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사이버사 '밀월관계' 드러나
[한겨레]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공개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비에이치(BH) 협조 회의 결과’(2012년 3월10일)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긴밀한’ 유착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기획관이 2012년 4·11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사이버사령부 전력 증강 및 작전 임무’ 관련 회의를 요청한 것은 물론, 청와대 차원에서 ‘국내외 일일 사이버 동향’ 및 ‘대응작전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 상단에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서명도 선명하다. 군 사이버사 댓글공작이 사이버사 구성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청와대→김관진 장관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 아래 조직적으로 시행됐다는 증거인 셈이다.
MB 최측근 김태효 기획관이 회의 요청사이버 동향·작전결과 보고받아
문건 상단엔 김관진 장관 서명
문건 상단엔 김관진 장관 서명
‘댓글공작’ 인력 대폭 채용
“대통령 지시” 이후 대폭 신규채용
79명중 47명을 심리전단에 배속
“대통령 지시” 이후 대폭 신규채용
79명중 47명을 심리전단에 배속
MB 압박하던 ‘현안’ 대응 주문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 적시
대북심리전 아닌 ‘대남’ 작전 수행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 적시
대북심리전 아닌 ‘대남’ 작전 수행
대면보고로 흔적 안남겨
2014년 사이버사 댓글 수사땐
김관진·청와대 전혀 언급 안 돼
문건에 “작전결과는 대면보고만”
2014년 사이버사 댓글 수사땐
김관진·청와대 전혀 언급 안 돼
문건에 “작전결과는 대면보고만”
■ MB,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직접 챙겨 ‘비에이치 협조 회의 결과’의 첫번째 지시사항은 군무원 채용 건이다. 국방부는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 “소요인력은 순수증편 방안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확보를 요청할 때 청와대가 ‘지원사격’ 해줄 것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에 “국방부 입장에 동의한다”며 기재부 예산 요청 시 군무원 순수증편이 “대통령 지시”, “대통령께서 두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밝혔다. 군무원은 군부대에서 군인과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에 불과한데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을 “두차례” 지시하고, 이를 위한 예산 편성까지 기재부에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채용 지시 이후 같은 해 7월 사이버사는 신임 군무원을 전년(8명) 대비 10배 늘어난 79명을 신규채용했고, 그 가운데 47명을 댓글공작을 벌인 530심리전단에 배속했다. 일상적인 군무원 채용이 아닌 ‘공작 업무’를 위한 군무원 채용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통상 11월에 이뤄지던 군무원 채용이 2012년에는 7월로 앞당겨 이뤄졌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심리전단 인원을 대거 확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채용된 군무원들은 7월2일부터 8월3일까지 기무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7월27일 김관진 장관은 사이버사 창설 이래 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정신교육’에 나서기도 했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학교(1953년 설립)와 국군사이버사령부(2010년 설립) 설립 이후 장관이 직접 강연하거나 방문한 것은 김관진 장관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 대북 심리전 대신 ‘대남’ 작전 수행 군 사이버사는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31단과 사이버전 담당 510단, 대북심리전을 맡는 530단, 교육훈련을 담당한 590단으로 이뤄져 있다. 사이버사 댓글공작을 벌인 530심리전단의 설립 취지와 활동 영역은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지만, 청와대는 이들에게 당시 국내 주요 현안에 대한 집중대응을 요구했다.
문건을 보면 ‘북한의 대남 C(사이버)-심리전 대응전략’과 관련해 국방부가 ‘북한·종북세력의 위협 등에 대한 대응계획’을 보고하자, 청와대는 “창의적인 대응계획을 높이 평가”하면서 “주요 이슈에 대한 집중대응”을 요구했다. 청와대가 ‘주요 이슈’의 사례로 든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탈북자 인권 유린 등으로 모두 당시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던 국내 현안들이다. 대북심리전이 아닌 ‘대남’ 작전을 수행한 꼴이다. 앞서 지난 18일 공개된 ‘2012년 사이버 심리전 작전지침’(2012년 2월 작성)에도 사이버 심리전을 벌이는 대상으로 핵안보 정상회의, 총선, 여수엑스포, 대선 등이 적시돼 있었다.
■ ‘대면보고’ 받으며 흔적 지우기 2014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 댓글공작 최종수사 발표에선 김관진 전 장관과 청와대의 개입 여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조사본부의 결론은 530단의 댓글활동이 정치 관여의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관여하게 된 것이고, 김 전 장관에게는 보고된 것이 없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김 전 장관은 서면조사도 받지 않은 채 수사가 종결됐다.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기획관은 비공개로 2~3차례 방문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리됐다는 것이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문건을 보면,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은 사이버사에서 작성하는 일일 동향보고서와 작전결과를 모두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엔 국방비서관실이 “동향보고서는 (천영우) 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 (윤영범) 국방비서관에게 제공, 작전 결과는 대면보고만 가능하도록 협조”를 요청한 대목이 나온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철희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제도언론 길들이기와 인터넷 여론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2012년 총선·대선이 그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정권의 안보 핵심에 있었던 김관진 전 장관부터 조사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범정부 차원의 댓글공작을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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