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123정의 세월호 전복설로 진행중인 항소심 재판에서 김경일(구속) 전 해경 123정장이 4일 “후진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밧줄로 당기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정장은 해경123정이 2차 접안 이후 이동하면서 좌우로 뒤틀리는 동안 세월호 선수가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복되는 장면이 담긴 KBS 보도 영상(드래곤에이스 CCTV)에 대해서는 “123정의 한쪽만 엔진이 들어있었기(가동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정장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심리로 열린 김현승씨의 명예훼손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정장은 세월호 구조책임자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과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돼 현재 해남교도소에 복역중이다. 또한 김현승씨는 앞서 해경 123정이 세월호를 전복시켰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김경일 전 123정장은 현장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세월호 선원을 구조한 뒤 후진하는 과정에서 배를 잡아당긴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승씨의 변호인인 김종보 변호사는 박상욱 경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조서에는 검사가 박 경장에게 ‘박 경장이 조타실 출입문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동영상을 보게되면, 123정에서 김종인 경위가 세월호에 연결되어 있는 홋줄을 다른 의경들과 함께 잡아당기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장면은 홋줄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잡고 있으며 진술인이 홋줄을 풀기 위해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홋줄을 놓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처럼 보이는데 어떤가’라고 질문하자 박상욱 경장이 ‘예 그렇게 보이기는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를 두고 김종보 변호사는 “123정이 세월호에 묶인 밧줄(홋줄)을 잡아당긴 것이 사실인가”라고 신문했다.
김경일 전 정장은 “잡아당긴 것이 없다. 우리 배가 잡아당겼다는 것이냐. 아니다”라며 “엔진을 자주 쓰니 (123정의) 선수와 세월호가 안벌어지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밧줄을 왜 묶었는지 모르지 않느냐’는 신문에 김 전 정장은 “지금 생각해보니 간격이 벌어지면 구조 작업을 못하니 안벌어지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 거의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경일 전 해경123정장. 사진=이치열 기자 |
하지만 변호인은 ‘결국 후진하면서 잡아당기는 형국이 됐으며, 많은 의혹이 생긴 것 아니냐’고 신문하자 김 전 정장은 “우리 홋줄이 굵기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원모양을 보이며) 이 정도다. 이 정도 굵기로 배를 끌 수 있겠느냐. 말같지 않은 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는 해경123정이 세월호에 1차 접안한 후 선원들을 구조하고 전남 어업지도선 707호에 인계한 뒤 다시 2차 접안을 통해 일부를 구조하고 나오는 과정이 촬영된 CCTV 영상이 논란이 됐다.
KBS가 지난 2014년 5월31일 <뉴스9> ‘침몰 직전 7분… 해경 뒤로 빠져?’라는 뉴스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민간상선인 드래곤에이스의 CCTV 영상을 KBS가 입수해 보도 한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123정이 연돌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면서 상당한 동력으로 후진하는 것을 알 수 있고, 123정이 멀어지면서 세월호 선수 중앙 높은 흰색 기둥이 해수면에서 30도 정도로 기울어 있다가 바닷속으로 잠긴다. 또한 세월호 선수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123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잡힌다. 123정이 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장면도 나온다. 다만 화면이 흐릿해 해경123정과 세월호가 밧줄로 이어져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고, 영상이 짧게 인용돼 있어 확실한 판단을 하긴 어렵다.
이 당시 후진을 지시한 것이 맞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김 전 정장은 “예”라고 답했다. 그러나 123정 연돌에 굴뚝이 나오는 것에 대해 김 전 정장은 “연기가 하얗게 나온다. 저건 무부하 상태이다. 엔진을 켜둔채 그대로 놔두면 (저렇다). 엔진이 두 개이지 않느냐. 동시에 두 개를 못쓴다. 둘 중 하나만 켜면(좌우로 많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영상엔 세월호 마스트가 잠기고 선수가 살짝 움직이며, 조류의 반대방향인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는 지적에 김 전 정장은 “(123정이) 후진해서 저 정도 각이 생긴다는 것은 힘이 안들어가서 도는 것이지, (123정) 앞에 힘이 있으면 배가 오히려 안돈다. 엔진을 좌우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2014년 5월31일 방송된 KBS <뉴스9> 영상 갈무리 |
밧줄이 걸려있는지와 관련해 변호인은 “(밧줄이 없이) 후진한다면 일직선으로 쭉 뒤로 빠졌을 텐데 좌우로 갔다가 빠진다”며 “세월호가 연결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 김 전 정장은 홋줄을 맸는지 몰랐다고 했지 않느냐”고 신문했다. 김 전 정장은 “엔진 쓰면 (좌우로) 빨리 안돈다”며 “우현 한쪽 엔진만 썼으니 돈 것이다. 배를 빼보면 안다”고 답했다.
해당 영상의 시각은 4월16일 오전 10시11분부터 10시18분까지로, 해경123정의 이민우 순경이 촬영한 영상에는 누락돼 있는 영상이다. 해경이 검찰에 제출한 동영상 파일 목록을 보면 2014년 4월16일 10:11:36부터 7초가량 촬영된 동영상 다음 영상이 10:17:04부터 4초가량 촬영된 동영상으로, 그 사이 6분 정도가 빈다고 변호인이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정장은 “그 때 6분? 모른다”라고 답했다가 변호인의 이어진 신문에 “모르는데, 이민우 순경도 작업할 땐 찍지만, 작업 안할 때는 안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정장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 도착한 직후 10분 동안 세월호에 접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계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앞쪽으로 가다가, 후진하다가 조타실에 사람이 보여서 계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음 구조한 선원에 대해 그는 “처음엔 선원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1차 접안 이후 배가 후진하는 과정에서 박상욱 경장과 조준기 조타수가 123정에 옮겨타지 못하고 바닷속에 뛰어든 경위에 대해 김 전 정장은 “그 때는 우리 배가 세월호 선수쪽에서 직각으로 섰기 때문에 선수를 못봤다”며 “다 탄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도 김 전 정장이 후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세월호 2차 접안 때 승객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선미가 아닌 3층 객실 옆으로 접안한 이유에 대해 김 전 정장은 “계류할 자리가 저기 뿐이어서였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접안 이후 김종인 부정장이 세월호와 123정을 2번째 밧줄로 묶는 동영상을 상영한 뒤 누가 밧줄을 묶으라고 지시했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김 전 정장은 “현장에서 알아서 한 것 같다”며 “용도는 잘 모르겠다. 세월호와 벌어지지 않게 하고 작업하기 용이하게 하게끔 묶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정장이 밧줄을 묶었는지 여부와 현장 구조작업 지휘를 김종인 부정장 또는 현장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증언함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 김종인 부정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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