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대표적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가 2007년 펴낸 자서전 제목은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였다. 원제를 직역하면 <깨어나는 이란:혁명의 기억과 이란>이지만 한국어판 출간 제목은 ‘히잡’에 초점을 맞췄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을 상징하는 의복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여성 인권에 대한 논란과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국빈방문에서 히잡의 일종인 ‘루사리’를 썼다. 히잡은 착용 여부만으로도 ‘메시지’가 된다. 에바디는 2003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 히잡을 벗고 나타났다. 이슬람권 여성으로는 최초의 수상이었기에 더욱 주목받는 자리에서 에바디는 히잡을 쓰지 않는 선택을 했고, 그의 선택은 이란 보수진영의 큰 비판을 받았다. 에바디는 “이란 내에서는 형법에 따라 히잡을 쓰지만 외국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며 “1979년 혁명 이전에는 히잡을 쓰는 것이 자유였다”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들에게 외출시 반드시 히잡을 쓰고 몸을 가리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이란 개혁파를 대표하는 여성 부통령 마수메 에브테카르는 모든 공식석상에서 히잡을 쓴다. 에브테카르는 1998년 ‘국제 여성의 날’에 차도르를 입은 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억압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히잡을 두르지 않았다. 사우디 국영 TV는 미셸의 모습을 흐리게 처리했다. 소셜미디어에선 미셸이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과 함께 히잡이 여성억압의 상징이라는 점을 비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사우디 왕실은 어떤 항의표시도 하지 않았다. 미셸은 2010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히잡을 썼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10년 5월 사우디 방문 때 히잡을 쓰지 않았다. 메르켈이 지난해 시리아 내전 등을 피해 유럽으로 오는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대는 히잡을 쓴 메르켈의 모습을 합성해 ‘반난민 플래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0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때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둘렀다.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는 평소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포럼 등 공식석상에서도 양장차림을 즐겨 하지만 2005년 8월 바티칸의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교황 요한바오로2세 장례식에는 히잡을 입고 참석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라는 점을 의식한 패션이었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덮개’ 중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한다. 히잡은 머리부터 어깨와 가슴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머리쓰개이고, 차도르와 아바야는 어깨부터 다리까지를 덮는 망토형 옷이다. 니캅은 얼굴에서 눈 아래 부분을 가리는 덮개다. 여성의 몸을 가장 많이 가리는 이슬람 복장은 부르카이다. 눈 일부를 제외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고 눈 부분도 망사천으로 만든다. 최소한의 보행만 가능하도록 한 복장이다. 아프간 탈레반은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를 입도록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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