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지휘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청원 5일 만에 1만4000명 동의…갑론을박 계속
과도한 훈련에 대한 규탄도…"오히려 사기저하"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과도한 체력 훈련과 휴가 제한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현역 육군 군단장(중장)을 보직해임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예비역 단체는 9일 "지휘관의 지휘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과도한 훈련이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 저하나 전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최대 예비역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군의 가장 기본 임무인 훈련을 강하게 시킨 지휘관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이틀 동안 1만명이 동의했다고 하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청원인은 지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7군단장 윤의철 육군 중장을 보직해임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윤 중장이) 부대 지휘관으로서 굉장히 비합리적인 부대 운영과 지휘, 명령으로 수많은 젊은 군 장병들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9일 현재 1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다. 윤 중장은 사단장 시절부터 모든 장병들에게 체력검정에서 특급전사 달성을 강요했으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휴가나 외출, 외박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향군은 "지휘관은 평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은 물론 장병들의 체력단련과 전술전기를 연마한다"며 "지휘권이 외부의 간섭을 받거나 흔들리면 군대 다운 군대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향군은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라며 "이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지휘관들의 지휘권을 흔들어 대는 것은 결국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평소 실전과 같은 강한 훈련을 통한 전술전기를 숙달하는 것"이라며 "군이 사기충천한 가운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군을 응원하고 사기를 북돋아 줄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군 안팎에선 교육 훈련과 관련된 지휘관의 보직해임 청원이 올라와 지지를 받으면서, 군 대비태세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훈련이 여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병사 개개인의 체력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특급전사 달성을 요구하며 휴가 등에 차이를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윤 중장은 최근에도 예하사단을 찾아 작전이나 훈련과 관련된 것이 아닌 포상휴가는 엄격하게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급전사 달성 등이 아닌 체육대회나 기타 공모전으로 인한 포상휴가는 허용하지 말라는 취지다.
한 예비역은 "전투력 향상을 위한 체력증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강도가 높은 훈련과 포상휴가의 기준은 전투력 손실이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체력훈련은 군의 기본임에도 유독 이번 사건이 장병들의 관심을 받으며 보직해임 청원까지 올라온 것은 지휘관의 리더십 문제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해당 지휘관은 지휘관에게 부여된 지휘권 범위 내에서 강군 육성을 위한 체력 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급전사에 미달성해서 (병사의) 휴가를 제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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