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비서관 10명을 고발한 사건은 '이명박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고발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기록원이 고발장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고발을 주도한 것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당시 대통령실이었다는 것이다.
15일 국가기록관리혁신 TF의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7월19일,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국가기록원장에게 고발장 초안과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 제하의 고발용 증거자료를 작성해 제공했다.
국가기록원장이 이를 문서로 시행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틀뒤인 21일 '대통령기록물 무단유출 사건 관련 증빙서류 송부'라는 공문을 시행했다.
당시 국가기록원에서는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을 기록으로 등록하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과정에서 사본을 확보함으로써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TF는 전했다.
135쪽 분량의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중에는 2008년 4월21일 작성된 'e지원 시스템 보안사고 자체 조사결과'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통해 이명박대통령 취임으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2008년 3월27일 이미 시스템구축 참여업체 직원을 면담하고 청와대 내부 전산망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했고 이미 4월에는 '무단반출 보안사고'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게 TF의 설명이다.
TF는 또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삭제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1월15일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며 조명균(현 통일부 장관), 백종천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고등법원까지 무죄 판결이 났다.
재판과정에서 국가기록원의 과장과 기록연구사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기록관리 전문기관 전문가로서 증언을 했는데 당시 기록학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검찰의 논리를 1심과 2심 모두 국가기록원 전문가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TF는 "1심과 2심 모두 국가기록원 전문가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는 국가기록원이 전문성과 독립성에 기반해 기록관리학적 해석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전문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기록관은 2008년 개관때부터 고(故) 신영복 교수가 쓴 글씨로 현판을 제작해 사용해왔는데 2003년 10월 한 민간단체가 이를 문제삼는 민원을 제기, 2014년 12월 현판이 교체됐다.
이와관련 TF는 "1개 민간단체의 민원 제기였음에도 전례없이 이를 안건으로 상정한 점,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서 2차에 걸친 논의 과정중에서 일부 위원이 신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현판을 교체를 주장했다는 점 등에서 위원회가 중립성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TF는 '공공기록관리 혁신 분야'에서 대표적인 혁신 방안 6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세월호 참사처럼 진실 규명이 필요하거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기록의 처분(폐기 포함)에 대해서는 좀 더 강화된 평가절차를 적용하기 위해 '기록처분동결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공공기관에서 부주의, 고의, 관행 등으로 기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아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기록정보 부존재 공익침해 심사제도',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정상화',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기반 강화', '디지털 민주주의에 맞도록 기록정보의 적극적이 공개',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기능 확대,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보장하는 조직과 인력제도 혁신 등을 제안했다.
TF는 아울러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이 제17, 18대 대통령보좌기관의 기록관 운영과 기록관리 실태에 전면적인 조사를 시행하는 한편 국가기록원의 기록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감사에 착수할 것을 감사원에 권고했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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