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양여·무상 대여 등
과거 정부서 부동산 특혜
남산 인근 고도 규제 완화
토지 매매가 더 상승 전망
정치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진 대표적 관변단체 한국자유총연맹이 과거 정부로부터 국유지 양여·무상 대여 등 부동산 특혜를 받아왔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자유총연맹이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인 1973년 무상으로 양도받은 남산 일대 국유지 3만3038㎡(약 1만평)의 올해 공시지가는 584억7429만원에 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남산 고도지구 규제 완화가 추진됨에 따라 지가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무상 양도 결정이 비상국무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2023 자유총연맹 보유자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이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일대에 소유한 대지 1만2417㎡(3756평), 임야 2만621㎡(6237평) 등 3만3038㎡ 땅의 가치는 올해 공시지가 기준 584억7429만원이다. 현재 가격을 알 수 없는 5층 규모의 자유센터 건물까지 더하면 자유총연맹 본부가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은 올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138억원도 받는다.
자유총연맹이 소유한 땅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특성상 개발 제한 완화에 따른 지가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경관 보전과 과밀 억제를 위해 지정된 고도지구 재정비를 추진 중인데 대상 지역에는 남산도 포함됐다. 자유총연맹이 소유한 땅은 고도지구가 아니지만 바로 인접한 다산동과 장충동 등 중구 5개 동에서 12m와 20m로 제한됐던 높이가 최대 40m까지 완화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고도지구 완화는 인근 지역에도 지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노후주택들을 싹 헐고 새 아파트를 짓거나 빌라를 지으면 주변 상권이 살지 않나. 개발이 있는 곳에는 항상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에게는 ‘부익부’인 셈이다.
자유총연맹이 이처럼 노른자 땅을 갖게 된 것은 1962년부터다.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1962년 4월 아시아한국반공연맹(자유총연맹 전신)에 “반공의 영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유진영의 강력한 반공보루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해 8월19일 정부는 반공연맹이 설립 추진 중인 자유센터 부지를 서울 시내 한남동, 장충동 일대의 국유지로 정하고 약 6만평(19만8347㎡)을 무상 대부(대여)하기로 했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무상대여했던 국유지를 반공연맹에 양여하기 위해 법까지 바꿨다. 박정희 정부는 1973년 2월16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주재하에 열린 제11회 비상국무회의에서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양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반공연맹(자유총연맹 전신)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법이 통과된 지 두 달 만인 1973년 4월 서울 장충동 일대 남산자락, 현재 자유총연맹이 위치한 땅이 반공연맹의 소유가 됐다.
비상국무회의는 박 전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한 뒤 국회를 해산하고 1973년 3월11일까지 운영했던 초헌법적 입법기구로 여기서 의결된 법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시민단체 유신청산민주연대 조종주 간사는 “독재정권 하에서 정상적인 대의기구에 의해 이뤄진 결정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당시에 있었던 일들은 명확하게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들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 개정된 법은 현재 자유총연맹법에 남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유총연맹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공유재산 및 시설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근거가 됐다. 자유총연맹은 본부 외에도 충남 공주·서산시, 인천 남구, 경기 용인시 등에 토지 3716㎡(1395평), 인천, 광주, 충남 공주·서산, 전남 담양·완도에 건물 1동씩을 소유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무상 대여·사용 중인 사무실은 2021년 8월 기준 총 185곳에 달한다.
자유총연맹이 자유센터를 소유하게 된 경위도 특혜의 연속이었다. 반공연맹은 당시 5층 규모의 자유센터뿐 아니라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17층, 76m 규모의 ‘국제자유회관’ 건립에 국고보조금 1억원을 지원받고도 재원이 모자라자 국민모금까지 진행했다. 이에 공무원과 학생들의 성금 등 전국민의 ‘정성’ 1억5000만원이 모여 1964년 자유센터와 국제자유회관이 완공됐다. 반공연맹은 이곳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능가하는 통합적인 실천과학을 연구·발전시키며 공산냉전전문가들보다 훨씬 우수한 반공지도자 및 반공실천요원을 교육훈련하겠다”고 했다.
반공연맹의 원대한 구상은 2년 만에 폐기됐다. 반공연맹은 국민모금으로 지은 국제자유회관을 1966년 6월 1억원에 정부에 팔았다. 국제관광공사는 인수한 국제자유회관을 ‘타워호텔’이라고 이름 지어 영업하다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1967년 결국 민간에 매각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1967년 9월14일자 신문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민에게서 모금한 돈으로 세운 건물을 어떻게 마음대로 민간업자에게 넘겨줄 수 있느냐면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에도 저촉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워호텔은 현재는 리모델링돼 반얀트리 클럽&스파 호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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