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른바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미궁에 빠졌고, 부실 수사 의혹 등은 갈수록 증폭됐다. 여권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인물이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2011년 9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박용철 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그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박용수 씨는 사건현장 부근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용수 씨 역시 박 전 대통령 5촌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혔기에 이 사건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용수 씨가 용철 씨를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용수 씨가 죽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친박 진영에선 사건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됐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후 기류는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탄핵 정국 때부터 5촌 살인사건에 대한 재검토 주장이 확산됐고,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한 친문 의원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 많다.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 특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핵심 쟁점은 용수 씨가 과연 용철 씨를 죽인 범인이 맞느냐다. 한때 박 전 대통령 개인 경호를 맡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거구였던 용철 씨에 비해 용수 씨는 체격이 왜소했다. 사건 발생 후 둘의 지인들이 ‘용수 씨가 용철 씨를 흉기로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 이유 중 하나다. 이밖에 용수 씨가 범인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런 부분들은 한두 개가 아니다.
둘 모두와 친분이 있는 한 사업가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둘의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용수 씨가 용철 씨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다. 욱해서 죽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둘의 체급 차가 너무 많이 난다. 평소 성격 역시 용철 씨가 다혈질이었고, 용수 씨는 차분했다. 용수 씨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제3의 인물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이런 배경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중국에서 전해졌다. 중국에서 청부 폭력 등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조선족 폭력배 일당 중 한 명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게 골자다. 이 증언은 현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수감 중인 복수의 조선족들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중국 정보당국자는 “조선족 폭력배들을 조사하다 그런 내용의 진술이 나온 게 맞다. 당사자는 아직 붙잡지 못했지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조선족이 전한 얘기라 신빙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에서 떠들썩했던 5촌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이 자기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가 사건을 전후로 국내를 다녀온 것도 맞더라. 박용철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와서 여러 번 그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그를 체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의 정보당국자를 포함해 중국 측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그는 40대 조선족 남성으로, 한때 일본 야쿠자 조직에도 몸 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선 주로 도박과 청부 폭력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러 2년여 전부터 쫓기는 신세다. 그 전엔 한국을 자주 오갔다고 한다. 용철 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런 사항들에 대해 중국 측은 아직 국내 관련 기관에 전달하진 않은 상태다. 중국 정보당국자는 “한국에서 종결된 수사에 대해 우리가 뭐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 더군다나 아직 체포도 하지 않았다. 또 중국에서 저지른 불법행위가 조사 대상”이라면서도 “다만, (5촌 살인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요청이 들어오면 협조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지령 1317호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새로운 정황 셋’ 기사를 통해 용철 씨가 중국 쪽 청부업자들과 돈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용철 씨 지인은 “용철 씨가 누군가로부터 ‘해결사’ 업무를 청탁받은 뒤 이를 다시 중국 쪽 청부업자들에게 넘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돈이 중간에 비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그 청부업자들이 돈을 추가로 요구해와 용철 씨가 돈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용철 씨에게 해결사 업무를 청탁한 쪽과 이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 청부업자와 지금 중국 공안이 쫓고 있는 용의자가 일치하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열쇠다. 이를 통해 용철 씨에게 해결사 민원을 의뢰한 배후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진범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과는 별개로 사건의 조작·은폐 가능성과도 맞닿아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2011년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MB 청와대는 민정실 주도로 경찰 수사와는 별개의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도 용철 씨 주변의 의심스런 조선족들 흔적이 발견됐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사건에 개입한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단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MB 정권 역시 차기 유력 주자 이름이 거론되는 사건에 부담을 느꼈고, 이들에 대한 수사는커녕 많은 의문점만 남긴 채 사건은 마무리됐다. 현 정권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5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MB 정권에서 만들었던 자료들을 확보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이를 폐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1년 9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박용철 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그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박용수 씨는 사건현장 부근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용수 씨 역시 박 전 대통령 5촌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혔기에 이 사건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용수 씨가 용철 씨를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용수 씨가 죽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친박 진영에선 사건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됐었다.
핵심 쟁점은 용수 씨가 과연 용철 씨를 죽인 범인이 맞느냐다. 한때 박 전 대통령 개인 경호를 맡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거구였던 용철 씨에 비해 용수 씨는 체격이 왜소했다. 사건 발생 후 둘의 지인들이 ‘용수 씨가 용철 씨를 흉기로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 이유 중 하나다. 이밖에 용수 씨가 범인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런 부분들은 한두 개가 아니다.
둘 모두와 친분이 있는 한 사업가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둘의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용수 씨가 용철 씨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다. 욱해서 죽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둘의 체급 차가 너무 많이 난다. 평소 성격 역시 용철 씨가 다혈질이었고, 용수 씨는 차분했다. 용수 씨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제3의 인물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이런 배경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중국에서 전해졌다. 중국에서 청부 폭력 등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조선족 폭력배 일당 중 한 명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게 골자다. 이 증언은 현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수감 중인 복수의 조선족들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중국 정보당국자는 “조선족 폭력배들을 조사하다 그런 내용의 진술이 나온 게 맞다. 당사자는 아직 붙잡지 못했지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조선족이 전한 얘기라 신빙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에서 떠들썩했던 5촌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이 자기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가 사건을 전후로 국내를 다녀온 것도 맞더라. 박용철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와서 여러 번 그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그를 체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의 정보당국자를 포함해 중국 측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그는 40대 조선족 남성으로, 한때 일본 야쿠자 조직에도 몸 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선 주로 도박과 청부 폭력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러 2년여 전부터 쫓기는 신세다. 그 전엔 한국을 자주 오갔다고 한다. 용철 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런 사항들에 대해 중국 측은 아직 국내 관련 기관에 전달하진 않은 상태다. 중국 정보당국자는 “한국에서 종결된 수사에 대해 우리가 뭐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 더군다나 아직 체포도 하지 않았다. 또 중국에서 저지른 불법행위가 조사 대상”이라면서도 “다만, (5촌 살인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요청이 들어오면 협조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지령 1317호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새로운 정황 셋’ 기사를 통해 용철 씨가 중국 쪽 청부업자들과 돈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용철 씨 지인은 “용철 씨가 누군가로부터 ‘해결사’ 업무를 청탁받은 뒤 이를 다시 중국 쪽 청부업자들에게 넘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돈이 중간에 비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그 청부업자들이 돈을 추가로 요구해와 용철 씨가 돈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용철 씨에게 해결사 업무를 청탁한 쪽과 이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 청부업자와 지금 중국 공안이 쫓고 있는 용의자가 일치하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열쇠다. 이를 통해 용철 씨에게 해결사 민원을 의뢰한 배후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진범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과는 별개로 사건의 조작·은폐 가능성과도 맞닿아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2011년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MB 청와대는 민정실 주도로 경찰 수사와는 별개의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도 용철 씨 주변의 의심스런 조선족들 흔적이 발견됐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사건에 개입한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단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MB 정권 역시 차기 유력 주자 이름이 거론되는 사건에 부담을 느꼈고, 이들에 대한 수사는커녕 많은 의문점만 남긴 채 사건은 마무리됐다. 현 정권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5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MB 정권에서 만들었던 자료들을 확보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이를 폐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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