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 속 고비용·저효율 덫에…보조금 중단 '결정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00년에 가까운 호주의 자동차산업 역사가 막을 내렸다.
미국 자동차업체 GM의 호주 자회사인 GM 홀덴이 이미 예고한 대로 20일 남호주에 있는 공장을 폐쇄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GM 홀덴은 69년 역사의 호주 내 자동차 생산에 종지부를 찍었다.
1856년 마구(馬具) 사업으로 출발한 홀덴은 1931년 GM에 넘어갔음에도 호주인들에게는 세대를 뛰어넘는 상징이 됐다.
1948년 자동차 대량생산에 들어간 뒤 '마이 카'를 내걸며 호주인들에게 파고들었고, 전후 호주 번영의 상징이 됐다.
절정기이던 1964년에는 직원이 거의 2만4천 명에 이르렀지만, 공장 폐쇄 날에는 950명만이 마지막 차가 나오는 장면을 지켜봤다.
홀덴 차들은 이제 한국과 태국에서 제조돼 수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GM 홀덴 공장의 폐쇄는 지난해 10월 91년 역사의 포드 공장, 지난 3일 도요타 공장의 폐쇄에 이은 것으로, 호주는 이제 자동차 제조공장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맬컴 턴불 총리는 "모든 사람은 홀덴에 관한 사연을 갖고 있다"며 "호주 내 홀덴 차량 제조가 끝났다는 것은 직원들이나 모든 호주인에게 슬픈 날이고, 이는 한 시대의 종언"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홀덴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호주 곳곳에서 몰려든 수천 명이 지난 15일 남호주 주도 애들레이드에서 차량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얼마 전까지 글로벌 업체들인 포드와 GM 홀덴, 도요타의 공장이 가동됐다.
그러나 경쟁 심화, 시장 성장의 한계, 호주달러 강세라는 악재 속에서 2013년 호주 정부가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 자동차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로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갇힌 자동차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결단을 한 것이다.
호주생산성위원회에 따르면 호주 자동차제조업체들은 1997년부터 2012년 사이 정부로부터 약 300억 호주달러(약 27조 원) 보조금을 받았다.
결국, 이듬해부터 3사가 잇따라 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고, 모두 4만~5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이제 약 60개의 세계 자동차업체가 연간 약 120만대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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