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전자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애플, 구글, 인텔 같은 미국 핵심 IT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큰 폭 연봉을 삭감하고 나섰다.
한국의 경우 주요 기업 수장들의 연봉 삭감 소식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더 높은 성과급을 제공해 주목된다. 기업들은 오는 3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2년 임원 보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인텔,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은 최근 잇달아 연봉 삭감 입장을 밝혔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팀 쿡 애플 CEO가 실적 악화로 인한 주주들의 반발에 스스로 연봉 삭감을 요청, 지난해 9940만 달러(약 1252억9370만원)에서 40% 줄어든 4900만 달러(617억6450만원)를 올해 연봉으로 받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7억 달러(8823억5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인텔도 팻 겔싱어 CEO를 비롯한 경영진 급여 삭감 방침을 공개했다. 겔싱어 CEO의 경우 올해 기본급 25%를 반납하기로 했고, 경영진 및 관리자들도 직급에 따라 5~15% 삭감하기로 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회사) CEO도 올 초 경영진의 연간 보너스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기업에선 아직까지 CEO들의 연봉 삭감 발표는 따로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5년째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복권으로 취업제한 문제가 해소됐고,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앞으로 받을 보수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연봉 0원' 방침을 계속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취업제한이 풀리고 회장직에 오른 이후에도 여전히 무보수인 걸로 알고 있다"며 "다시 월급을 받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2020년 SK하이닉스에서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듬해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자 자신의 연봉을 모두 반납해 불만을 잠재웠다. 단 최 회장은 2021년 SK㈜에서 40억900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1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상 초유의 반도체 한파에도 임직원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받았고, SK하이닉스도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업계에서는 업황 조기 반등에 대한 기대와 흔들릴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격려 차원으로 예상보다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단 삼성전자의 경우 부문별 성과급이 최대 7배까지 차이가 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주지만 생활가전사업부에는 7%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DX(디바이스경험) 소속 직원들은 최근 별도 노동조합을 설립해 삼성전자에 5번째 노조가 등장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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