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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26, 2016

권은희 무죄... 결국 검찰 무리수였다 법원, 김용판 前 서울경찰청장 재판서 위증한 혐의 인정 안 해

“대선 개입 부실 수사” 증언 등

공소사실 4개 모두 1심서 무죄

국정원 수사 축소 외압 진실은

김 前 청장 이어 권 의원도 무죄

원세훈 前 국정원장 사건도

대법서 파기 환송 고법 계류 중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위증 혐의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을 폭로한 것이 거짓이라는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청장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세운 권 의원을 악의적인 거짓말쟁이로 몰아 기소하면서 모순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어느 하나도 유죄로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26일 김 전 청장의 재판에서 모해(謀害)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검찰이 제기한 네 가지 공소사실 모두 위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모해위증죄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허위 증언을 했을 때 적용된다.
법원은 우선 ‘김 전 청장이 2012년 12월 12일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 2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권 의원의 증언이 주관적 인식이나 평가에 관한 것이라 위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장과 수사과장의 직급 차이를 감안하고, 야당의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은 시점에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다고 보던 당시 수서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영장 신청이 기각되면 경찰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김 전 청장의 전화를 권 수사과장은 압수수색 신청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인식할 수도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2012년 12월 16일 밤 11시 서울청의 주도로 국정원 대선 개입 정황이 없다는 부실한 중간수사발표가 있었다고 증언한 것도 허위진술로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권 의원은 2013년 8월과 2014년 5월 김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의 1ㆍ2심 법정에서 “‘아무 것도 안 나왔다. 내가 책임진다. 발표해라’는 김 전 청장의 전화 지시를 받은 수서서장이 얼떨결에 ‘예’라고 답하고 ‘후회된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고 (수서서) 하모 청문감사관이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하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위증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하씨는 서장이 ‘후회한다’고 한 말을 권 의원에게 말한 적이 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전부 잊었다’며 답을 회피하는 진술태도로 일관해 신뢰하기 어렵다”며 권 의원이 허위 진술한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이 제출한 컴퓨터 파일을 서울청이 축소 수사했다는 권 의원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 보이지만 위증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권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임의제출 당시 분석범위를 제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2012년 12월 13일 국정원 직원은 임의제출 동의서에 ‘3개월간 문재인ㆍ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ㆍ비방글만 확인’한다고 기재했다. 또 “서울청 수사2계장이 국정원 직원이 동의한 파일에 한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권 의원의 증언도 실제 서울청의 방침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 의원이 법률적으로 잘못 평가했을 뿐 사실관계를 거짓으로 증언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컴퓨터 전체가 압수대상이 된다고 보던 권 의원으로선 자신의 증언 취지대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김 전 청장에 이어 권 의원도 1심 무죄를 받으면서 수사 축소 외압의 진실은 다소 모호해졌다. 다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서울고법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다. 권 의원은 선고 뒤 “검찰에서 대선 부정개입 논란을 아예 없애버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가득한 기소였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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