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ㆍ가상화폐에 대한 궁금증
ㆍ처음 만든 사람 안 밝혀져…기존 금융에 반감 추측
ㆍ20~30% 비싼 ‘김치 프리미엄’…폭탄 돌리기 우려
ㆍ처음 만든 사람 안 밝혀져…기존 금융에 반감 추측
ㆍ20~30% 비싼 ‘김치 프리미엄’…폭탄 돌리기 우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가상통화를 둘러싼 궁금증을 기초부터 정리했다.
- 가상화폐는 무엇인가.
“가상화폐에 대해 공통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처음 내놓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 자료를 보면, 가상화폐란 ‘민간에서 발행한 전자적 가치의 표시’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말해 인터넷 커뮤니티였던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 머니’이다. 그러나 도토리와 달리 운영방식이 크게 달라 딱 잘라 ‘사이버 머니’라고 할 수 없다. 도토리는 싸이월드 운영회사가 발행·관리를 했다. 발행량에도 제한 없었고 도토리를 사고파는 기능도 없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누가 발행하는 게 아니고 채굴을 통해서 얻는다. 채굴해서 생성을 하면 거래소에서 개인끼리 사고판다. 다만 비트코인 발행량은 2140년까지 2100만개를 생산하고, 그 이후에는 생산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발행량이 제한되지 않은 가상화폐도 있다.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이더리움은 발행량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채굴로 얻어야 한다는 것은 비트코인과 똑같다.”
- 채굴 작업은 무엇이고, 어디서 하나.
“가상화폐는 컴퓨터로 연산 문제를 풀면 보상으로 주어진다.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불러 비트코인을 캐는 사람들을 ‘광부’라고도 한다. 이 작업은 연산 문제가 상당히 어려워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하기는 어렵다. 소위 말해 업자들이 채굴하고 이를 거래소를 통해 유통하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채굴작업의 58%는 중국에서, 16%는 미국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도 채굴하는 회사가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채굴업체에 전기 공급을 중단해 가상통화 채굴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누가 만들었나.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한 홈페이지(www.bitcoin.org)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명이기 때문에 개인이 만든 것인지 또는 단체가 만든 것인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최초로 50 비트코인이 만들어졌다. 발행 시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다음이라는 점과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제도에 대한 반감으로 개발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남발해 화폐가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개인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화폐 신드롬은 제2의 월가시위(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로 보기도 한다.”
- 가상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나.
“아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코인마켓캡’을 보면 14일 기준으로 가상통화는 1429개나 된다. 매일 전 세계에서 새로운 가상화폐가 생겨나고 있다. 그중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통화는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2337억달러(약 249조원)에 달한다. 이어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으로 1303억달러(약 139조원)에 달한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개발에 자극을 받은 1994년생 러시아인 비탈릭 부테린이 2014년 개발했다. 비트코인은 거래내역과 잔액 정도만 저장이 가능하지만 이더리움은 더 다양한 정보까지 저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가상통화로 평가된다. 올 들어 리플이라는 가상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리플은 비트코인과 달리 한 기업이 생산한다. 간편 송금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리플넷’에서 송금 수수료처럼 사용할 수 있다.”
- 가상통화, 암호화화폐, 가상화폐 등 다양한 용어가 나온다.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각기 다른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가장 처음 대중적으로 사용된 용어는 가상화폐였다. 정부는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가상통화가 ‘화폐’의 주요한 역할인 ‘교환’의 매개를 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상통화의 영문명(Cryptocurrency)이 커런시(currency·통화)이지 머니(money·화폐)가 아니라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암호화화폐라는 말은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하는 이들은 주로 쓴다. 가상화폐가 중앙은행처럼 발행주체가 있는 게 아니라 암호화 기술을 이용한 채굴작업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 가상화폐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가상화폐 가격은 전 세계 거래소마다 제각각이다. 한국의 거래소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다르다. 각 거래소 안에서만 가상화폐가 거래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격은 외국보다 20~30%가량 비싼데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가격이 비싼 이유는 사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가상화폐를 ‘디지털 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안전자산의 경향을 띤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2009년 이후 비트코인은 정치적 리스크와 금융위기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때 가격이 올랐고 각국의 규제가 등장할 때 가격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채굴은 주로 업자를 통해 이뤄지지만 거래는 개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팔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살 수가 있고,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매도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유사하다고 표현한 이유다. 고점에 사들였다가 가격 폭락 시 사줄 사람이 없으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 국내에서 거래소를 폐쇄하면 거래가 아예 금지되나.
“국내에서 거래가 막히더라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망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미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를 같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해외 거래소 중에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 문의가 늘고 있다. 해외의 대표적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신규 가입자가 최근 급증했다. 지난 10일 바이낸스는 한 시간에 24만명의 회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거래소 폐쇄 조치를 한 중국의 경우도 상당수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환전을 거주민에게만 허용하기 때문에 원화로 현금화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정부가 가상화폐를 쉽게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블록체인 기술 때문이라는데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컨대 두 사람이 돈 거래를 할 때 은행 없이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거래뿐 아니라 보증자가 필요했던 모든 거래에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발달하면 모든 중개상이 사라져 거래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심지어 가상화폐 거래소도 사라지게 된다. 블록체인에서는 중앙 서버나 직원 없이도 거래 장부를 모든 사용자가 나눠서 보관하고 계속 새로 거래가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한다. 이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이를 10분마다 하나의 블록(block)에 거래내역을 저장하고, 새로운 블록을 연결(chain)하도록 설계됐다.”
- 가상화폐로 실제 물건을 살 수 있나.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해마다 5월22일은 ‘피자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라스즐로 한예츠라는 비트코인 보유자가 피자 두 판을 배달시켜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는데 나흘 만인 2010년 5월22일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 1만여곳이 있고 국내에는 150여곳이 있다.”
- 비트코인은 누가 갖고 있나.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켜 ‘고래’라고 부른다. 최대 2100만개로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1600만개가량이 채굴됐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통신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40%를 ‘고래’라 불리는 약 1000명이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초창기에 뛰어든 이들이 시세조종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배후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일본인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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