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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21, 2023

윤영찬‧김해영‧조정훈‧홍준표…죽음 뒤의 선동 정치

 

이재명이 주변 인물 5명 죽음으로 몰았다는 비논리

유한기 "검찰‧언론이 날 죽여"…전 씨 "수사 조작"

근거 없는 막연한 책임론, 비극마저 공세에 이용

강압수사 문제 외면…'검찰이 유죄라면 유죄' 맹신

"윤석열 검찰 무차별 수사로 5명이 자살했다"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9일 숨진 전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3.10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9일 숨진 전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3.10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선동성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다 할 물증 확보도 못한 채 이 대표 주변을 집요하게 쥐어짜기만 하는 검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전 씨 또한 극심한 고통을 받아온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른바 비명계와 친윤 성향 여야 정치인들은 막무가내로 이 대표 탓을 하며 검찰이 아니라 이 대표가 전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이 이들의 글을 무비판적으로 키우는 확성기 노릇을 하고 포털도 메인 화면에 관련 기사들을 연일 수없이 노출해 또 하나의 광풍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윤영찬의 '도의적 책임'론…이낙연 측근이 수사 중 사망했을 땐?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십 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가정법만 동원했을 뿐,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오랜 측근이 죽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비명계의 단골 메뉴인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도의적 책임론'은 적어도 이낙연계 핵심인 윤 의원이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20년 12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의 한 축이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중에 당시 이낙연 대표의 측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이던 이모 씨는 4·15 총선을 앞두고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이낙연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실 복합기 사용료를 지원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이 씨는 검찰에서 옵티머스 사기 사건과의 연관성을 추궁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갑작스런 그의 극단적 선택은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이낙연 대표는 오랜 측근의 죽음에 대해 특별히 '도의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윤영찬 의원은 본인이 네이버의 성남FC 후원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이 청구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에 적시된 상황이다. 검찰은 네이버가 2014년 성남시 정자동 부지를 매입할 의사를 보이자 이재명 당시 시장이 네이버 대외협력이사이던 윤영찬 의원을 통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바가 없다"며 구체적 기여를 요구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이후 윤 의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성남시 수정구 김태년 의원에게 도움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 중 성남FC 후원금에 내가 관여됐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네이버 재직 시에 사옥 건립이나 성남FC 후원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이재명 당시 시장이나 정진상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성남FC 수사에 대해 윤 의원은 본인과 관련된 부분에만 펄쩍 뛰고 이재명 대표에 관한 부분은 다 사실이라고 선택적으로 믿는 듯하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윤 의원에 대해 수사팀이 그렇게 사실과 다른 얘기를 버젓이 영장에 기재했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얼마나 그 정도가 극심할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조정훈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사진 출처 = 조정훈 의원 페이스북
조정훈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사진 출처 = 조정훈 의원 페이스북

김해영과 조정훈의 윤석열 검찰 맹신

이른바 '조금박해'의 일원인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이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극단적인 양심의 대비를 통해 짐짓 비분강개를 표시했지만 역시 이재명 대표에게 어떤 책임이 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그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무죄 추정의 원칙은 관심 밖인 듯하고, 이 대표가 그간 여러 입장문과 진술서 등을 공개하며 조목조목 항변해온 검찰 수사 및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려도 없이 '검찰이 유죄라면 유죄'라는 맹목성만 노출했을 뿐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일어난 다섯 번째 죽음"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에서 본 적이 없는 죽음의 정치를 하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얻는 정치 이제 제발 멈춰야 한다"고 했다.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얻는 정치'는 상당한 설명을 요하는 난해한 표현이지만 조 의원 역시 연기만 피우며 추상적 주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죽음의 수사'가 아니라 '죽음의 정치'라는 본말이 전도된 설정에는 평소 조 의원의 '친윤‧반명' 지향 정치공학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할 말은 하는 소신의 아이콘'을 표방하는 조 의원은 지금까지 "제일 쪼잔한 게 배우자 건드리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물타기"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 등의 주장을 반복하며 '김건희 특검' 반대를 외쳐왔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고성과 막말의 유혹을 못 이긴 정치인들과 극렬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핼러윈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고 하느냐"면서 역시 반대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나 강제동원 해법 등 현 정부의 온갖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는 일관된 '소신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윤석열 검찰에 피맺힌 피해 당했다"던 홍준표

홍준표 대구시장은 '악령'까지 거론했다. "안남시장의 '아수라'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 영화의 황정민은 악령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려 "요즘 검찰이 그렇게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압수사 할 수 있을까? 다음은 또 누구 차례인가? 이 악령의 드라마는 도대체 누가 쓰고 있는 건가?"라고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불과 1년 반 전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무차별 수사를 벌여 5명이 자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었다. 우선 그는 지난 2021년 8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정권 초기 윤석열 전 총장에게서 피맺힌 피해를 당했다"며 "단일 사건 수사로 5명이나 자살했다. 내 정무부지사도 수사 압박으로 자살했다. 내가 그 포악한 짓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윤석열 전 총장은 이 수사에 대해 해명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가 말한 정무부지사는 홍준표 경남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맡았던 고 조진래 전 의원이다.

 

홍준표 의원 인터뷰 기사 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홍준표 의원 인터뷰 기사 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같은 해 9월 1일 페이스북엔 "(윤석열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특수 4부까지 동원하여 우리 진영 사람 1000여 명을 무차별 수사하여 200여 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라고 썼고, 그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선 "이재수 사령관, 김인식 KAI 부사장, 변창훈 검사, 정치호 변호사, 그리고 중앙지검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대검 수사관이 있다"고 실명까지 나열했다.

이렇게 검찰의 강압수사에 따른 잇단 자살에 분노했던 홍준표 시장이 불과 1년 반 뒤에 "요즘 검찰이 그렇게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압수사 할 수 있을까?"라고 짐짓 능청을 떠는 것은 특유의 너스레이거나 극적인 표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2019년 7월)이던 시절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유서를 남긴 뒤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고, 변창훈 검사도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는 강원도 춘천시의 한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의 KAI 전 대표 경영 비리 혐의 수사 중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압박감을 못 이겨 세상을 떠났다. 조진래 전 의원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하지 않았는데 당시 홍준표 의원의 착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때문에 죽었다는 '주변 인물' 5명…어떤 근거로?

언론은 전 씨가 사망하자 이재명 대표 '주변 인물'이 벌써 5명째 죽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과연 이들의 죽음이 이 대표 탓일까.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2021년 12월 10일 사망 전 측근들에게 "이제 내 사회생활은 끝났다. 검찰과 언론이 나를 죽였다. 이제 나는 뇌물 먹은 놈으로 낙인이 찍혔는데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겠나"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나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결백을 강조하면서 '검찰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감옥에 집어넣으려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2021년 12월 21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졌을 당시 동생 김모 씨는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 조사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자세한 조사 내용은 모르지만 수사기관이 형의 업무 영역이 아닌 것까지 '하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직원 배모 씨의 지인인 40대는 2022년 7월 26일 숨지기 전 경찰 조사를 받긴 했으나 참고인 신분이었고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혀 없었던 사람으로 그의 죽음과 이 대표를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는 이재명 대표 측근은커녕 정반대의 인물로 2022년 1월 12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자살이나 타살이 아니라 지병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국과수 부검에 의해 결론 났다.

최근 사망한 전 씨가 남긴 유서에는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 "사건 조작이 너무 많다"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등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극도의 억울함과 고통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글귀도 있다고 하지만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해석이 판이해질 수 있다.

이들의 죽음 모두 '이재명이 죽였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3개부, 수원지검 4개부, 성남지청 1개부 등 8개 부서 검사 65명, 수사관과 실무관까지 합하면 총 220여 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이재명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 대표를 겨냥해 1년 반 가까이 무려 332건의 압수수색을 벌이고, 경기도와 성남시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무차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이며 말단 직원들까지 기소하는 행태가 끝을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주목하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한데, 조선일보의 과거 이런 기사를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피의자 또 자살… 왜?>

노무현정부 들어 검찰수사 중 9명이나…

물리적 폭력 대신 언어폭력 피의자들 "죽고 싶었다" 토로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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