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이슬람 혐오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의 공장으로 밝혀진 ‘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가짜뉴스의 뿌리를 고발한 <한겨레> 탐사보도에 대한 반박 의견 광고를 2차례에 걸쳐 냈습니다. 가짜뉴스 공장답게 해명조차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앞으로 3차례에 걸쳐 이에 대해 재반박할 계획입니다. 에스더 쪽의 대응에 따라 횟수가 늘어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겨레는 앞으로도 ‘에스더기도운동’과 가짜뉴스에 대한 보도를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에스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과 또 다른 가짜뉴스 발원지에 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에스더가 지난 4일 <조선일보> 등 조간신문에 실은 반박 광고.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은 국정원·박근혜 선거캠프와 정말 아무 관련 없는 걸까요? 지난 4일 에스더는 일간지에 광고를 내어 “에스더가 박근혜 캠프에 5억여원, 국정원에 43억여원을 요청했다는 한겨레신문/티브이(TV) 보도는 악의적이며 날조된 가짜뉴스다!”라고 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에스더, 박근혜 국정원에 ‘우파 청년’ 양성자금 요청) 에스더는 국정원·박근혜 선거캠프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고, 1원의 재정 지원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한겨레>가 확보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에스더의 주장을 재반박합니다.
① ‘자유통일아카데미’ 기획안에는 ‘감수 : 이용희’라고 찍혀 있습니다
에스더는 반박문 서두부터 <한겨레> 보도를 부정합니다. 이 단체가 국정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난 ‘자유통일아카데미’ 문건이 에스더가 작성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문건에 작성자로 명시된 박아무개씨가 에스더 간사(스태프)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에스더의 해명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겨레>가 확보한 엠티(MT) 준비 문건(2011년 8월 작성) 등 내부 자료를 보면, 박씨는 분명히 ‘간사’로 표기돼 있습니다. 복수의 에스더 인사들도 그가 이용희 에스더 대표의 지시로 일했던 내부 간사였다고 증언합니다.
문건 작성자 박아무개씨가 사회와 진행을 맡은 간사로 표기된 2011년 에스더 내부 자료. 원문의 실명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에스더 전직 활동가 제공
박씨가 에스더와 무관하다는 에스더의 주장은 사실 무의미한 주장입니다. 문건에 이용희 대표가 문서를 감수했다고 명확히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더는 해당 문건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면서 작성 시점이 ‘2011년 11월’이 아닌 ‘2011년 8월’이며, 내부 모임인 ‘유티디(UTD, Until The Day)’에서 발표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겨레가 문건 작성일을 11월로 특정한 것은 해당 문건의 문서 정보상 작성 시점(최종수정 기준)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그 이전에 이미 작성되었다는 에스더의 주장은 해당 문건과의 연관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자 문건이 업데이트되었음을 시인하는 꼴입니다.
에스더는 유티디가 비밀 모임이 아니라 공개적인 활동을 했다는 주장도 하지만 에스더 내부 인사들의 증언은 다릅니다. 에스더 관계자들은 “유티디라는 명칭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이고 애초에는 ‘기독교 시아이에이(CIA)’라고 부르며 조심스러워 했다”고 말합니다.
② 이용희 대표가 국정원 간부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요청하는 문자를 공개합니다
에스더는 ‘통일운동가 양성’ 등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하는 자료를 국정원에 보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에스더 전직 간사 ㄱ씨는 “이 대표 지시에 따라 ‘이 대표 메일’로 국정원 간부 이아무개씨에게 기획안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복수의 에스더 관계자의 증언과 국정원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메일 수신자 이씨는 국정원 간부(3급 부이사관)로 확인됐습니다. 이 대표가 ㄱ씨에게 국정원 직원의 메일주소를 알려주며 메일 전송을 요청한 문자도 남아있습니다. <한겨레>는 문자에 등장한 메일주소가 국정원 간부 소유 계정이라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자유통일아카데미’ 문건의 작성부터 국정원 전송까지, 모든 과정에 에스더와 이 대표가 있었던 셈입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이 대표는 국정원 직원과 접촉이 있었다는 점은 직접 인정했습니다. 10월2일 ‘펜앤드마이크정규재TV’에 출연한 이 대표는 “우파청년 양성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보냈다. 그게 국정원에게 보내졌는지 지금은 기억에 없지만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용희 에스더 대표가 국정원 간부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요청하는 문자. 전직 에스더 활동가 제공.
③ 국정원에 보낸 기획안의 전송 시점·내용이 정황상 맞지 않다?
에스더는 국정원에 지원 요청한 사실을 부인하며 “문건 작성과 전송 시점이 정황상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2011년 작성된 기획안은 사업 시기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로 잡고 있다. 그런데 왜 2013년 11월에야 이 문건을 국정원에 보냈겠느냐”는 주장입니다. 또 기획안에 사업 후원 주체로 ‘국정원’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반박의 주된 논거입니다.
그러나 에스더가 지원 계획을 명시한 자금요청 기획안을 국정원 간부에게 보낸 것은 이용희 대표가 직접 문자로 발송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기획안 작성과 전송 시점 △후원 요청 대상을 논하는 일은 사안의 본질이 아닙니다. 에스더와 국정원의 관계는 수사를 통한 입증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 문건은 작성과 전송이 여러 차례 이뤄졌습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대해 “여럿에게 기획안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문건은 2011년 하반기에 처음 작성됐지만 지속해서 업데이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원 요청하는 금액도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의 증언대로라면 에스더는 이 사업을 후원할 이들을 지속적으로 물색했습니다.
또한 ‘자유통일아카데미’ 기획안을 국정원에 보냈다는 근거가 남은 시점은 2013년 11월이지만, ㄱ씨는 그 이전에도 수차례 에스더 활동내용을 담은 메일을 국정원 간부에 보냈다고 증언합니다. 또 다른 에스더 관계자는 “2011년 무렵부터 2014년 무렵까지 전직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 소장이라고 불린 국정원 직원 등이 직접 참여하는 회의가 매주 월요일 오전 삼성동에서 열렸다. 이미 실행된 내부강연 자료, 활동내역 등을 계속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이 대목과 관련해 계속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1년 작성된 3년치 사업기획안을 2013년도 11월에 국정원에 보낸 것은 에스더가 지속적으로 선거와 관련한 활동보고와 자금 요청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대선사역’ ‘총선사역’ 등 불법선거활동 계획을 이미 2011년에 수립했던 에스더가 이를 2012년에 실행한 이후 ‘국정원’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입니다. 에스더가 국정원과의 연계 속에 불법적인 인터넷 여론 조작 사업을 벌인 것이라면, 이는 수사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④ 에스더의 기획안을 받은 인물이 박근혜와 관련 없다?
에스더는 박근혜 캠프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한겨레>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 단체는 2012년 대선을 반년 앞두고 미래와 행복연대 김아무개 대표에 ‘인터넷 선교사 양성을 위한 기획안’을 보낸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문건 수신자인 미래와 행복연대가 박근혜 캠프 외곽단체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또 미래와 행복연대가 순수 선교 단체이고, 김 대표도 2012년에 특정 정당에 몸담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미래와 행복연대 대표가 에스더 관계자에 건넨 명함. 전직 에스더 활동가 제공.
하지만 에스더 인사들의 말은 다릅니다. 에스더 핵심인사로 일했던 ㄴ씨와 ㄷ씨는 “김 대표가 자신을 박근혜 선거캠프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사무실에 선거 활동을 위해 상주했다. 거기서 김 대표를 함께 만난 적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대표는 에스더 관계자들에 ‘박정희 연구원 준비위원’이라는 명함을 건넨 적도 있습니다.
김 대표가 2012년 ‘3에이치(H) 포럼’이라는 박근혜 지지 외곽단체의 기독교 분야 대표를 맡았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당시 3에이치포럼의 상임대표의장은 ‘친박 7인회’ 중 한명으로 꼽히는 현경대 전 의원이었습니다. 3에이치포럼 고위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대표가 포럼의 기독교 분야를 담당했다. 대선 전까지 박근혜 후보의 이춘상 보좌관(2012년 12월 사망)과 자주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⑤ ‘미래와 행복포럼’은 박근혜 대선 준비와 관련 있습니다
2012년 미래와 행복연대가 주관하고, 에스더 이용희 대표가 발제자로 참여한 ‘미래와 행복포럼’도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래와 행복포럼’에 기획 단계부터 관여한 ㅎ목사는 ‘이 포럼이 박 전 대통령 선거를 돕기 위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질적으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ㅎ목사는 “참석자들에 (박근혜 선거를 돕겠다는) 사인을 받았다. 포럼은 4차까지 했다. 마지막 포럼 다음날 박근혜 후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포럼 참석자인 ㅂ목사도 그 포럼을 기독교계 인사를 포섭하는 선거 준비조직으로 기억했습니다. 그는 “미래와 행복포럼을 통해 교계 인사들을 박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시키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⑥ 에스더는 대선 때 ‘박근혜 지지’ 활동을 하고 ‘문재인 비방’ 가짜뉴스를 배포했습니다
에스더는 2012년 대선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 입장이었을 뿐입니다. 2012년 10월 에스더 회의록을 보면, 에스더 집행부는 간사들에 ‘박근혜 동성애 대응’ 등 선거 관련 작업을 지시합니다. 에스더는 또 2012년 12월 “이단 논란이 있는 종교와 박근혜 후보가 관련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글을 기독교계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에스더는 또 대선을 6일 앞두고 열린 내부 회의에서 ‘[문재인 공약] 고려 연방제 충격!’ ‘[충격] 문재인 저축은행 먹튀 사건’ ‘문재인 굿판 벌였다’ 등 가짜뉴스를 집중적으로 유포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겨레>보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는 실제로 실행됐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에스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가짜뉴스’ 전파)
2012년 10월 에스더 책임간사 회의록. 원문에 실명으로 돼 있는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전직 에스더 활동가 제공.
⑦에스더는 ‘십알단’ 윤정훈 목사 외에도 여러 강사를 초청해 인터넷 댓글 작업 노하우를 전파했습니다
<한겨레>는 “윤정훈 목사 등이 대선 이전부터 에스더 내부강연에서 트위터 사역, 인터넷 사역 노하우를 전파했다”는 활동가의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에스더는 이를 두고 “윤 목사는 2011년 1번 강의한 적 있고 그 이후 오지 않았다”며 “(한겨레가) 윤 목사가 지금까지 계속 강의하는 것처럼 기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스더 강연에서 윤정훈 목사는 ‘미디어 이해와 트위터 사역의 노하우’를 강의했고, 이후 김성욱(국정원 알파팀 리더) 등이 유사한 강의를 지속적으로 했다. 에스더 강연 포스터 캡처.
이는 <한겨레> 보도의 본질을 짚지 못한 궁색한 해명입니다. 윤정훈 목사를 비롯해 김성욱, 안희환 목사 등 인터넷 여론 조작과 관련된 인사 여럿이 에스더에서 댓글 달기·공유하기와 같은 인터넷 작업 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왔습니다. 에스더 인터넷 교육을 맡은 다른 강사들의 강의도 ‘십알단’으로 알려진 윤 목사 못지않습니다. 강사들은 ‘미디어 선교’라는 이름으로 최근까지도 인터넷 댓글 작업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통해 에스더가 지금도 이러한 강좌에서 강사가 기사의 좌표를 지정하면 수강생들이 몰려가서 댓글을 다는 상황도 직접 포착했습니다. 이는 지난 2일 <한겨레>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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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용 김완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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