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담은
블로그가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CNN 등에
소개된 “김정일이 뭔가를 바라본다(Kim Jongil looking at things)”는 제목의 블로그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촬영한 김정일의 선전용 사진이 수백 장 올라와 있다. 사진들은 김정일이 상점과
공장, 농장 등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것으로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뒷짐을 진 채 수행원들과 현장을 둘러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블로그는 평소 월 평균 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데 김정일 사망 이후 12시간 만에 140만 페이지뷰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구글에서 ‘김정일(Kim Jongil)’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이 블로그가 뜬다. 검색 결과에서는 다섯 번째에 올라있다. 운영자 주앙 로차는 포르투갈의
아트 디렉터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웃고 있는 사진을 좋아한다”면서 “그에게서 일종의 인간애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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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kimjongillookingatthings.tumbl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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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여러가지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소개글과 함께 사진마다 “종이를 살펴본다”, “
슈퍼마켓 진열대를 살펴본다”, “
감나무를 살펴본다”, “소시지를 살펴본다”, “
생선을 살펴본다”, “스웨터를 바라본다” 등의 설명이 달려있다. 블로그
서비스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가 가장 좋아하는 블로그로 이 김정일 블로그를 소개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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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kimjongillookingatthings.tumbl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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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kimjongillookingatthings.tumbl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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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일의
건강을 우려하는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현장지도’ 사진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자애로운 아버지의
분위기로 연출된 이 사진들은 김정일이 여전히 건재하며 북한 사회의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주앙 로차는 블로그 소개 글에 “이 사진들은
수면 박탈과 정신 이상을 불러올 정도로 너무 초현실적이고 재미있다”면서 “그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김정일 블로그와 비슷한 분위기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모은 블로그도 있다. “이명박이 뭔가를 먹는다(Lee Myungbak eating things)”는 제목의 블로그는 소개 글에 “존경하는 대통령은 먹는 걸 좋아하신다”면서 “김정일 블로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 블로그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뭔가를 먹는 사진이 수십여장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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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leemyungbakeatingthings.tumbl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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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에는 “
어묵을 먹는다”, “
막걸리를 먹는다”, “
호떡을 먹는다”, “수제비를 먹는다”, “짬밥을 먹는다”는 등의 설명이 적혀 있다. 이 대통령이 민생 탐방이라는 명분으로 시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들이다. 시장에서 어묵이나 호떡을 사먹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권력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에서 남과 북이 놀랄만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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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먹는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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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국밥 푹푹 퍼먹고 경제나 살려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충청도 출신인 욕쟁이 할머니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광고에서 비춰진 이미지와 달리 이 대통령과 한 살 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대진영에서 방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할머니가
낙원동이 아니라 강남에
가게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김정일 블로그의 소개글에는 “선전은 보통
인물을 실물보다 훌륭하게 보여주는 것인데 이 경우는 정반대로 김 위원장이
일반 사람들과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면서 “인간의 신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설명이 있다. 이 설명을 조금 바꾸면 이 대통령의 사진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대통령은 강부자 정부라는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서민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왔지만 냉소와 조롱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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