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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19, 2011

어느 국회의원의 절규 "국회를 점령해달라"

기온은 저녁 들어 뚝 떨어졌다. 2500여 명(주최측 추산)의 사람들이 켠 촛불이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노동자, 농민, 정당, 학생회, 온라인 모임…. 각각의 깃발들은 자유발언대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목소리를 압도할 정도의 큰 소리로 펄럭이고 있었다. 24일 본회의를 닷새 앞둔 19일 저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서울 시청광장을 차지하고 앉았다.

여느 촛불집회가 그렇듯,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큰 영향을 받으리라는 노동자와 농민 대표가 목청을 돋웠다. 손병휘가 노래를 불렀고, 공연이 이어졌으며, 참가자들은 플래시몹 행사도 만들었다.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울려퍼졌고, 자유발언에 나선 고등학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정치권 인사들이 올라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김혜경 진보신당 비대위원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고봉균 창조한국당 사무총장,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최재천 전 국회의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그들이었다. 이종걸 의원이 말했다. "무대에 오른 7명 중 현직 국회의원이 단 둘밖에 없습니다. 야당 힘으로는 FTA 강행처리를 못 막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24일 국회를 점령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상적인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나오기 힘든 말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국회를 점령해달라고 한다니. 국회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아닌가. 국회가 비정상적이거나, 국회의원의 민주적 소양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다.

▲19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국회의 상황

한나라당은 오는 24일 강행처리를 공식화하고 있다. 국회의석 299석 중 18대 국회는 한나라당 169명, 민주당 87명, 자유선진당 18명, 미래희망연대 8명, 민주노동당 6명, 창조한국당 2명, 무소속 5명으로 이뤄져 있다(공석 4석).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국회의원 수의 합계는 195명. 강용석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내 FTA 찬성파 40여 명을 더한다면 본회의 개회 시 비준 동의안 처리는 확정적이다.

국회 구성이 주권자들의 수에 비례해 이뤄졌다면, 국민의 절반 가까운 수가 한미 FTA에 반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지난 8일 공개한 한미 FTA 여론조사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의견은 40.1%에 달했다. "지난 3일과 10일 시위 도중 국회로 진입하다 두 차례 연행됐다"던 시민이 나오는 까닭,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로 와 달라"고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까닭은 현재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함을 반증한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이들은 연이은 촛불집회와 일인시위,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으로 24일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다음 일정을 촘촘히 짜 놓은 까닭도 국민 여론을 더 집결시키기 위해서다. 당장 21일에는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2일에는 국민토론회가 열리며, 23일은 <나는 꼼수다> 특별방송이 열린다. 그리고 24일 당일에는 범국본이 주최하는 3차 범국민대회와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인증샷'을 찍자는 움직임이 온라인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운명의 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어떤 미래가 열릴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반대측의 예상보다 악영향이 덜할 수도 있고, 찬성하는 자들의 생각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하나 확실한 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얘기했듯 한미 FTA는 "미국식 시장경제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한국에) 이식"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도 인정했듯 이를 위한 법률 개정 역시 필수적이다. 미래가 어떻든,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은 이전과 다른 국가가 된다.

그 변화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국회가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면 5년 간 이어진 한미 FTA 협상은 사실상 끝난다. 변화는 막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 변화를 두려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가 가져올 변화 자체에 의문을 지닌다. 한미 FTA 협정문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국민들은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미 FTA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는) 한나라당을 심판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처럼 정치판을 바꾸면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선거는 미래를 바꾼다. 촛불집회가 열린 이날, 당초 서울광장은 스케이트장 건설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집회를 허가하고 건설 계획을 미뤘다. 그 덕분에 서울광장이 오랜만에 촛불집회를 위해 개방됐다. 그러나, 한미 FTA는 후진이 없는 제도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촛불집회는 유일한 희망인지도 모른다. "촛불집회로 드러나는 민심만이 국회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내년 총선과 연계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해달라는 요구가 많은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본회의를 5일 앞둔 저녁의 시청광장. 촛불을 든 사람들은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에도 흐뭇한 미소로 구호를 외치고, 발언대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시민에게 물어보았다. "24일 국회가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아야죠." "그래도 처리되면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고, 미소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애써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듯 보였다. 중립도 브레이크가 되지 않는 달리는 열차가 돌아오지 않을 5일 뒤로 질주하고 있다. 힘이 없는 야당은 국민들이 국회에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사정하고 있다. 야당이, 노동자가, 농민이, 이밖에도 한미 FTA가 바꿀 미래를 두려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댄 유일한 대안은 겨울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켜지는 촛불뿐이다. 바람이 거세질수록 촛불이 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다음이 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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