가 선대위 상황실장이고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이어서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부산에서 읽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2013년 11월 13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기자들에게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는 "대선 때는 여러 종류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그 중에 원 내부로부터 주워들은 내용과 자기 의견을 가공해서 만든 국정원 출신 인사의 보고서가 있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는 최근 국정원의 '적폐' 재조사와 관련해서는 "만약 '댓글부대 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좀 심각하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런 식의 정치 관여가 있었다면 그건 뿌리를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
"MB와의 '2인3각'은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캠프의 기조"
그러면서도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우리(박근혜 캠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댓글부대 몇 백 동원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졌겠나? 거기(댓글 수사)에 왜 끼어들어서 마치 박근혜정부가 관여한 것처럼 오해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권 전 대사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국정원이 2013년 6월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기 전인 2012년부터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화록 공개를 압박했다.
"대화록 공개를 놓고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강경파는 원세훈 원장을 압박해서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래봐야 선거판에 좋을 게 없으니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원 원장도 대화록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2012년 12월 13일에) 내게 도와달라고 전화했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와 연결해서 대선을 치르는 것, MB와의 '2인3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캠프의 기조였다."
"대화록 공개를 놓고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강경파는 원세훈 원장을 압박해서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래봐야 선거판에 좋을 게 없으니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원 원장도 대화록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2012년 12월 13일에) 내게 도와달라고 전화했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와 연결해서 대선을 치르는 것, MB와의 '2인3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캠프의 기조였다."
-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를 거부했다는데, 김무성 총괄대책본부장이 그해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공개한 대화록은 뭔가?
"내가 선대위 상황실장이고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이었다. '투톱'이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부산에 내려가서 그런 걸 읽을 줄은 몰랐다.
"내가 선대위 상황실장이고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이었다. '투톱'이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부산에 내려가서 그런 걸 읽을 줄은 몰랐다.
김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후) 그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는 표현을 썼는데, 언론사 기자들도 볼 수 있는 사설 정보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선거를 치르다보면 여러 종류의 보고서들이 올라오는데, 김 의원이 유세장에서 그걸 읽은 것으로 안다."
"국정원에서 주워들은 내용 가공해서 만든 보고서 있을 수도"
- '찌라시'라기에는 너무 정확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 아니었나?
"대선 때 활약하고 싶어 하는 여러 그룹들이 중요한 정보라는 걸 문건으로 만들어서 당에 주고가곤 했다.
"대선 때 활약하고 싶어 하는 여러 그룹들이 중요한 정보라는 걸 문건으로 만들어서 당에 주고가곤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짐작인데, 그런 사람들 중에 캠프에 올릴 목적의 보고서를 만드는 국정원 출신 인사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국정원이 직접 만든 보고서가 아니라 국정원 내부로부터 주워들은 내용과 자기 의견을 가공해서 만든 보고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이번에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런 식으로 원 내부와 연결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조차 우리(박근혜 캠프)와 직접 연결된 사람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국정원에 그런 걸 직접 요구해서 받아낸 건 없다. 나중에 검찰도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연계 가능성을 알아볼 만큼 알아봤는데 아무 것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
- 김 의원이 읽은 2012년 대화록이 권 대사가 준 것이라는 얘기가 2013년부터 나왔다.
"나를 김 의원과 국정원의 연결고리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 의원도 내가 아는 정도의 국정원 사람들은 다 안다. 당시 내가 아는 사람이래야 원세훈 원장과 박원동 국장(국회 담당) 정도였다. 내가 국정원 파견근무를 1994~1997년 3년 정도 했지만, 그때 알던 사람들이 2012년에는 국정원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시피 했다."
"나를 김 의원과 국정원의 연결고리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 의원도 내가 아는 정도의 국정원 사람들은 다 안다. 당시 내가 아는 사람이래야 원세훈 원장과 박원동 국장(국회 담당) 정도였다. 내가 국정원 파견근무를 1994~1997년 3년 정도 했지만, 그때 알던 사람들이 2012년에는 국정원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시피 했다."
▲ 마지막 TV토론 지켜보는 김무성, 권영세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2012년 12월 1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의 사퇴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양자 간에 펼쳐진 3차 TV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나?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이 발견됐다는) 뉴스 속보가 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원세훈 원장에게 화가 나서 '가만히 있겠다더니 이게 뭐냐,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항의했다. 원 원장은 "대북 심리전 요원은 지난 정부에서도 운용해왔다"고 사실 관계를 자신하더라. 그래도 나는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청했다. 만약 국정원이 수사에 전혀 협조 안 했다면 경찰이 중간수사 발표를 하지 못할 정도가 됐을 것이다. 나중에 논란이 된 김용판 서울경찰청도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 3차 TV토론(2012년 12월 16일) 끝나자마자 서울경찰청 주도로 중간수사 발표가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오전 11시 김무성 의원이 "국정원 직원 PC에서 아무런 댓글 발견 못했다는 정보 들어오고 있다. 오늘 중으로 수사발표 해달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선거 결과에 반영해야 하니 경찰 수사발표를 빨리 하라는 건 여야 공통의 요구였다. 그런데 우리에겐 '중간수사에서는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보가 들어온 것뿐이다."
- NLL 대화록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론이) 정리됐다.
"권위주의 혁파하고 선거문화를 바꾼 것, 제주해군기지와 한미FTA 추진 등등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NLL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인식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대화록의 공개-비공개보다 거기에 담긴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새누리당이 어처구니없이 대응하는 바람에 쟁점이 흐려져 버렸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닌 얘기로, 댓글부대 몇백 동원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졌겠나? 거기(댓글 수사)에 왜 끼어들어서 마치 박근혜정부가 관여한 것처럼 오해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귀국하면 얘기 하려고 했는데, 막상 돌아오니 아무도 관심 안 갖더라"
- 국정원이 지금 재조사해도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요새 MB 쪽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정권재창출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만약 '댓글부대 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좀 심각하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런 식의 정치 관여가 있었다면 그건 뿌리를 뽑아야 된다. 2012년의 원세훈 원장은 '지난 정부에서도 다 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정부에서는 사이버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등등을 다 살펴봐야 한다."
- 2013년 3월 31일 중국 대사로 내정된 후 '권영세는 국정원 관련해서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멀리 보낸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무슨 중국 대사냐? 나 말고도 적임자 많다'고 고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중국도 전통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의원급을 대사로 선호한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국정원 댓글이나 NLL 대화록 때문이 아니라, 내가 국내에 남아있는 것을 버겁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달나라 가는 것도 아니고, 중국은 무슨 일 터지면 올 수 있는 거리다. 중국 대사 신분만 아니면, 나도 강하게 항변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만 하면 논쟁이 크게 붙을까봐 제대로 할 말을 못했다. 그랬다간 대사가 중국 일 신경 안 쓰고 정쟁에 몰두한다는 얘기 나올 것 아닌가? 내가 대사 마친 후 귀국하면 국정원 댓글-NLL 대화록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니 아무도 관심을 안 갖더라. 나로서는 그런 식의 누명에 답답해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원 재조사가 내가 해명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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