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파고 이은 드론 '슈팅스타'..항공우주 분야도 '무인·자동화' 가속화
◇ 무선 조종 → 무인 조종 → 자동화 알고리즘 제어
◇ 드론 제조 기술력은 선도적, 소프트웨어 기술은 여전히 '큰 격차'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오륜기 드론'이 연일 화제다. 1200여대의 드론이 군집 비행(Swarm Flying)을 펼치며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는 장면은 전통문화와 현대화,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전 세계 언론에 타전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 드론 비행은 그러나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는 먼 미국 다국적 기술기업인 인텔의 드론쇼 팀 '슈팅스타(Shooting Star)'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ICT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의 기술은 왜 없느냐'는 논쟁이었다. 관련 뉴스만 수백여 개가 쏟아졌다.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못지 않은 '슈팅스타' 쇼크라 할 만 하다.
◇한국, 구글 '알파고' 쇼크 2년 만에 인텔 '슈팅스타' 쇼크
인텔의 슈팅스타는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스티로폼과 경량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쿼드콥터 드론으로 하부에 내장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40억 색의 조합을 만들어 낸다. 개별 드론 조종사 없이 형상화 된 연출 디자인을 입력하면 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안무를 제어하고 비행경로를 최적화 하여 내장 LED를 통해 불꽃놀이 이상의 화려하고 입체적인 쇼를 선보인다.
2015년 처음 100대의 드론을 이용해 드론 군집비행 기네스북에 오른 슈팅스타는 이듬해 11월 500대의 드론으로 '500'이라는 숫자와 '인텔 로고'를 만들어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슈퍼볼 레이디 가가의 하프타임 쇼 공연에 300대의 드론으로 미국 성조기를 연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 보인 1218대의 드론 군집 비행도 기네스 기록에 등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슈팅스타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수백 대에서 수천 대의 드론이 동시에 비행을 하기 위해 단 한 대의 컴퓨터와 이를 통제 할 한 명의 엔지니어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인항공기(UAV) 시장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 2016년 드론 기술 선진국인 독일의 스타트업 '어센딩 테크놀로지스(Ascending Technologies)'와 '마빈치(MAVinci)'를 인수하며 드론 시장에 본격 발을 디뎠다. 어센딩 테크놀로지스는 자동으로 장애물을 인지해 회피하는 자동 파일럿 프로그램과 전문가용 드론을 제작하는 업체로 인텔의 리얼센스 3D 카메라를 적용했고, 마빈치는 지형 매핑과 비행 스케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컴퓨터, 통신, 센서, 클라우드 사업부문에 이어 기술융합형 드론을 통해 4차 산업의 핵심인 로봇(Robotics) 및 자동화(Automation) 기반의 무인항공기(UAV )분야를 다지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텔 뉴테크놀로지 부문 SVP & GM인 조쉬 월든은 "이전에는 훨씬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비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슈팅스타는 고도로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적용된다"며 "슈팅스타 드론도 GPS를 사용하지만, 플랫폼을 개발할 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PC에 '라이트 쇼'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무인항공기 시장에서 드론 택배 등 물류·배송 시스템의 난제로 꼽히고 있는 건물·교량과 같은 대형 구조물을 감지하고 회피하기 위한 각종 센서 탑재와 인력 운용, 안전과 인프라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소프트웨어'로 단순화 될 수 있어 기술적 관점에서는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인간 조종사 대신 알고리즘이 조종…드론 자격증도 '자동화'에 무용지물
드론이 떠오르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민간 드론 자격증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드론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112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드론 시장 규모는 700억원으로 정부는 10년 뒤 2조 5천억원까지 시장 규모를 확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상업용 드론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6%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신고된 드론 장치는 193대에 2017년 3735대까지 급증했다. 드론 자격증이 도입된 이후 2013년 자격증 취득자 수는 52명에서 3736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군·경찰·세관·항공방제·지도제작 등 공공부문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농업, 건설 인프라에도 활용 가능성이 넓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들여 드론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로 관련 자격증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운전면허 시험과 흡사한 수준의 이론과 조종 실기 시험으로 이루어진 드론 자격증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처럼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고 자동화 알고리즘(혹은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본격 도입되면 인간이 직접 드론을 조종하는 경우는 머지 않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커다란 줄기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동화(Automation)'와 '무인화((Unmanned)'인 만큼 무인 드론 역시 자동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무선 조종 → 무인 조종 → 자동화 알고리즘 제어
인텔의 슈팅스타는 자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군집비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데, 이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급증 하는 드론 비행에 대비하기 위해 구글, 버라이즌, 에어웨어 등 미국의 100여개 테크놀로지 기업과 공동개발 중인 '무인항공기교통관제시스템'(UTM: Unmanned Aircraft System Traffic Management)과 같은 드론 관제시스템의 기본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UTM은 각 드론 운영자가 사전에 UTM 시스템에 비행계획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잠재적 사고가 예견될 경우 비행시간 전에 비행 승인 여부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이 자동화 시스템은 여러 드론이 동시에 비행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 서로 부딪히지 않게 돕고 건물이나 지리적 위치, 기상 등 다양한 공간·기상 정보를 반영해 드론이 무사히 비행할 수 있도록 관리 한다. 우리 정부도 드론 관제시스템 국산화에 나선 상태다.
현재 사용되는 드론 통제 기술은 드론간 상호 통신 방식이 아닌 각각의 드론이 지상의 통제 센터와 통신하는 방식이다. 슈팅스타도 이같은 통제 방식을 따른다. UTM은 중앙 통제 센터와 드론간 상호 통신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무인 자율주행차와 함께 미래 무인 운송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무인 드론 관제는 중앙에 의해 통제되고 개별 드론의 임무 수행은 슈팅스타처럼 목적에 맞게 짜여진 시스템 알고리즘이 제어하게 돼 사람의 관여가 극소화 된다. 앞으로는 드론 자격증을 가진 조종사보다 UTM을 통제하는 관제사(traffic controller)나 드론 컨트롤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 연출가 또는 예술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드론 제조 기술력은 선도적, 소프트웨어 기술은 여전히 '큰 격차'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드론 설계 제작 및 부품 기술력은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글로벌 선두그룹에 속하지만 드론을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센서 기술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참 뒤쳐져 있다.
제조산업 기반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 인프라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중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잠재력은 높지만 하드웨어 인프라에 편중된 경제발전 주도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 김진형 원장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회인가 위기인가?' 세미나에서 "한국이 IT 인프라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근간이 하드웨어에 편중되어 있다"며 "세계 기술의 흐름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간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보니 컴퓨팅,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데 있어 한국 입장에서는 제약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IT 전문가는 "한국이 제조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는 10년 전에 이미 놓쳤다"며 "자동차와 가전이 컴퓨터로 변하고 있는 만큼 외산 소프트웨어 종속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헸다.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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