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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y 19, 2019

이명박이 만든 '유령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경악 [삽질의 종말 23] 4대강사업 예산낭비의 흔적을 찾아서

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5월 말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합니다.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5월 초에 출간했습니다.[편집자말]

 사람도 찾지 않는 백제보 수변공원. 조경수는 말라죽었다.
▲  사람도 찾지 않는 백제보 수변공원. 조경수는 말라죽었다.
ⓒ 김종술
  
'왜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수나? 국가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데 왜 국민 세금을 낭비해야 하나?'

요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주하는 질문이자 정치 구호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4대강조사위)가 지난 2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종보 등 3개보의 해체-부분해체를 제안하자 이에 발끈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결의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역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서 이재오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는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한 데 책임 있는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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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황당한 공간이 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찾아간 금강. 4대강사업 때 조성된 생태공원에는 사람이 없고, 강변 선착장에는 배가 없었다. 억새 단지에는 억새가 없고, 오토캠핑장에는 차가 없었다. 어류관찰대에는 안내판에 나온 물고기가 없고, 이 모든 예산 낭비를 방치하거나 주도했던 사람 중에는 책임진 사람도 없었다.

이상돈 국회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4대강사업 때 조성한 생태공원과 자전거길 유지보수 비용은 304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이 최근 반대하는 세종보를 해체하는 데 필요한 예상 비용은 127억 원. 결국 세종보를 23번 뜯어내고도 남는 세금을 '유령공원' 유지관리비 등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4대강사업 때 휘황찬란한 강변 조감도를 제시하면서 국회에서 국민 세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이다. 이에 대해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이 지금 예산 낭비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4대강조사위가 발표한 보 처리방안의 비용편익 분석에는 매년 이런 시설물들을 유지관리하려고 낭비되는 예산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세종 한글공원]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어린이 놀이터까지 만들어놓은 세종시 한글공원에 낚시꾼들만 간간이 찾아든다.
▲  어린이 놀이터까지 만들어놓은 세종시 한글공원에 낚시꾼들만 간간이 찾아든다.
ⓒ 김종술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강. 세종시에서 비포장도로로 진입해 30여 분 달리니 세종대왕이라는 표지석이 놓여있는 한글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부터 3년간 3억 7500만 원을 들여 꾸민 4대강 친수공원이다. 누가 봐도 시민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서 찾아올 수 없는 외딴 곳이었다.

어린이 놀이터의 미끄럼틀에는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흔적이 없어보였다. 그네에는 거미줄이 쳐 있고 시소와 운동기구는 녹슬었다. 간혹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과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여기저기서 뒹굴고 있었다.

하천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접근금지다. 들어가지 못하도록 '수리중'이라는 줄이 쳐 있다. 데크 울타리에는 진흙이 쌓여있다. 지난해 장맛비에 침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닥의 플라스틱 데크는 군데군데 들떠서 떨어져 나가고 일부는 들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판을 잘라서 볼트를 채워 놨다.

그 앞쪽의 인공 수로는 낚시꾼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만큼 이용객이 없다는 증거다. 4대강 친수공원 이용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이곳의 이용객은 1만 502명. 하루 평균 28.7명이다.

휴일인 이날 1시간 정도 한글공원에 머물며 취재했다. 놀이터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시민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힌 사람은 2명. 밤낚시를 위해 둔치에 세워둔 차량은 2대가 전부였다.

지난밤 이곳에서 낚시를 했다는 한 시민은 "연기군 시절부터 이곳에 살면서 낚시를 다니고 있는데 어젯밤 붕어 두 마리를 잡았다"면서 "사람들이 찾지 않아 조용하고 낚시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인데 4대강 사업 이후 물고기도 잡히지 않는 썩은 강이 되었다"고 말했다.

인근 세종공원 상황은 더 열악했다. 14억 원 넘게 들여 만든 공원으로 금강을 멋지게 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4대강 친수공원 이용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용객은 6명 정도다. 4대강 친수공원 중 하루 평균 이용객이 50명 이하인 곳은 49곳이다.

[세종 마리너 선착장] 요트가 없다
 
 수상레저 금지구역에 세운 마리너선착장은 준공 이후부터 기자들의 단골 취재장소다.
▲  수상레저 금지구역에 세운 마리너선착장은 준공 이후부터 기자들의 단골 취재장소다.
ⓒ 김종술
 
한글공원 취재를 마치고 이동한 곳은 세종보 상류 500m 지점에 있는 마리너 선착장이다.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붉은 글씨로 '수상레저·물놀이·낚시금지구역'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수상레저안전법 제25조 및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6조 같은 법 제41조에 의거 수상레저·물놀이·낚시금지구역입니다. 제한구역: 세종보 상, 하류 1km이내. 지정사유: 금강 세종보 수문개폐시 빠른 유속으로 인한 안전사고예방."

1km 이내에 수상레저를 금지하면서 500m 지점에 레저 선착장을 만든 것이다. 4대강사업 때 세종시에 조성한 4개의 마리너 선착장은 준공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됐다. 세종보 상류 인근에 세운 선착장은 수상레저 금지구역으로 사용이 불가능했고, 그 위쪽의 선착장도 토사가 쌓여서 2015년부터 배를 대지 못했다.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선착장은 흉물로 변해 있었다. 이곳에도 역시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었다. 선착장을 물 위로 띄우기 위한 바닥의 부표는 풀 위에 얹혀 있고 곳곳에 주먹 만한 펄조개가 입을 쩍 벌리고 죽어있었다. 

실제 마리너 선착장에 요트는 없었지만 수문개방 이전에 이곳은 매년 '죽은 강'을 보기 위한 언론사들의 단골 취재장소였다. 금강 본류 가장자리에 있는 선착장은 준공 뒤 녹조로 뒤덮였다. 큰빗이끼벌레가 선착장 구조물 전체를 감싸고 자랐고 죽은 물고기가 수시로 떠올랐다. 이후 미세입자의 가는 펄층이 밀려들면서 시궁창 바닥처럼 변해갔다.

4대강사업 때 이곳에 배를 띄우려고 모래와 자갈을 퍼내 수심 4m로 만들었지만, 2~3년 뒤에는 펄이 쌓여서 배를 댈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언론사 기자들은 이곳에서 매년 환경부 4급수 수생태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를 캐서 금강의 죽은 모습을 보도하곤 했다.

세종보 수문을 개방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날 마리너 선착장 바닥을 팠더니 황토색 흙이 나왔다. 수문개방 이전에는 한 삽 푸면 시커먼 펄과 함께 '산소 제로지대'에서 사는 실지렁이 수십 마리가 나오던 곳이었다. 흙으로 변하면서 공기 중으로 노출돼 토양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공주 억새단지] 억새가 없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며 식재한 억새밭은 골칫거리로 변한 지 오래다.
▲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며 식재한 억새밭은 골칫거리로 변한 지 오래다.
ⓒ 김종술
 
다음으로 찾은 곳은 공주시 우석면 옥석리와 죽당리에 조성한 대규모 억새단지였다. 4대강사업 때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을 내쫓고 25만평이 넘는 규모의 억새관광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의 당초 롤모델은 <공동경비구역 JSA> <추노> <자이언트> 등 TV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이 넘쳐나는 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이었다.

신성리 갈대밭은 6만평이었지만, 10억 5300만원을 투입해 이보다 4배 가까운 규모의 억새밭을 조성했다. 공주보와 연계한 관광벨트화로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포부였지만, 이날 찾아간 이곳에는 억새는 없고 유채꽃이 한가롭게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인적이 없는 벌판에 나비와 벌들만 유채꽃 주변을 맴돌며 꿀을 빨고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몇 해 전에 만났던 한 공무원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갈대도 아니고 거대억새라서 그런지 도통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산과 길하나 사이에 밀집한 거대억새 때문에 불이라도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싹 밀어 버리고 메밀을 심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결국 공주시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지 않자 억새단지 완공 6개월 만에 억새를 베어내고 청보리 3톤을 파종했다. 17㎡로 억새단지의 30%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 때의 롤모델은 고창 청보리밭 축제였다. 2017년 당시 공주시가 청보리를 심으면서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관광 벨트 조성 관련, 인근의 마을 주민들이 참여가 적었다. 인근 주민들이 청보리를 이용하여 체험이나 축제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청보리는) 2016년에 완공이 되고 약간의 다채로움을 추가하기 위해 한 것으로 거대억새를 심어서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관광객이 없어서 청보리밭 축제도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2018년에 심은 게 유채꽃이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이곳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릴 수 있을까? 벌과 나비는 즐겨 찾지만 차량 접근성이 어려운 허허벌판에 유채꽃이 듬성듬성한 곳으로 구경하러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불과 몇 년 만에 3번을 갈아엎는 데 낭비한 돈은 국민 세금이다.

이날 기자와 통화한 공주시 담당자는 "자리를 옮겨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악이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청양 오토캠핑장] 차와 텐트가 없다
 
 5만㎡ 규모의 면적에 자동차 42대를 수용할 수 있으며 샤워장, 음수대, 족구장, 피크닉테이블,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캠핑족은 한명도 없었다.
▲  5만㎡ 규모의 면적에 자동차 42대를 수용할 수 있으며 샤워장, 음수대, 족구장, 피크닉테이블,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캠핑족은 한명도 없었다.
ⓒ 김종술

충남 청양군 동강리 오토캠핑장으로 차를 몰았다. 4대강사업 때인 2012년에 국토관리청이 완공해서 청양군에 운영권을 넘긴 곳이다. 5만㎡ 규모의 면적에 자동차 42대를 수용할 수 있다. 샤워장, 음수대, 족구장, 피크닉테이블,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캠핑족은 한명도 없었다.

관리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었다. '순찰중'이었다. 순찰자에게 연락하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토캠핑장의 썰렁한 벤치에 앉아 청양군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 따르면 청양시가 관리하는 친수구역은 오토캠핑장과 왕진지구를 합쳐 1174k㎡. 4대강사업 때 이 지역의 전체 사업비로 60~7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매년 정부는 이곳의 관리비용으로 3억4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오토캠핑장의 경우 3월말부터 6월말, 9월부터 11월인데 1년에 6000명의 연인원이 찾는다"면서 "차량 대수는 1000대 정도 되고 수익금은 40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취재진이 찾아간 5월 1일은 휴일이고 성수기에 속한다. 하지만 오토캠핑장은 텅 비어있고, 야외에 있는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 이곳의 유지관리 인력이 몇 명인지 물었다. 4명이었다. 결국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하천변에 있어서 물이 차면 위험하기에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돈 보다는 청양군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청양군은 "금강변에 위치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자전거길, 산책로, 인근 백제보 및 왕진나루지구에 조성된 둔치 숲, 나루터, 야외무대 등 각종 문화여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청양군은 2018년 국가하천 유지관리 심사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2019년 사업비 2억 원을 인센티브로 받았다. 이 역시 4대강사업 때 만든 사업성 없는 시설물에 쏟아 붓고 있는 세금이다.
 
 
[백제보 수변공원] 유수성 물고기가 없다
 
 드넓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쇠말뚝이 박혀있고 차량 출입은 그림의 떡인 전시용 수변공원.
▲  드넓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쇠말뚝이 박혀있고 차량 출입은 그림의 떡인 전시용 수변공원.
ⓒ 김종술
 
다섯 번째 취재 지역은 백제보 수변공원이었다. 겉보기엔 말끔했지만, 드넓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쇠말뚝이 박혀있다. 차량 출입은 그림의 떡이다. 콘크리트 산책로는 군데군데 땜질을 했고 일부 도로는 바닥에서 튕겨 올라서 솟구쳐 있다. 강변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뒹굴고 데크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다.

공원에 조성된 거대한 잔디구장. 이틀에 한번 꼴로 찾는데, 이곳에서 볼을 차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산중턱에 자란다는 신갈나무를 강변에 조경수로 심었다. 느티나무 수십 그루는 바짝 마른 상태로 말라죽었다.

'금강청남지구'라고 적힌 안내판에는 46곳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표지판에 적힌 장소 대부분은 습지와 잡초 밭이다. '백제의 향기가 흐르는 백마강'이라고 적인 석조물에는 새들의 배설물로 희끗희끗하다. 백제보가 보이는 강변의 깨진 나무테크에 올라서니 소 오줌 빛으로 변한 강물에서 백제의 향기가 풍기지는 않았다.

어류 관찰대로 향했다. 생태해설 표지판에는 돌마자, 납자루, 밀어, 밀어, 참마자, 피라미, 모래무지 등이 서식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어류 관찰대에서 이런 물고기를 볼 수는 없었다.

돌마자는 수심이 얕고 물이 빠르게 흐르며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린 상류에 사는 여울성 어종이다. 모래무지의 서식장소는 바닥에 모래가 깔린 깨끗한 하천의 바닥이다. 참마자는 물이 깨끗하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의 바닥에 사는 물고기다. 4대강사업 때 모래와 자갈을 퍼내고 백제보로 가로막아 바닥이 펄이 쌓인 이곳에서는 살 수 없는 물고기들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금강을 낀 자치단체에 해마다 100억 원 정도를 수변공원 관리비용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부여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 유람하는 사람이 없다
 
 서동호 19톤과 선화호 17톤의 황포돛배 사진만 걸려있는 유람선 선착장.
▲  서동호 19톤과 선화호 17톤의 황포돛배 사진만 걸려있는 유람선 선착장.
ⓒ 김종술
 
이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부여군 시음지구에 있는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선착장과 그 주변에 심은 화려한 조경수, 넓은 축구장 등 한눈에 봐도 4대강사업 때 꽤 많은 세금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곳도 '출입금지'였다.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서동호 19톤과 선화호 17톤의 돛배 사진이 걸려있다. 데크 길을 따라 들어가자 구멍이 뻥 뚫린 채 데크가 부셔져 있었다. 금강수상레저타운의 입구는 두 줄의 쇠사슬이 가로막고 있다. 바지선 안쪽의 철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색이 바란 유람선 운항 노선도에는 신성호 45인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 운행 구간 2km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곳 시음지구 수변공원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됐다. 넓은 공원에는 나무를 심고 축구장과 운동기구까지 설치했다. 그러나 이용객은 없었다. 부여군은 공원 관광객을 유치하여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찾다가 유람선을 운행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면서 선착장을 조성해 줬다. 지난 2일 기자와 통화한 부여군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착장은 4대강 사업으로 공원을 잘 만들었는데, 방치되어 있어서 관광자원을 활성화 시키려고 시음지구에서 (서천) 신성리 갈대밭으로 운항하는 유람선을 개인사업자가 투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서천군에서 돈은 부여군이 벌어들이면서 서천에 쓰레기만 버린다고 해서 신성리쪽에 선착장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생각했던 것처럼 활성화가 안 돼서 안타깝다. 입구에 걸린 황포돛배 현수막은 옛날 사진이다. 지금은 황포돛배는 아니고 일반 유람선으로 운행한다. 지금도 손님만 있으면 운행을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열린 날보다 닫힌 날이 많아서 비정기적으로 운행을 한다. 군에서는 1년에 5~6차례정도 안전관리만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수변 생태공원 조성비로 3조1143억 원이 투입됐다. 4대강 주변 357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금강에만도 92곳이다. '친수 공원'이란 명목으로 만들었지만 이중 대부분은 하루에 10여명도 찾지 않는 '유령 공원'으로 변했다.
 
 
[취재를 마치며] 그대로 내버려 둬라
 
 인구 7만이 거주하는 부여군엔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공원 5배 크기의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유령공원으로 변한 금강 수변공원 관리를 위해 정부는 해마다 100억 원 가량의 유지관리비를 자치단체에 보내고 있다.
▲  인구 7만이 거주하는 부여군엔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공원 5배 크기의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유령공원으로 변한 금강 수변공원 관리를 위해 정부는 해마다 100억 원 가량의 유지관리비를 자치단체에 보내고 있다.
ⓒ 김종술
 
이 기사가 나가면 혹시 지자체들이 나서서 무너진 데크를 수선하고 길게 자란 풀을 깎으면서 산책로를 정비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원과 시설물들이다. 이곳에 세금을 더 이상 쏟아 붓지 말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4대강에 세운 한 개의 보도 해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세금 낭비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강과 영산강에 세운 5개 보의 매년 유지관리비만도 152억 원이 넘는다. 세금낭비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구상권이라도 청구하고 싶다.
 
 강변에 서식하는 주인들이 로드킬로 죽어간다. 사람도 찾지 않는 유령공원은 자연에 되돌려야 한다.
▲  강변에 서식하는 주인들이 로드킬로 죽어간다. 사람도 찾지 않는 유령공원은 자연에 되돌려야 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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