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삭티 자회사 2곳, 해투신고 누락하고도 지급보증 받아내
부실 감추려 분식회계 의혹도, KT&G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 것"
부실 감추려 분식회계 의혹도, KT&G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 것"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신건웅 기자 = KT&G(케이티앤지)가 이명박 정부시절인 지난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제조사 '트리삭티'가 외환거래법 위반, 분식회계 등 각종 경영비리 의혹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설립신고가 누락된 2개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강행한 2014년 1월 당시 책임자가 백복인 현 대표이사(사장)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트리삭티와 관련해 인수과정, 운영상 비위 여부 등 총체적인 감리를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백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해외투자설립 신고 누락 알고도 지급보증 '외환거래법 위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G는 2011년 7월 트리삭티를 1534억원에 인수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이 참여한 코파펀드 380억원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 자금이 투자된 회사의 부실 논란을 우려한 KT&G가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하면서 일련의 부적절한 위법행위가 행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추가로 480억원을 투자해 트리삭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트리삭티는 인수과정부터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전임 민영진 사장 재임시절 KT&G는 트리삭티를 접촉 5개월 만인 2011년 7월 인수했는데 이는 2010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다녀간 지 약 반년 만이다.
인수 당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사장이 KT&G 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KT&G를 시작으로 2012년 포스코, KT도 코파펀드 결성에 나서는데 이들은 KT&G와 함께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리삭티는 KT&G에 인수된 이후 실적부진을 거듭하며 골칫덩이가 됐다. 2012년 90억8000만원, 2013년 86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트리삭티 자회사인 센토사와 푸린도의 부채비율(2013년 말 기준)은 각각 1021%와 1728%에 달했다. 인수 이듬해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만큼 '부실 투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6개월만에 트리삭티 인수가 급하게 이뤄졌다"며 "15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면서 이렇게 짧은 시간만 검토한다는 거는 비상식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까지 투자된 회사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KT&G는 2011년 트리삭티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자회사인 센토사(Sentosa Ababi, Purwosari)와 푸린도(Purindo Ilufa)에 대해서는 해외투자법인 설립 신고를 누락했다. KT&G는 2014년에야 검찰에 자수해 이듬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두 자회사가 해외투자법인 설립 신고가 누락됐을 당시 KT&G는 이들에 55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단행했다. 외국환거래법상 해외투자법인 설립 신고가 누락돼 원천적으로 보증이 불가능했지만 KT&G는 강행했다. 이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지급보증은 은행을 거쳐 이뤄졌다. 2014년 1월 KEB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회사 '트리삭티(Trisakti Puworsari Makmur)'에 대해 55억원(632억8776만루피아, 당시 환율 100루피아=8.68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진행했다.
외환은행은 2014년 1월 센토사와 푸린도의 해외투자설립신고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지급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곧 서류를 고쳐 해외투자법인 설립신고가 돼 있지도 않은 센토사와 푸린도를 지급보증 대상자로 추가했다.
이와 관련 KEB하나은행 측은 "취급 당시 제 규정에 의거하여 신고를 완료하고 절차에 따라 취급 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복인 현 사장이 당시 업무 책임자, 분식회계 의혹도
당시 지급보증을 추진한 책임자는 백복인 현 KT&G 사장이다. KT&G 사규상 10억원 이상 대여보증은 본부장 결재 사항이다. 지급보증이 이뤄질 당시 백 사장은 트리삭티를 관리하는 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KT&G는 지급보증 당시 책임자는 글로벌본부장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트리삭티와 관련해 분식회계를 묵인한 의혹도 받고 있다. KT&G는 트리삭티가 세금을 덜 낼 목적으로 이중장부를 운영했던 사실을 알았지만 2017년에 와서야 시정한 것으로 돼 있다.
센토사와 푸린도의 부채비율 조절을 위해 자산을 부풀린 의혹과 트리삭티 지원을 위해 적자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트리삭티는 적자를 지속한 회사로 출자전환을 통한 지원은 손실이나 마찬가지다.
KT&G는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자회사인 '만디리(Mandiri Maha Mulia)' 지원을 위해 알짜 수출선을 무상으로 양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수출선을 넘겨 받은 만디리는 만년 적자에서 30억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수출선을 넘기면서 KT&G 본사는 아무 대가도 얻지 못했고 오히려 회사 전체적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늘면서 손해가 발생했다. 이사회의 결의도 없이 수출선 양도가 결정됐고 이는 배임에 해당하고 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일련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행위는 비위행위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이 전현직 사장들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지는 등 KT&G의 내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G A감사의 경우 김재홍 전 사장과 연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A감사는 김 전 사장이 2003년 신설된 KT&G 복지재단 사장 시절 감사를 맡았고, 2004년 3월부터 2007년 6월까지는 KT&G 자회사 영진약품의 감사를 맡았다가 지난해 3월 다시 KT&G 감사로 복귀했다.
A감사는 2017년 4월 인도네시아 출장 중 트리삭티의 이중장부 운영과 자산을 부풀린 의혹 등 분식회계를 적발했으면서도 그해 10월까지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이를 공론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G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표면적으로는 감사를 통해 잘못을 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적절한 선의 꼬리자르기 수준의 징계로 사태를 덮으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련의 의혹은 이달 말 까지가 임기인 백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이다.
KT&G 관계자는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 등에 대해 "내부 감사 등 관련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인도네시아는 필립모리스, BAT, JTI 등 세계 톱 기업들도 로컬 업체 후 진출하는 시장으로 트리삭티 CB의 주식전환은 공격적 사업 전개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또 외환관리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당시 지급보증을 추진한 부서는 (백복인 사장이 맡았던) 전략기획본부가 아닌 글로벌본부였다"고 주장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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