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58)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감으로 재직할 때 냈던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경찰 내부도 술렁거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경감으로 근무하던 1993년 11월 22일 점심 때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가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의 국도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봉고차와 세피아 승용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그는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냈고, 1995년 사면됐다. 경찰의 음주운전 사고는 징계 대상이지만 그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정신이 없고 부끄러워서 조사하는 경찰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며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그로 인한 징계 기록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현직 경찰들의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현직 경찰들이 '음주운전도 모자라 조사까지 거짓으로 받았다는데, 스스로 법을 어기고 경찰을 속인 사람이 어떻게 경찰 총수가 되느냐' '경찰 총수가 나서서 음주 단속하는 경찰을 자격 없는 경찰로 전락시키려 작정한 꼴'이라는 등의 비판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총경급 간부도 "이 후보자가 청장이 되면 현직 경찰이 음주운전을 해도 잘만 숨기면 징계도 안 받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①차량이 전파(全破)될 정도의 큰 사고에서 다친 사람이 없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음주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보험사의 보상 기록을 보면 이 후보자의 해명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보험금으로 세피아 운전자에 대해 610만5650원, 봉고차 운전자에게 101만9670원을 지급했다. 피해가 컸던 세피아 보상 가액은 당시 신차 가격의 82%였다.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당시 시세를 감안하면 세피아는 완전히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의 차도 사고 후 폐차됐다"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량이 전파될 정도의 큰 사고였기 때문에 피해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은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이 '8대 중과실'로 분류돼 이런 유형의 사고로 전치 4주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면 구속 수사를 할 정도로 교통사고를 엄격하게 처리하던 시기였다.
②기록이 있는데 왜 제출을 하지 않는가?
인사청문회를 주관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경찰 조사 기록과 징계 내역 등이 포함된 이 후보자의 인사기록카드를 제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 관계자는 "사건 기록의 보존 연한은 25년이기 때문에 당시 사건을 담당한 남양주경찰서와 관할 검찰청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건 당사자들의 경우 신청만 하면 이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후보자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도 청문회 당일까지 기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기록에 뭔가 불리한 것이 있으니 제출하지 않고 넘기려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③인사 검증 제대로 했나?
이 후보자는 사고를 낸 뒤 경찰청장 후보로 내정되기까지 여섯 번의 진급 심사를 거쳤다. 이 후보자는 "음주운전 사고 문제는 경무관 승진 심사 때 이미 걸러졌고 이번 청장 내정 검증 때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의정부지법에서 벌금 100만원형을 받았고 이후 사면받았다는 내용이 전부다. 어디에도 이 후보자가 징계를 피할 수 있었던 경위나 그가 경찰 조사에서 신분을 숨겼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장 후보자들을 검증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24)이 의경으로 입대한 뒤 운전병 발령 등 각종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던 시기에 청와대 치안비서관(사회안전비서관)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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