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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 2019

은퇴식도 안 하고 '실종'된 교수가 인도네시아에서 한 일

“눈에 밟히던 인니 청년들 위해 첫 사이버대학 설립했죠”
조장연 전 사이버한국외국어대 부총장
인도네시아 첫 사이버대학인 아시아사이버대 설립자 조장연 초대 총장이 지난달 29일 자카르타 집무실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에 첫 사이버대학이 생겼다. 한국인이 만들었다. 아시아사이버대(Universitas Siber AsiaㆍUSA)를 설립하고 초대 총장을 맡은 조장연(67) 전 사이버한국외국어대 부총장을 지난달 29일 남부 자카르타 인도네시아민족대(UNASㆍ우나스)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에서 대학 총장에 오른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조 총장은 2017년 8월 정년퇴임식도 하지 않고 혈혈단신 쫓기듯 적도의 나라에 왔다. “돈이 들고, 다른 사람들 시간도 뺏잖아요. 그런 생색내기 행사가 뭐가 중요한가요, 부총장 소임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바로 짐 싸서 왔어요. 한국에선 제가 실종된 줄 알았대요.” 손꼽히는 회계 전문가인 그는 국내 다른 대학의 총장 자리도 마다했고, 가족의 반대도 무릅썼다.
한가지 목표가 그를 이끌었다. “4년 전 현지 대학과 협력 차 인도네시아를 오갔죠. 어린 여자들은 아기를 업고, 남자 애들은 오토바이 옆에 종일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기술이나 학위가 없으니까 일찍 결혼하거나 평생 오토바이 운전만 하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간대요. ‘아, 저 친구들에게 온라인 교육 기회라도 줘야겠다’ 싶었죠.”
그는 차근차근 준비했다. 3년간 국내 사이버대학 총괄(부총장)을 맡은 만큼 온라인 교육 운영이라면 자신 있었다. “온 지 4개월 만에 온라인 취업 교육 및 직장인 재교육 업체인 인코르(inkorㆍ인도네시아+코리아)를 설립했어요. 온라인 교육기업으로는 정부 승인 1호이고요, 과장 좀 보태서 ‘교육계의 그랩(차량 공유 유니콘 기업)’이라 불려요.” 현재 인코르는 직원 35명에 회원 수십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자카르타 집무실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첫 사이버대학인 아시아사이버대 설립자 조장연 초대 총장.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주변에서 “불가능하다”던 사이버대학 설립은 수많은 인연과 도움 덕에 가능했다.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전국국립대총장회의에서 사이버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의 연설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호평 속에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국엔 21개나 되는 사이버대학이 1만7,000여개 섬을 거느린 인도네시아에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죠. ‘33%에 불과한 현지 대학 진학률을 사이버대학을 통해 50%대로 끌어올려보자’고 우나스 총장과 의기투합했어요. 지난해 말 드디어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어요.” 이후 인코르와 우나스는 절반씩 투자해 우나스 산하에 USA를 설립했다.
조 총장의 총장 취임을 놓고도 뒷말이 많아지자 대통령 비서실장과 교육부 장관이 나섰다. “외국인이 첫 사이버대의 총장을 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언론에 발표했어요. 외국인 1호 총장이라고 못을 박은 셈이죠. 외국인 총장 금지 규정은 없었지만 다른 총장들이 반대하는 분위기였거든요.”
USA는 연말에 학생을 모집해 내년 2월 정식 개강한다. 스마트폰 기반으로 동시에 1,000명이 접속할 수 있다. 실시간 토론과 강의 내용은 녹음도 가능하다. 학비는 현지 대학의 30%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는 “교수 생활을 한 미국(네브래스카주립대)과 한국(한국외국어대)에서 세계적인 교수진을 모셔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조 총장의 지인 10여명이 한국에서 축하하러 왔다. 경찰대학장을 지낸 김정식(64)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장은 “이런 교육 아이디어가 진정한 신(新)남방”이라고 추켜세웠다.
인도네시아 첫 사이버대학인 아시아사이버대를 설립한 조장연(왼쪽 세 번째) 초대 총장을 축하하러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방문한 조 총장의 지인들. 조 총장 왼쪽 옆이 김정식 전 경찰대학장.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조 총장은 담담하다. “가난을 딛고 양질의 교육을 받아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재들을 키우고 싶어요.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대처럼, 설립자보다 학교와 학생이 빛나는 학교가 꿈이죠. 특허 신청, 기관 제휴 등 할 일이 많지만 ‘학생이 갑’이라는 소신은 지킬 겁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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