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부산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에서는 PK(부산·울산·경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면서 PK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국민의당과 경쟁하곤 있지만 여전히 호남이 주요 정치적 기반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문 전 대표의 'PK 지지가 중요' 발언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A:문재인 전 대표가 PK 지역을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은 이유는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민주가 이 지역에서 8석을 확보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2012년 대선부터 최근까지 두 지역의 표심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4년 만에 달라진 PK 표심, 호남은 여전히 野 압도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지역별 득표를 보면 부산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후보)이 59.82%, 문 전 대표(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39.87% 득표했습니다. 울산에서는 각각 59.78%와 39.78%, 경남에서는 각각 63.12%와 36.33%였죠. 즉 PK에서는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게 6대4의 비율로 뒤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광주에서는 박 대통령이 7.76%, 문 전 대표가 91.97%였고, 전북에선 각각 13.22%와 86.25%, 전남에선 각각 10%와 89.28%였습니다. 어림잡아 1대9로 야당이 압도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전국선거인 지난 4·13 총선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대선 때까지만 해도 공고했던 영남 지역주의에 균열이 나타난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에서 PK 지역에 할당된 40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27석에 그치고 더민주가 8석, 나머지는 정의당과 무소속이 차지합니다.
변화는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대 총선과 비교해볼 때 새누리당의 정당득표는 부산의 경우 51.3%에서 41.2%로 떨어졌고, 울산에선 49.5%에서 36.7%로, 경남은 53.8%에서 44%로 낮아졌습니다. 야권이 국민의당과 더민주로 갈라진 상황에서 두 당의 득표율을 합치면 새누리당보다 정당득표율이 높은 지역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호남은 여전히 야성이 공고합니다. 물론 더민주 대신 국민의당이 표심을 잡았지만 '야권'이란 테두리로 묶으면 득표율은 90%를 넘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의 득표는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PK에서 새누리와 격차 줄이고 있는 더민주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는 PK(부산·울산·경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는 당부의 의미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도 읽힙니다. 최근 한 달간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를 보면 발언의 근거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PK에서 더민주와 새누리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점차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월 3주차에는 두 당의 격차가 20.9%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8월 3주차에는 12.4%포인트까지 그 차이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유권자 수가 많다는 점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2012년 당시 전국 유권자 4052만6767명 중 PK의 비중이 호남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PK 유권자 비중은 15.8%(640만9876명)로, 호남 10.3%(413만3465명)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이러한 비중 차이는 내년 대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주력할 듯
결론적으로 문 전 대표가 'PK 표심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PK의 유권자 수 △20대 총선에서 엿본 PK 표심의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PK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더민주 8·27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사한 문 전 대표가 앞으로 야권연대를 포함해 PK를 중심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PK 표심의 유동성은 TK 출신 대통령이 2번 연속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치적 소외감, 대선 과정에서 약속됐던 PK 지역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신공한 건설 논쟁입니다. 신공항 용지 발표를 앞둔 지난 6월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항 유치에 자신의 시장직까지 걸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누적된 불만'을 PK 출신인 문 전 대표가 포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전 대표는 꾸준히 PK를 방문하면서 지역민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안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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