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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29, 2015

500일 맞은 세월호 유족 "돈 주는데도 왜 안받냐고?"

2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 국민대회'가 유가족과 시민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미수습자 9명을 가족품으로" "세월호특조위 탄압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세월호참사 미수습자 9명의 얼굴그림과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네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가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평화의나무합창단, 세월호가족합창단, 성미산마을합창단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기사 대체: 29일 오후 10시 10분]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혁규, 권재근, 이영숙. 
세월호 안에 여전히 단원고 학생 4명과 3명의 선생님, 일반인 희생자 3명이 있습니다.
이들이 아직 여행 중이라면, 500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월호 참사 실종자(미수습자) 9명을 찾지 못한 채로 500일이 지났다.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향해 가던 304명이 희생된 지는 501일 째다. 29일 오후 서울역 광장과 광화문 광장에서는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촛불 수백 개가 피어올랐다. 추모객들이 손에 든 전자 촛불 안에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생전 사진이 담겨 있었다.

추모 행사는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한 번, 이어 오후 7시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잇달아 열렸다. 여기에는 부산과 전남, 대전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의 체감 온도는 32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탓에 참가자들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렸지만, 이들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행사에 참여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부모님들이 미수습자 9명이 가족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권우성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남대문시장앞을 행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새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가족들.ⓒ 권우성
이날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100여 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참사 이후 폭풍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무대에 선 단원고 2학년 3반 고 최윤민양 어머니 박혜영씨는 "아이들이 지금도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 너무 미안해서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함께 울어주시고 싸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 이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는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500일이 흘렀다"며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유족들이 입은 노란 옷에는 '세월호 인양이란 배가 온전히 뭍으로 올라오는 것, 미수습자 9명을 찾는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실종자 9명 이름이 쓰여있었다. 지난해, 삭발식에 참여했던 유족 어머니들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 있었다.

참사 후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별조사위가 꾸려졌지만, 가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은 여전히 요원하다.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광화문과 국회에서 단식·점거 농성을 하면서 600만 명 국민이 서명으로 힘을 보태줬다"며 "그땐 1년만 지나면 모든 억울함을 풀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지금도 진실이 밝혀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주변에서 가족들에게 '왜 돈(보상금)을 주는데도 안 받겠다고 하냐'고 묻곤 한다"며 "(돈을 받지 않고) 이렇게 싸우며 밝혀달라는 게 바로 아이들을 위한 것, 억울한 원혼을 잘 달래 보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최성호군 아버지 최경덕씨도 "보상금을 받으면 정부를 용서한다는 뜻이라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지 않냐"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부 특조위 무력화 시도, 진상 규명은 공허한 외침 아닌 간절한 요구"

이날 추모행사에는 특히 고려대·이화여대·인하대·한국외대 등 대학생들이 다수 참여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을 만든 오선희(인하대 한국어문학 4학년)씨는 "희생자들 다수가 우리 또래인 고등학생들, 꿈도 펼쳐보지 못한 아이들이라 더 마음이 간다"며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잊지 않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학생들' 모임 소속 박혜신(한국외대 중문과 4학년)씨는 무대에 올라 "세미나와 토론회를 하면서 '진상을 규명하라'는 요구가 결코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는 걸, 매우 필요하고 간절한 요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제2·제3의 세월호를 막겠다면서도, 특조위를 무력화하고 사람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인 양영희(34)·안병모(37)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 참사 당시 50일 젖먹이였던 딸은 어느새 자라 18개월이 됐다. 양씨는 "그때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지켜본 게 트라우마로 남아 여객선도 못 탈 정도"라며 "이건 유족들 일만이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왜 아직도 해결을 못 하는지 우리도 계속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서울 광화문과 약 575Km 거리인 제주 서귀포시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에 사는 고권일씨(53, 제주해군 기지 반대 대책위원장)는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 귀가 비행기 편을 미뤘다. 고씨는 "아이들이 제가 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세월호는 명백히 어른들이 만들어 낸 참사"라고 덧붙였다.
숭례문앞을 행진하는 세월호 가족들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권우성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 거리행진에는 전국각지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는 시민들도 참석했다.ⓒ 권우성
"엄마를 찾아야 아들 가슴에 여한이 없죠" "영인아, 배 올리자! 보고싶어 미치겠다" "현철아, 엄마아빠는 숨 쉬는 것도 미안해"ⓒ 권우성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단원고 형, 누나들. 왜 원하지 않는 세상으로 가야만 했는지. 그 진실이 꼭. 부디 꼭. 밝혀졌으면 좋겠어. 세상엔 말야 끝까지 지켜지는 비밀은 없어. 정부가 아무리 숨길려고 해도 결국 밝혀질거야."ⓒ 권우성
일부 참가자들은 추모 대회 2시간 전부터 서울역 등 시내 곳곳에서 500일 국민대회 홍보 피켓을 나눠 주는 등 사전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또 실종자 수습을 기원하는 유족들 카드섹션과 '볍씨학교' 학생들의 추모 공연 등 2시간가량 추모 대회를 여는 동안, 한쪽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도 진행됐다.

유가족들 "사고해역 근처에서 세월호 인양 과정 지켜볼 것"
      
앞서 추모대회 사회를 본 박진 4·16연대 운영위원(다산인권센터 활동가)은 세월호 인양 관련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한다면서도 미수습자(실종자)들을 제대로 찾을 만한 방법도 미리 마련하지 않았고, 가족들의 참여조차 막고 있다"며 "이러고도 정말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족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사고해역 근처에 가서 인양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최경덕씨는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바닷속) 세월호 창문이 열려있다, 해양수산부는 시신 유실방지책도 마련하지 않았으면서 '가족들이 인양을 보겠다'는 것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1일 가족들이 동거차도로 가서 배가 인양될 때까지 직접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 세월호가족합창단, 성미산마을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원들이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촛불을 들고 있다.ⓒ 권우성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과 유가족, 시민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이른 오후부터 시작된 국민 대회·문화제 등 500일 추모 행사는 이날 오후 9시 40분께야 막을 내렸다. 행사는 세월호 유족들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성미산 마을 합창단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추모곡 '화인(火印, 도종환 시)'을 합창하며 마무리됐다. 무대에 선 유족들은 객석을 바라보며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라는 노래를 담담하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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