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칼럼] 박근혜 기록물, 공개해야 한다
오늘(3월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제 서울구치소에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모여 있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탄핵되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이관되고 '비공개'로 지정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를 할 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판단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률들은 대비를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률이 있지만, 이 법률은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종료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조항들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법률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의 기록관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대통령 기록물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자마자 대통령 신분을 상실했으므로, 지금은 이관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입법의 공백' 상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기록물이라는 중요한 국가 자산을 관리하는 법률을 만들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시에 국립기록관리처장이 기록물을 다루게 되어 있는데, 그런 조항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이 잘못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률을 만들고, 그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고 이관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행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이 그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면서, 보호 기간을 최대 15~30년 동안 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기록물도 원칙적으로는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입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보호기간을 지정하면 보호기간 동안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보호기간이 지정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또는 고등법원장의 영장 등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공개가 가능합니다.
이런 법조항을 악용해서, 황교안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이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기간을 지정해서 비밀화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탄핵되고 구속까지 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문제많은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하고 비밀로 지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래서 저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다음주 초에 헌법재판소에 접수할 예정입니다.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저는 일반 국민도 '알 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게는 조금 더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던 녹색당에서는 2014년 10월 10일 청와대를 상대로 '세월호 참사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서면보고 자료', '청와대 예산 집행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제가 원고가 되어 그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송의 1심에서는 일부 승소를 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행이 관련 문서들에 대해 보호기간을 지정해버리면, 기껏 진행해 온 소송은 의미가 없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중요한 '알 권리' 침해 사태를 막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신속한 심리를 요구하려고 합니다. 황교안 대행이 4월 20일 무렵부터 기록물을 이관하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에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이제서야 세월호가 목포로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당일날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황교안 대행에 의해 최소 15년동안 비밀로 묶여서야 되겠습니까?
기록물 제도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겨우 3명의 자문변호사들의 부실한 의견서를 토대로 '황교안 대행이 이관하고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면을 당한 대통령의 기록물이 이렇게 엉터리로 처리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책임감있게 심리하여 신속하게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 문제는 탄핵결정에 따라 부수적으로 내려졌어야 할 판단입니다. 그리고 국가자산인 대통령 기록물 관리제도가 의미를 상실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도 너무나 중요한 사안입니다.
-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공개여부가 심리중인 정보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내용(서면보고를 한 서면) 2> 2014. 4. 16. 대통령비서실, 대통령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물 목록 3> 2013. 3. 1.부터 2014. 7. 31.까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정보가 들어가 있는 기록물[지출일자, 지출목적, 지출금액, 수령자, 지출수단(현금, 카드 등으로 구분된) 등의 정보가 포함된 기록물] 4> 2013. 3. 1.부터 2014. 7. 31.까지 국외여비 집행내역 정보가 들어가 있는 기록물(지출일자, 지출목적, 여행목적과 여행경유지, 수령자 등의 정보가 포함된 기록물) 5> 정보공개법 제8조에 의해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 정보목록의 2013. 3. 1.부터 2014.7. 31.까지 해당되는 분(다만 비공개 대상정보가 포함된 경우에는 그 부분만 가리거나 지우고 공개할 것) 6> 2014년 7월에 인건비 외의 예산을 지출하면서 작성한 지출결의서 및 영수증(비공개대상 정보가 포함된 경우에는 그 부분만 가리거나 지우고 공개할 것)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