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軍댓글 '지휘' 정황..국정원은 예산 보태며 콘트롤타워 역할 의심
원세훈·김관진, 진술 가능성 적어..검찰, '보고 정점에 MB' 증거확보 주력
원세훈·김관진, 진술 가능성 적어..검찰, '보고 정점에 MB' 증거확보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기관을 동원한 불법 정치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망이 국가정보원에 이어 국방부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이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정치공작을 총지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직접 사정권에 들어올 날이 머지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원 전 원장과 김 전 장관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을 개연성이 큰 만큼 검찰은 이들의 진술에 기대기보다는 국정원 및 국방부와 협력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공작 활동을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원 전 원장이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 것과 달리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의혹 수사에서는 김 전 장관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검찰은 문건에 보고 대상이 대통령(VIP)임을 의미하는 'V' 표시가 된 점에 미뤄 김 전 장관이 관련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심리전단의 정치공작 활동이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 아래 진행됐음을 추정케 하는 정황은 최근 문건 공개나 증언을 통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서 공개한 2012년 3월 10일 자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을 보면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을 두고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
사이버사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년보다 10배 많은 79명의 신입 군무원을 선발해 이 중 47명을 댓글 공작을 맡는 530심리전단에 배치한 점에서 청와대가 범정부 차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수사팀은 2014년 7월 이뤄진 옥도경 전 군 사이버사령관과 이태하 503심리전단장 사이의 통화 내용이 기록된 녹취록도 최근 확보했다.
녹취록에서 이 전 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도 불법으로 댓글 공작을 했으며, 기무사 관계자가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청와대가 사이버사는 물론 기무사의 댓글 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 단장 부하였던 김기현 전 군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상황을 김 전 장관과 청와대에 매일 보고했다고 최근 폭로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청와대 사이의 교감은 앞선 국정원 내부조사에서 드러났고 검찰 수사도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 아래 댓글 활동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운영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핵심 책임자들의 비협조로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 전 원장은 26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 외곽팀 탈법 운영 등 정치·선거 개입과 관련한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은 물론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해 검찰은 내부조사 TF를 가동 중인 국정원 및 국방부와 협조해 '윗선 규명'을 위한 증거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이버사 요원들이 국정원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내부자 진술이 나옴에 따라 국정원이 '정치공작 콘트롤타워'를 자임하며 군에 예산·인력 지원 등을 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은 국정원 등의 정치공작 수사 전망과 관련해 "이제 시작단계"라며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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