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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29, 2011

"곽노현은 정면으로 맞서 끝까지 싸워라!"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의 혐의를 검찰이 발표하자마자 세상이 시끄럽다. 진중권은 곽 교육감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하고, 조국은 오세훈이 사퇴한 마당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하며", 박지원, 손학규, 김종배 그리고 '2010서울교육감시민선택'이라는 단체까지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는 이들과 생각이 전혀 다르다.

우선 주변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 일이 왜 이토록 화제가 되는가? 오세훈의 무모한 주민 투표에서 시작된 논란의 열기에게 새로운 먹잇감이 슬그머니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검찰과 보수 언론이 합작한 전형적인 여론 조작의 수법이다. 최연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때도 대중감성이 바짝 달아올랐다가 식으려는 찰나에 이해찬의 골프 기사가 그 먹잇감으로 제공되었다.

그래서 최연희가 지펴놓은 불에 이해찬이 화상을 입었다. 당시에도 진보 진영인사들이 "도덕성"을 목청높이 부르짖으며 (스스로는 주역이라고 착각하면서) 보수파의 여론 조작에 충실하게 봉사했다. 이번의 불은 오세훈의 오기와 권력욕에서 시작되었다. 그 불에 스스로 데어 넘어졌는데, 여론의 흥분 상태는 가라앉기 전이다.

검찰과 보수 언론이 "여기 곽노현도 있는데"라면서 변죽을 울린다. 진보라는 사람들이 다시 곽노현을 불속으로 밀어 넣는다면, 도덕성이라는 가식에 눈이 돌아갔다고밖에 달리 평할 길이 없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뉴시스
곽노현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서 이런 말은 하는 것 같은가? 곽노현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가 있어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생기는가? 둘 다 당연히 아니다. 사람을 공격할 때에는 공격하는 편이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 공격당하는 사람을 변호하는 데에는 공격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으로 족하지, 무죄를 입증할 수 없는 한 변호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는 한 천안함은 북한발 어뢰로 침몰했다는 식의 억지는 인류의 지성을 모욕하는 반인륜 범죄다. 그런데 어떻게 이 경우에는 입증 책임을 곽노현에게 지우는가? 그것도 그의 교육 정책은 바른 방향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교육 혁신가치마저 훼손될 우려"를 핑계로 대는가?

이런 저런 보도를 종합해서 나름대로 추정해 보니 박명기가 교육감 집무실로 찾아가 "약속한 돈 왜 안 주느냐?"고 요구한 적은 있는 모양이다. 그때 어떤 문건을 들고 왔는데 사퇴 협상 과정을 자기정리한 노트였다고 한다. (☞관련 기사 : "박명기, 지난해 5월부터 곽노현 선대본에 돈 요구")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언론에 자꾸만 흘리는 배경에 이 이상의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곽노현이 무죄라고 믿을 만한 여지가 많다. 영미법 용어로 "합당한 의심"의 여지가 풍부하다.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후보 사퇴의 대가를 약속했다는 증거 또는 증언이 없는 한, 박명기가 말하는 "약속"는 일방적인 기대였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곽노현은 지금 사법적인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박명기에게 대가를 약속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법정은 세속 법정이지 천당과 지옥을 나누는 옥황상제의 법정이 아니다. 곽노현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박명기가 저랬을 적에는 뭔가 묵계가 있었으리라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반면에 묵계가 있었다는 증거나 증언이 나오지 않는 한, 묵계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묵계가 있었다는 확증도 없고 없었다는 확증도 없는 의혹의 상태에서 피고인 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인권이니 정의니,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표방하는 가치의 대부분이 형체도 없이 스러지고 만다.

도덕의 기준이 아니라 세속의 기준으로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까닭은 곽노현을 엮은 조항이 도덕률이 아니라 실정법 조문이기 때문이다. 후보 사퇴를 대가로 거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대한민국의 공직선거법이라고 하는 세속적인 실정법의 규정이다. 이 조항은 처벌 규정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일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우연찮게도 정두언은 "시장-교육감 러닝 메이트 제"를 해법으로 제안했다는 데, 공직선거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러닝 메이트 합의를 위한 뒷거래도 불법으로 엮자면 쉽게 엮을 수 있다.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나 후보자에게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 표시를 승낙한 자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


가령 이재오가 겉으로는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맘속으로는 행여 대통령 후보로 나서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두언이 이재오에게 한나라당 대표로 밀어줄 테니까 대통령 후보로는 자기를 지지해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 할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 에게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에 딱 걸리는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처벌 규정 중에 이런 식으로 모호하며 포괄적인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법률 환경은 주구 노릇으로 권력자의 눈에 들기를 바라는 일부 검사와 경찰서식할 수 있는 온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목에 걸면 목걸이가 되는 조항들이기 때문이다.

법이 이 모양이니 기득권 세력은 명백한 물증 앞에서도 잡아떼기에 이골이 나 있다. 나는 그래도 명백한 물증이 있다면 실정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 말은 그러니까 명백한 확증이 있기 전에는 법정에서도 여론 재판에서도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재판에서 지면 법대로 처벌 받으면 그뿐이다.

악한 법과 악한 사법 기관 때문에 희생양이 된 것인지, 벌 받을 짓을 해서 벌을 받은 것인지는 예수나 석가나 옥황상제의 법정에서 다시 판가름을 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곽노현도 그렇게 하면 된다. 곽노현이야말로 그렇게 해야 한다. 자연인으로서가 아니라 교육감으로서 그렇게 해야 한다.

법학 교수 출신이니 법정에서 잘 싸워서 상대가 설사 최악 수준의 권력형 검사라고 할지라도 꼭 승소하기를 바란다. 만약 진다면? 조봉암, 장준하, 문익환, 김대중도 재판에서 졌다. 아, 이건희와 이명박도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현 단계에서 곽노현에게 실망했다는 말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치지 말라는 식의 도덕 프레임에 빠져있다는 말이다. 나는 진보 세력에게서 이런 사고방식을 목격하기가 지겹다 못해 역겹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나는 이렇게 썼다.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자, 아무도 간음한 여인을 더 이상 때리지 못했다. 현인택의 잘못은 예수의 가르침에 기대서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이필상에게는 예수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 받은 자가 돌아서자마자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자를 옥졸에게 넘기는 짓이 한국 사회의 일상적인 규범이 되어 있는 것이다. 간음한 여인을 때리지 말라고 설교한 예수도, 만 달란트를 용서받자마자 백 데나리온을 그악스럽게 뜯어내는 악독한 종은 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마태복음 : 18장 34~35절).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보수파에게는 예수의 논리로 현인택을 용서하는 반면에, 진보파에게는 악독한 종이 했던 짓을 하고 있으면서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 도덕의 탈을 쓴 권력)

나 자신 죄가 많기 때문에, 감히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는 말 못한다. 단, 곽노현이 아니라 박동천이라도, 다짜고짜 돌로 치지 말고 죄 지은 만큼만 벌하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죄 지은 만큼만 벌하려면 물론 무슨 죄를 졌는지를 세밀하게 확인하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 이런 노력도 없이 돌멩이부터 집는 자는 악독한 종이다.

도덕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 자는 그 틈에 자기만 깨끗한 척하는 가식의 죄를 추가하는 셈이다. 한국 사회의 진보를 원하면서 이런 가식의 습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한, 한국에서 진보 정권은 성립해도 불과 2~3년을 버티기 어렵다. 보수 언론이 여론의 말초적 감정에 불을 지를 때 사태의 진상을 분별하기 전에 먼저 자기 몸에까지 불이 붙을까봐 공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어리석고 부도덕한 가식의 바람몰이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래서 곽노현은 사퇴하지 말고 현실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가식의 장막을 뚫고 현실을 직시하는 데 모든 진보의 유일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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