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 정치적 통제가 심한 국가를 제외하고는 법으로 인터넷 댓글을 규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정치권이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포털사이트 댓글 규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충분한 법리·사회적 논의를 주문하고 나섰다. 과도한 댓글 규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약한다는 원론적 이유만이 아니다. 악성·혐오 댓글 범주나 조작 여부를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법적 한계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이슈와논점 보고서 ‘인터넷 댓글 규제의 현황과 입법적 검토 과제’를 펴냈다. 보고서는 “최근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댓글과 관련한 국내외 규제 및 한계, 법적 쟁점, 입법적 검토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단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에 대해 크게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포털사이트 책임 여부(정보통신망법 등) △매크로 프로그램 동원 댓글 조작(형법·정보통신망법) 세 가지 위법 사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댓글 조작 혐의가 드러난 드루킹을 처벌하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댓글 작성자에 대한 본인 확인이 어려운 데다 포털사이트 게시자 및 인터넷카페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은 없다. 댓글 조작 또한 구체적 범죄 목적과 실행 등을 종합 검토해 기존 법률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온라인상 의사 표현을 법으로 규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입법 당국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등 뿐이다. 온라인상 명예훼손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 책임만을, 미·영·독일·일본 등은 위법적 내용의 댓글이 유통되더라도 포털에 삭제 명령이나 직접적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에서 △댓글 작성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 △포털사이트 법적 책임 강화 △댓글 조작 처벌 강화 등에 관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표현 규제를 어느 범위까지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정 기준 이상의 인터넷뉴스 서비스사업자가 제공하는 기사 댓글 순위를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법적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의저인 법 해석과 과도한 규제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약할 수 있다”며 “민간의 자율적 조치를 통해 입법이 의도하는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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