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시작 한 달 반…내달 정식 서비스 앞두고도 '혼란'
가맹점 대상 가입 권유 앞서 시스템 사용법 먼저 홍보해야
소비자 역시 "사용 번거롭고 여신 기능 없어" 불편 호소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서울 중구에서 작은 초밥집을 운영하는 이율(가명ㆍ42)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2일 처음으로 제로페이를 통해 음식 가격을 결제했다. 하지만 이 씨는 결제 후 제로페이 시스템에 등록했던 사업자계좌에 바로 입금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손님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얼마 전 매장을 방문했던 공무원의 권유로 급작스럽게 해당 시스템에 가입했던 터라, 제로페이 전반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한 탓이다. 이 씨는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고 세제혜택이 있다는 말에 가입했는데 구체적인 사용법을 전달받지 못해 아직도 생소하다"면서 "환불 방법 등을 아직 숙지하지 못했는데 막상 닥치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제로페이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확한 매뉴얼 설명을 듣지 못해 결제 시 우왕좌왕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다음달 1일 정식서비스를 앞둔 제로페이는 가입율이 전체 자영업자의 10%도 안되는데다 결제방식의 어려움으로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자영업자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로페이 사용방법'을 묻거나 당황스러웠던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글들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가장 많이 올라온 사례는 제로페이의 결제 후 입금 처리방식이다.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를 기존 은행이나 간편결제 앱으로 찍으면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형식의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금융회사 등 일명 '참여기관'을 거쳐 판매자의 가맹사업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이틀 내로 판매대금이 최종 입금된다. 이론상으로는 간편해보이지만 정작 결제시 불편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선지훈(49)씨는 "지난 2일에 결제한 대금이 계좌로 입금되지 않아 제로페이 홈페이지에서 조회하니 '공휴일이 끼어 있어 7일이 돼야 입금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떴다"며 "입금까지 수 일이 걸려 불편한 것은 물론 카카오페이와도 헷갈려 중간 계좌에서 다시 이체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태반"이라고 읍소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원하는 소비자는 별도의 앱 없이 네이버페이ㆍ페이코 등 간편결제 앱이나 신한SOLㆍ우리은행 원터치개인 등 은행 결제 앱을 통해 결제해야한다. 하지만 다수 소비자가 사용하는 네이버페이의 경우 결제 취소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환불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도 생겨났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영재(가명ㆍ50)씨는 "제로페이 가입을 권유하는 공무원들이 일주일에도 몇 차례 가게에 들르고 있다"며 "시스템의 이점과 자세한 매뉴얼을 알려주기보다 가입 자체에만 연연하는 듯해 대부분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데다 실제 사용을 위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박지영(가명ㆍ39)씨는 "막상 소비자들은 제로페이 가입 관련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데다 관련 앱조차 존재하지 않아 사용이 어렵다"며 "정작 제로페이에 등록된 소비자가 늘어나야 가맹점 가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제로페이는 체크카드처럼 현존하는 잔고가 있어야 이용 가능하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같다"고 부연했다.
한편 서울시가 김소양 자유한국당 시의원에게 제출한 제로페이 가맹점 증가현황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22일 현재 총 5만8354곳이 가맹 신청을 했다. 전체 서울시 66만 자영업자의 9% 수준이다. 제로페이 서비스의 이용률이 저조하자 서울시 일부 구청에서는 전 직원이 제로페이 가입 유치에 나서라며 1인당 할당량을 배분하거나 건당 수당을 제공하는 방식의 반강제적 홍보활동을 이어가 최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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