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일명 '미아리텍사스'를 지난 1일과 12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지켜봤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인 환승주차장에서부터 내부순환로를 따라 종암사거리까지 길게 연결돼 있는 이 곳은 고층 건물들에 둘러 싸인 외딴 '섬' 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집창촌, 2004년 9월 23일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행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의 발원지였던 미아리텍사스는 자연스러운 수순대로 퇴락했다. 이 지역이 속한 '신월곡 1구역'은 2003년부터 꾸준히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주 대부분은 건물주에게 100만~200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1988년 당시 26살이었던 업주 A(55)씨는 처음 하월곡동으로 왔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A씨는 이곳의 한 업소에서 주방 일을 했다. 그가 기억했던 당시 미아리텍사스의 모습은 이랬다. "이 앞 큰 길(정릉길)이 원래는 다 주차장이었어요. 주말에는 주차장에 관광버스서부터 승용차까지 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고 골목 곳곳은 사람들로 꽉 찼죠. 남는 아가씨들이 없으면 업소가 일단 문을 닫아놓는데 그러면 막 사람들이 '열어달라'고 문을 두들겨요. 쿵쿵쿵…."
그러다 2004년 정부의 '성매매 근절' 의지가 강하게 담긴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이곳의 번영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탔다. 이듬해에는 화재가 발생해 여성 종업원 5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업주들의 여성 종업원 감금 문제 등이 사회 이슈화 됐다. A씨도 이 시기 잠시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3년 전 다시 이곳에 왔다. "밖에서 튀김 장사도 해보고 요양 봉사도 해보고 별 일 다 했는데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많아 그거 갖곤 생계가 안 되더라고요. 결국 가장 익숙한 이곳으로 돌아와 장사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매출이 그때의 3분의 1도 안 될 거예요. 성매매특별법 이후 단속이 잦아지다보니 사람이 뚝 끊겼어요. 이곳은 자연스레 해체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라도 밖에서 놀지, 여기선 안 놀 거 같거든요." 여기가 당장 몇 년 안에 폐쇄된다고 해도 딱히 대안은 없다. 그는 "앞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긴 한데,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라 속수무책으로 여기 머물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은 없었는지 물었다. "왜 없겠어요. 지금도 매일 생각해요. 근데 익숙한 게 이 일 뿐이고 다른 일을 배우자니 돈이 문제죠. 전 당장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어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는 생계 문제를 얘기했다. 정부나 여성단체에서 이들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발적 참여가 많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생계의 문제'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성매매집결지만 해체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문제의식도 커가고 있다. 하월곡동 집결지 수시 단속 및 종합 합동점검 등을 실시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청량리 588은 관계부서의 지원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폐쇄가 이뤄져 기존에 종사했던 성매매 여성들은 영등포·동두천 등 집창가로 분산됐을 뿐 근본 해결이 되지 않았다. 지자체와 경찰이 주축이 돼 적극적이고 유연한 관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명확한 해답은 찾지 못한 채 이 곳의 하루는 또 시작될 것이다. 유태봉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막차 탄 사람들이라고 보면 돼요.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요."
홍상지·하준호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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