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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14, 2018

'법대로 했다' 앵무새처럼 반복.. BBK 특검의 황당한 기자회견

[경향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의 120억원 횡령 사건을 두고 당시 관련 수사를 맡았던 ‘BBK 의혹’ 특별검사팀과 검찰 관계자들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 종료 후 모든 자료를 특검법에 따라 검찰에 인계했다”고 재차 밝혔지만 120억원 횡령 사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다스의 120억원 횡령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이 돈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BBK 특검이 12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지목한 여직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다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말단 여직원이 개인 의지로 횡령을 한 게 아니라 다스의 실제 지배권을 가진 이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쟁점은 BBK 특검이 밝혀낸 120억원 횡령 사실이 왜 추가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BBK 특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고,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도 이를 뭉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수사를 하면 120억원이 횡령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게 드러날까봐 일부러 덮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호영 전 특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8년 2월 수사결과 발표 당시까지 특검은 120억원 횡령을 여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봤고, 이는 특검법이 정한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어서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뺐다”고 설명했다. 정 전 특검은 또 “(120억원 횡령 사건을 포함해) 모든 수사자료를 검찰에 인계했다”고 덧붙였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
이는 앞서 지난 11일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다스 비자금 의혹을 받는 120억원과 관련해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가 전혀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이튿날인 12일 정 전 특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실로 자료를 넘겼다”고 주장하자, 임 전 총장은 13일 “BBK 특검은 검찰에 사건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뭉치만 넘겼다”고 재차 반박했다. 방대한 자료더미 가운데 어느 부분에 120억원 횡령 사실이 들어있는지 특정하지 않고 전달해 사실상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수사자료 인수·인계를 다르게 정의하는 데서 비롯된다. BBK 특검팀은 수사자료 전체를 다 넘겼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송’(특검이 범죄 대상자를 인지해 검찰로 넘기는 것), ‘이첩’(범죄정보를 생산해 검찰에 통보하는 것), ‘수사 의뢰’(수사결과 발표문에 넣어 검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것) 등 사건을 특정해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 인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은은 이날 정호영 전 특검의 기자회견문 발표 후 이뤄진 김학근 특검보와 기자들 간의 ‘120억원 횡령 수사자료 인수·인계’ 관련 문답 내용이다.
김학근 전 특검보
- 자료를 검찰에 이관했다고 하는데, 검찰 얘기 들어보면 10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 중에 특정해서 ‘여기 보세요’라고 1~2장 정도는 적어줘서 보내야 무슨 말인지 알지 10만 페이지를 일일이 살펴볼 수 있냐고 한다.
“그건 전직 검찰총장이 하신 말씀 같은데. 수사 의뢰나 사건 이첩을 통해 해야지 그냥 넘기면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는 건데. 특검법에는 수사중인 서류나 수사 종결 서류를 이관하는 방법이 두 가지로 규정돼 있다. 그게 9조5항하고 15조다. 수사 종결되지 않은 상암DMC 사건의 경우 9조5항에 따라 인계했고, 지금 문제가 되는 120억원 횡령 사건은 특검 수사대상이 아니라서 우리가 입건할 수도 없고 인지수사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 사건은 15조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에게 인계가 된 것이다. 특검법에 절차가 있지 않냐고 하는데 그런 규정 없다. 그래서 특검에서는 특검법 15조 규정에 따라 인계하는데, 다른 서식 같은 게 없기에 그동안 해오던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서 인수인계서에 기록목록을 붙여서 인계를 했다.”
- 법이 두 개로 나뉘어져있다는 것은…
“10만 페이지 넘는 기록을 어떻게 살펴보냐 그러는데, 기록 인수인계 할 때 기록 목록이 작성돼 있다. 오늘 나눠드린 자료에 첨부했다. 그 기록 목록 보는데 1분도 안 걸린다. 그걸 보면 다 알 수 있다. 10만 페이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기록 대부분이 기존에 검찰 특수1부에서 수사하던 기록들이다. 그걸 특검이 넘겨받아 수사하고 다시 검찰에 보낸 거다. 그래서 그 수사내용은 이미 검찰에서 다 알고 있고 특검이 수사한 내용만 추가로 보면 되는 것이다.
- 120억원 부분은 검찰 특수부에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이다. 특검 수사 결과 이런 부분이 있으니 살펴보라고 구두로라도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검님 발표문에 다 있는 내용이다.”
- (120억원 부분을) 특정해서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특검법 규정에 따라 저희가 일을 처리한 거다. 특검법 15조에 따라 한 것이다.”
- 적어도 (120억원을) 특정해서 보내지 않았다는 말씀이죠?
“네. 특검법 15조에…”
- 알겠다. 정상 업무절차라는 게 있는데. 사건을 이관, 인계한다는 게 일정 서면을 작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작성했다.”
- 작성한 게 인수인계서라는 건데, 그건 전체 기록에 대한 것이고 (120억원 횡령) 사건 인수인계서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그건 특검법에 따라 일을 하는 거다. 특검은. 특검법 15조…”
- 상식적으로 120억원 횡령 사건이 있었다는 걸 특검도 알고 있었는데, (횡령한 여직원이) 10년 간 아무 처벌 없이 회사 다니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건 검찰에서 할 일이다. 발표문에 관련 내용이 있다.”
- 그걸로 충분치 않아서 질문하는 거다. 10년 동안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데?
“발표문에 있어서 말 안 하겠다.”
- 인수인계를 통해 (전체 수사 기록을) 인계했다고 했는데, (120억원 횡령 사건 관련) 이송·이첩·수사의뢰 세 가지는 안 했다는 말이죠?
“네. 안 했다. 특검법 15조에 따라 인수인계 하라고 했기에 인수인계서만 작성했다.”
-그렇다면 ‘서류뭉치만 전달했다’는 검찰 말이 맞는 거 아닌가? 반박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다.
“발표문에 있다.”
<김형규·박광연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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