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딸 연구 논란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아들의 연구 논란으로 번지며,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의협은 조국 딸 2008년 논문은 IRB승인 없어서 무효라고 하고, 나경원 아들 2015년 논문은 IRB승인 없는데 문제없다고 한다. IRB승인이 필수가 된 것은 2013년이다.”라는 주장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법무부장관 지지층을 중심으로 많이 공유되고 있는 반면 IRB 승인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조국 딸 논문 취소는 의협이 아닌 대한병리학회
의협은 의사들을 회원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체로 주로 개원가 의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국가 의료정책 및 수립에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대내외활동, 대의원활동, 공익 활동, 발간사업 등을 하고 있다. 연구 및 학술활동도 하고 있지만 주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한병리학회는 학술대회, 학술지 발간, 연수교육, 전공의 수련, 정도관리, 보험업무, 국제협력 등 말 그대로 학술활동이 주가 된다.
논문에 대한 판단은 학회에서 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다. 게다가 조 장관 딸의 논문은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렸다. 논란이 된 논문에 대한 판단은 의협이 아닌 대한병리학회에서 내렸다.
대한병리학회는 지난 5일 해당 논문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주된 취소 사유는 ‘저자 역할의 부적절성’과 ‘IRB 승인 허위 기재’다. 책임저자 장영표 교수를 제외하면 조 씨를 포함한 다른 저자들의 역할이 분명치 않은 점,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승인을 받았다고 기재한 점 등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장영표 교수는 ‘이 논문은 단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본문에 기술했으나 승인받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당시 병리학회 학술지 투고 규정에서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IRB로부터 연구 수행에 관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협은 지난 2일 해당 논문을 철회해줄 것을 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해당 연구 주제와 내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조국 후보자 자녀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제1저자만큼 기여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부분적인 번역이나 단순한 업무에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이를 제1저자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에서 "나경원 아들 연구 문제없다"고 한 적도 없어
“의협이 나경원 아들 2015년 논문은 IRB승인 없는데 문제없다고 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의협은 지난 10일 “조국 법무부 장관 딸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이 각각 제1저자로 등록한 논문과 포스터 연구는 저자 자격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전혀 달라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문은 제1저자에 대한 명확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포스터 연구’는 그런 기준이 없는 데다 학회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같은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장관 딸 논문의 경우 의협 윤리위에서 논의 중이지만, 나 대표 아들 김 모 씨의 ‘포스터 연구’는 윤리위원회 등 의협의 공식 석상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모 씨가 윤형진 서울대의대 교수 연구실 인턴 당시 수행한 포스터 연구의 쟁점은 ‘포스터를 일반 논문과 똑같이 볼 수 있는가’와 앞서 조 장관 딸의 경우처럼 ‘제1저자 이름을 올리고도 IRB승인을 받지 않은 점’ 등이다.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고 있는 현 의협 집행부의 성향상 김 씨의 포스터 연구에 대한 공식 평가 자체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논란이 진행 중이지만, 김 씨의 포스터 연구 자체에 대해 시시비비를 판단한 바는 없다.
김 모 씨의 포스터 연구는 당시 서울대병원 IRB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현재 서울대병원 측이 심의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해당 포스터 연구의 책임저자인 윤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가 미준수보고서를 아직 서울대병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상 약 1년 뒤인 2020년 9월 8일까지 제출을 미룰 수 있어 심의 자체가 흐지부지되거나 관심이 식을 때까지 일단 미루고 보자는 것 아니냐는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씨 논문과 김 모 씨 포스터연구 모두 IRB승인 필요
조 씨 논문과 김 모 씨 포스터연구의 IRB승인 필수여부 주장도 정확하지 않다. 해당 주장은 “IRB 승인이 필수가 된 것을 2013년부터로, 조 씨의 논문이 제출된 2008년은 해당이 안 되고 김 씨의 포스터연구가 제출된 2015년부터는 필수였다”는 것이다.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기관생명윤리위원회)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간 또는 인체유래해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나 배아 또는 유전자 등을 취급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의 확보가 필요한 기관에서 연구계획서 심의 및 수행 중 연구과정 및 결과에 대한 조사, 감독 등을 통한 연구자 및 연구대상자 등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자율적•독립적 윤리 기구를 말한다.
연구중심대학이나 규모가 큰 대학과 병원에는 자체 내에 IRB가 설치되어 있고, IRB가 없는 소규모의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운영하는 공용생명윤리위원회를 이용해 연구계획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 후 만들어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인간과 인체유래물 등을 연구하거나,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4년 1월 29일 첫 제정돼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08년 6월 5일 일부개정(시행 2008.12.6), 2012년 2월 1일 전부개정(시행 2013.2.2)이 있었다.
2005년 1월 1일 발효 당시에는 배아와 유전자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었으나 2013년 2월 2일부터는 인간대상연구와 인체유래물 연구로 그 규율의 범위를 확장했다.
현재 철회된 조 씨의 논문은 <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으로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는 질환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2006년 12월에 발행된 한국역학회지 28권 2호에 게재된 <관찰 연구와 생명윤리 및 개인정보 보호>에 따르면, “피험자가 어른이며 익명화된 자료로서 공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료만을 사용하는 연구는 IRB 심의의 면제가 된다. 행정적으로 심의 면제가 된다는 확인을 받기 위해 IRB에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익명의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에도 집단이나 그룹이 오명을 쓰게 되거나(stigmatization),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IRB에 상의를 하고 심의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나 인터뷰는 ‘심사 면제’가 아니며, IRB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조 씨의 논문은 유전자에 대한 연구였고 아동이 대상이었기에 IRB승인이 필요했다. 나 대표 아들 김 모 씨의 연구가 IRB의 승인이 필요했다는 것은 KBS보도로 이미 밝혀졌다.
"의협이 편파판정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
정리하면, 조국 딸 논문이 무효라고 한 것은 의협이 아닌 대한병리학회이고, 의협은 조국 딸의 논문도 나 대표 아들 연구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또한 나 대표 아들의 연구도 조국 딸의 논문도 모두 IRB 승인이 필요했다.
현재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의협은 조국 딸 2008년 논문은 IRB승인 없어서 무효라고 하고, 나경원 아들 2015년 논문은 IRB승인 없는데 문제없다고 한다. IRB승인이 필수가 된 것은 2013년이다.”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송영훈 팩트체커 sinthegod@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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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0, 2019
[팩트체크]“IRB승인 나경원 아들은 필수였고 조국 딸은 아니었다”의협이 편파판정했다는 SNS 주장 확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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