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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15

"OOO장군은 되고 XXX는 안되고" 문건에 세세한 인사평 '한민구 동향 보고' 파문

韓 장관 취임후 입지 갖추기 전인
작년 8~12월 사이 해킹 추정
靑, 장관 해외출장 중 軍 인사 등
"韓 장관이 金 실장에 밀려" 공공연
軍 "정책보좌관실서 작성" 불구
군사보좌관실 컴퓨터 해킹후 유출
고위 장교가 작성 가능성 배제 못해
'한민구 동향보고' 문건으로 군 내 파워게임 논란에 휩싸인 김관진(맨 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신임 대사 수여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군 인사 첩보는 물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동향까지 보고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군내 파워게임 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한 장관이 김 실장에게 확연히 밀린다’는 그 동안의 관측이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문건에 실명을 거론하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라는 식으로 인사를 추천하고 있어 김 실장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 외압 논란도 커지고 있다.
● 한 국방, 김 실장에게 얼마나 밀렸나
유출된 동향보고 문건들은 내용에 비춰 지난해 8~12월 사이에 해킹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말 취임한 한 장관이 아직 군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추기 전이다. 특히 한 장관은 취임 전부터 군 안팎에서 흑색선전과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인사청문회에서 5ㆍ16을 쿠데타라고 답변한데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하지 않아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A비서관, 박지만 회장의 육사 동기인 B장군, 김 실장의 측근 C장군이 한 장관의 강력한 반대파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 여름에 한 장관 경질설이 나올 정도여서 현역 군인들도 한 장관에게 올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장관이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군 인사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한 장관이 해외출장 도중 청와대가 대장인사를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초기 김 실장의 육사 선배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년 만에 물러나고 김장수 전 안보실장도 주중대사로 떠나면서 5년간 국방장관을 지낸 김 실장이 사실상 군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군 안팎의 공공연한 평가다.
실제 문건에는 ‘연합사 부사령관은 실장님의 최악의 작품이라고들 합니다’ ‘OOO 장군의 인사는 적합했다고 봅니다’ 등의 문구가 등장, 김 실장의 군 인사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문건에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동기인 육사 37기들에 대한 인사 건의안도 포함돼 있다. 또 ‘OOO장군은 안 되고 OOO 장군은 대통령이 싫어하고, OO사령관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세세한 인사평까지 문건에 등장한다.
● 누가 김 실장에게 문건을 보고했나
이번 동향보고 문건은 국방부 군사보좌관실 소속 D중령의 컴퓨터가 해킹되면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각각 A4용지 1장으로 구성된 3개의 문건은 앞머리마다 ‘실장님’을 다급하게 찾으며 김 실장에게 군내 장군인사와 김 실장의 평판을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군 관계자는 8일 “문건 내용에 비춰 군 내부사정을 잘 아는 최소 대령 이상의 현역 고위급장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 문건 작성자를 추론해보면 해킹 당한 컴퓨터가 있는 국방부 청사 2층의 군사보좌관실 근무인원이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이곳에는 준장 1명, 대령 1명, 중령 4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군사보좌관실에서 20여미터 떨어진 반대편에는 정책보좌관실이 있는데 이곳에는 국회와 국방연구원(KIDA)에서 파견한 3명의 장관보좌관이 근무하고 있다. 정책보좌관 3명은 모두 민간인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8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군인이 아니라 정책보좌관의 이름을 가진 일반인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역 군인의 소행을 부인했다. 해킹 당한 컴퓨터는 군사보좌관실에 있는데 문건 작성자는 정책보좌관실 소속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군의 다른 관계자는 “정책보좌관실 인원이 한참 떨어진 군사보좌관실로 건너가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할 리 만무하다”며 “한 장관이 이미 사실관계를 보고받고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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