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후보 선정에 민주당 경주시 '발칵'.. 김 후보 "건국회 정체성 문제되는 줄 몰랐다"
[오마이뉴스 김종득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의 경주시의회 비례대표 1순위 후보를 놓고 당원과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의 후보는 김영숙 바르게살기운동경북도협의회 회장으로, 김 회장은 최근까지 자유한국당 당원 신분이었으며 (사)대한민국통일건국회(건국회) 경주지부 현직 부회장을 맡고 있다. 문제가 된 지점은 건국회 경주지부 부회장 이력인데, 건국회는 촛불을 부정하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 왔다.
일부 민주당 당원은 결정 무효를 주장하며 경북도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으며 한 시민단체는 현재의 비례후보를 고집할 경우 민주당 지지 철회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경주시 민주당 비례대표 1번 김영숙 후보 '논란'
더불어민주당경북도당 비례대표추천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18일 김영숙 바르게살기운동경북도협의회 여성회장(64), 서선자 경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교육이사(51) 등 2명을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는 4월 22일 순번을 정하는 투표를 실시, 김영숙 후보를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1순위, 서선자 후보를 2순위로 확정했다. 이같은 절차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른 것으로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
문제는 당선이 확실시되는 경주시의회 비례대표 1순위 김영숙 후보의 과거와 현재의 경력이다.
김 후보는 (사)대한민국통일건국회(아래 건국회) 경주지부 부회장 직을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4월 25일까지 유지했다. 건국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또 촛불 탄핵의 의미를 부정하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회 이력을 놓고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1순위 후보로 확정된 지 3일 후인 4월 25일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한편 김 후보는 2007년 1월 26일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비례대표 후보 공모 직전인 올 3월 말까지 자유한국당 당원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표적인 관변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 경주시협의회 여성 회장을 3년 역임한데 이어 현재는 바르게살기운동 경북도협의회 여성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경주시 당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경북도당의 비례대표 추천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당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단체의 현직 간부를 당의 대표주자로 인정할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건국회, "촛불 혁명 부정, 문재인 대통령 탄핵" 주장
반발이 빗발치자 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는 1일 오후 7시 30분부터 경주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당원간담회를 열었다. 당원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다수의 당원들은 김 후보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당원들만이 "이미 경북도당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후보가 확정됐으므로 지방선거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경북도당 윤리위원회에서 현지 조사결과를 실시할 예정이므로 향후 경북도당 상무위원회의 절차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발하는 당원들은 '자유한국당 당원,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전현직 간부를 역임한 사실은 용인할수 있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단체의 간부 활동 경력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 당원 김아무개씨는 "관변단체 활동까지는 용인한다고 쳐도, 촛불 시민을 빨갱이라 지칭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건국회 현직 간부로서 활동한 사람을 시의원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뿌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향후 경북도당 상무위원회 추인 과정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 공천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덕 민주당 경주지역위원장은 "현재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정에서 후보자의 프로필을 공개하는 법적 장치는 없다. 지역위원회는 경북도당이 확정한 후보를 상대로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에서 순위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참여"라면서 "경북도당 상무위원회의 향후 추인 여부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정서에 맞지 않는 후보가 1, 2순위로 결정된 것은 저의 책임"이라면서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 소집권자로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당이 직접 경북도 내 시군 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자를 접수하고, 후보자를 확정한 뒤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에서 순위 결정을 위한 투표를 하는 현재의 비례대표 후보 확정 시스템에서 지역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김영숙 후보는 "건국회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통일건국회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정체성이 문제되는 줄은 모르고 있다가 당원들의 논란이 있는 것을 보고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경주시민총회 "후보 고수하면 민주당 전면 보이콧"
시민단체 '경주시민총회'는 비례대표 선정의 무효화를 촉구했다. 시민총회는 2016년 경주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를 주도한 시민들이 주축이 됐으며 6.13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만들어졌다.
경주시민총회는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된 김 후보는 전형적인 관변단체인 바르게살기협의회경주시여성회장을 역임하고, 경북도협의회 여성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촛불시민을 빨갱이라고 하고, 탄기국(박근혜대통령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 집회의 주력인 박사모, 대한애국당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건국회 경주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다"며 "촛불시민이 ?결해야 할 적폐세력의 본산이자 구세력과 깊숙한 관계에 있던 단체에 수십년 몸담고 있는 분이 어떻게 촛불로 세워진 집권여당의 지역시의회 비례대표가 될수 있느냐?"며 비판했다.
시민총회는 "민주당 경북도당과 경주지역위원회는 건국회 출신을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할 정도로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작업이 전혀 없었고, 유권자인 지역상무위원들에게 후보들의 정보제공도 없는 상태에서 깜깜이 투표를 강행한 책임을 통감하고, 원인무효 선언하기를 촉구한다"면서 "경북도당이 추인을 강행한다면 지역시민사회단체들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시민들과 연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전면 보이코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그 추운 겨울, 어린아이들 손잡고 몇 달에 걸쳐 불의에 항거한 촛불시민들에게 '죽 쒀서 개주려고 촛불 들었나?'하는 자괴감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경주시의원 정원은 지역구 18명, 비례대표 3명 등 총 21명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3번의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3명 가운데 3회 연속으로 자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이 2명씩 당선된 반면 개혁, 진보측 후보는 1명씩 당선됐다. 2006년 민주노동당 소속의 비례대표가 1명 진출한 이후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후보가 2회 연속 1명씩 진출했다. 따라서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은 당선이 확실시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