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만서 HTC 비방.. 대교, 댓글 실적도 점검
국내 학습지 1위 업체인 '대교 눈높이'는 지점 직원들에게 댓글 공작을 강요한다. '온라인 퍼블리시티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고 정기적으로 실적을 점검하는 것이다.
지점 직원들은 매달 중순이 넘어가면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대교의 구직 공고에 댓글을 단다. 포털사이트에 '대교' 혹은 '눈높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댓글을 달기도 한다. 댓글 작성은 간단하다. 본사에서 내려준 예시문을 복사해 붙이면 된다. 본사는 지난 2월 눈높이 교사의 복리후생부터 학습지 교사의 장단점 등 다양한 예시 답변을 지점 직원들에게 보낸 뒤, 댓글 실적을 관리해왔다.
대교 눈높이 경기지역 지점에서 일하는 ㄱ씨는 지난 13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댓글을 올리려다 다른 직원들이 미리 단 똑같은 내용의 댓글들이 보여 민망할 때가 있다"며 "본사에서는 '댓글 덕분에 학습지 교사가 어느 정도 모집되고 있다'고 하지만 강제적으로 올리는 댓글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대만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경쟁사인 HTC에 대한 비방 댓글 2만~3만건을 달아 대만 공평무역위원회로부터 1000만대만달러(약 3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 유명 어학원은 수십명 규모의 댓글팀을 따로 운영해 취업준비생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사에 유리한 댓글을 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댓글 공작'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의 본래 역할인 '보통 사람'들의 여론 형성 기능을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자기를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사람들이 의견을 내고, 결집해 사회가 균형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경제력 혹은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온라인 여론에 반응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방법을 썼지만, 최근에는 여론 자체를 바꾸려는 공작을 하고 있어 소셜미디어의 기능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국정원 혹은 군 기관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체제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행동이고, 민간 영역인 시장에서의 댓글 공작은 시장원리 훼손"이라며 "민간 영역인 시장에서의 댓글 공작은 언젠가는 자연 정화가 되겠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어긴 국가기관의 댓글 조작은 민주주의 선거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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