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이같은 증거가 왜 장기간 숨겨져 있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주장은 주장일 뿐이라면서, 사실로 확정하길 보류한 사람들을 비난하라고 '여론몰이'""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사실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나꼼수' 김용민, 박원순 옹호.."문자 보면, 朴이 금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 모습 읽혀"
"자신을 위해 일하는 이의 민망한 문자에도 대꾸해줘야 한다는 '선의'가 읽혀" 주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여비서 A씨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의 일부가 공개돼 정치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친(親) 민주당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팟 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강한 의구심을 표하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나섰다.
황교익씨는 "우리는 아직 그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일단 증거를 수집하는 게 순서"라면서 "그의 여비서가 그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이같은 증거가 왜 장기간 숨겨져 있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사실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이 문자를 보면, 박 전 시장이 금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 모습이 읽힌다"며 "이런 박원순 전 시장을 천하의 성추행범으로 몰면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쓰O기들이 많다"고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그가 죽은 이유에 대한 주장은 있고 그 주장에 구체적 증거는 없었다"며 "다수의 사람들은 구체적 증거 없는 주장을 사실로 확정해야 한다며 윽박질렀으며, 주장은 주장일 뿐이라면서 사실로 확정하기를 보류한 사람들을 비난하라고 여론몰이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파쇼. 자신들의 주장을 신념화한 집단이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공격하는 정신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원순 시장의 텔레그램을 보니, '사랑해요…꿈에서는 아무거나 하세요'라는 비서의 코멘트에 'ㅋㅋㅋ'라고 답했다가 금방 '시집가야 할 텐데…아빠가 된 듯하다'라고 답한다"며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응대했던 사람으로서 상대, 그것도 자신을 위해 일하는 이의 민망한 문자에도 대꾸해줘야 한다는 선의가 읽힌다"고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그러면서 'ㅋㅋㅋ'를 쓴 자신을 보며 '아차'했던 느낌이 들었던지 '아버지' 드립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용인 수지를 지역기반으로 한 정춘숙 저 페미 정치인의 '그럴 리 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럴 리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근현대 형사법체계가 만든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면서 "정춘숙 드립은 이를 허무는 중세의 칼날이다. 이 칼을 휘두르는 자가 공당의 국회의원을 더 이상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확고한 신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춘숙 등 페미 정치인을 시민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절반의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자가 국회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 김 이사장은 "펨코(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보니 박원순 사건에 대해 일방적이다. 하긴 '두 얼굴의 진보(좌파)'로 이만한 상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은 어쩌면 2030 남성의 억울함과 맞닿아있을 수 있다"며 "부실한 증거와 추단으로 일개인을 사냥하는 파시즘은 아닐지, 정파적 논리를 잠깐 내려놓고 박 시장 사건을 봐줬으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짚어볼 대목이 한두군 데가 아니다. 손병관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을 편견없이 읽어봐주기 바란다. 손병관 기자는 이 책을 썼다가 사내 왕따를 당하다시피 했다"면서 "'박근혜 탄핵'을 목 놓고 외쳤던 나 역시 당시 박근혜 및 태블릿 PC 수사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한동훈이 했기 때문이다. 진실 앞에 성역은 없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앞서 전날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의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포렌식(전자 법의학 감식)을 통해 복구된 문자 일부를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정철승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나머지 여비서의 과도한 접근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사에게 선을 넘어 접근하는 이성 직원이 아무리 충실하더라도 거리를 둬야 한다"며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만 오래 해 상사에게 선을 넘어 접근하는 이성 부하직원을 겪어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공개된 대화내용을 보면 해당 여비서는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고고 굿 밤. 꺄 시장님 ㅎㅎㅎ 잘 지내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그러나 저러나 빨리 시집가야지 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했다. 이에 여비서는 'ㅎㅎㅎ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의 저자 손병관 OOO뉴스(언론사명) 기자는 "정 변호사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 기자는 "많은 분이 경악할 내용이지만 그 대화 내용에서 가장 뜨악한 부분이 여비서의 '사랑해요'였다"며 "처음에는 박 전 시장이 여비서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판단해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생각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 말을 한 것은 여비서였다"고 주장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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