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근무환경 실태 조사 / 주당 평균 노동시간 65.7시간 / 일반 자영업보다 17.4시간 많아 / 한끼 식사시간은 15.6분에 불과 / 의무 영업 규정에 휴업도 못해 / 87% "명절 당일 자율영업 찬성"
“이번 설에도 이산가족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4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A(63)씨는 올해 명절을 편의점에서 보내야 한다. 평소에는 아내, 아르바이트생과 3교대로 근무하지만, 설 연휴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쉬기 때문에 3일 동안 아내와 번갈아 12시간씩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의무영업 규정 때문에 잠시라도 문을 닫을 수 없다”며 “명절에 제사는커녕 가족들과 식사조차 함께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편의점주 10명 중 9명은 명절 자율영업을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보다 40% 가까이 많았다.
서울시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편의점주 근무환경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소재 5대 편의점(CU·GS·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 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편의점주의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48.3시간)보다 17.4시간(36%)이나 많았다. 한달이면 7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근무 중 한끼 식사시간은 평균 15.6분에 불과했다. 월 평균 쉬는 날은 2.4일로, ‘쉬는 날 없이 1년 내내 일한다’는 응답도 37.9%에 달했다. 이 같은 장시간 근무로 10명 중 7명은 건강 이상 증세를 갖고 있었다.
현재 국내 5대 편의점 중 이마트24를 제외한 4개 편의점은 계약 시 ‘365일, 24시간 의무 영업’ 규정을 내걸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편의점주들은 명절은 물론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힘든 심야시간 등에도 편의점을 지켜야 한다. 실제 조사 대상 중 82.3%는 지난해 추석 때도 영업했고, 93.1%는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편의점주 B씨는 “설날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서 본사에 명절 당일 휴업을 요청했으나 ‘휴업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편의점주는 이 같은 의무 영업 규정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86.9%는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현재 심야영업을 하는 편의점주 중 62%는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본사는 의무영업 계약 근거 중 하나로 ‘소비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명절 자유휴무와 심야시간 자율휴무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각각 65.3%, 71.4%였다.
시는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모범거래기준을 만들고, 법령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가맹점주에게 부당한 강요를 한 것으로 드러난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강태웅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휴일·심야영업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영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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