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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17, 2011

기고] “Shall we dance with the FTA?”

조동사 ‘shall’, 이 한마디에 ‘악마’가 숨어 있다[기고] “Shall we dance with the FTA?”
(프레시안 / 이해영 / 2011-11-17)

“Shall we dance?”에 사용된 조동사 shall을 가리켜 대개 권유의 의미라고 말한다. 하지만 혹자는 여기에서 사용된 조동사 shall의 의미에는 단순한 권유를 넘어 ‘반드시, 필연적으로 나하고 춤을 춰야 되지 않겠니’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자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반전가요 “we shall overcome”도 그저 미래 어느 시점이 되면 승리를 할 것이라는 의미보다는, 지금의 이 노력과 투쟁의 결과로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끝장토론에서 나는 국회의원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문을 영어로 검증해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우리말로 된 협정문조차 끝까지 읽은 의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무례하고(?)’, 억지스러운 요구를 한 이유는 전적으로 조동사 shall 때문이었다.
shall, 단어 하나의 의미


조동사 shall은 가장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수반하는 의무를 뜻한다. 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여기에는 행위의 어떤 필연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저 shall이 들어간 조항은 무조건 준수해야 하고, 예외는 인정되지 않는다. 외교문서라 하더라도 양해각서 등에는 will, may 등이 사용되지만, 정식 조약이나 협정의 중요조항에는 shall을 사용해 체약국들의 법적 의무를 확정 짓는다.

그런데 이 shall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그 말이 갖는 법적 구속력의 강도가 어지간해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shall이 들어간 조문마다 조동사를 따로 다 병기하기도 쉽지 않고, 나아가 모든 조동사를 병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조동사 shall은 여차하면 우리의 국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래 표를 보자.
ⓒ이해영

이 표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펴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2008) 45쪽에서 가져온 것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에서 상대국과의 shall의 개수를 비교한 표다. 우선 미-호주 FTA는 1:0.8의 비율로 미국이 더 많다. 반면 한미 FTA와 더불어 미 의회를 통과한 미-파나마 FTA의 경우 17개 : 23개로 1:1.5의 비율이고, 미-콜롬비아 FTA는 7개 : 24개로 1:3.5의 비율로 콜롬비아에 상당히 불리하다.

그렇다면 한미 FTA는 어떤가. 7개 : 55개로 1:8의 비율로 거의 압도적으로 미국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정부 측에서는 미국이 우리보다 선진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도선진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다. 그러나 이런 답변은 우리와 예컨대 바레인, 파나마 등과 비교해서도 우리가 훨씬 ‘후진적’일 경우라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실패한 협상에 대한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shall에 숨은 상수도, 병원의 미래

정부 측은 필수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사안은 미래유보에 다 포함시켜 우리의 미래 정책주권을 확보했다고 자랑을 한다. 하지만 미래유보 대상 ‘모두 다에(!)’ ISD(투자자-정부 중재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는 물론 사실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개 단서가 붙어 있다. 예컨대 상수도가 포함된 환경서비스에 대한 미래유보에는 이런 단서가 붙어 있다.

이 유보항목은 관련 법 및 규정에서 상기 서비스에 대하여 사적 공급이 허용되는 한도에서 민간 당사자 간 계약에 따른 해당 서비스의 공급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This entry shall not apply to the supply of the aforementioned services pursuant to a contract between private parties, to the extent private supply of such services is permitted under relevant laws and regulations.

쉽게 말하자면 현재 민영화 추세에 있는 상수도가 민영화되어 ‘사적 공급’이 허용되면 이 조항은 반드시 사문화시킨다는 말이다. 즉 어떤 예외나 유보도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는 말이다.

수도 못지않게 병원 역시 논란이 많다.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미래유보에도 아래와 같은 조건이 붙는다. 마찬가지 이 부분도 shall의 어감을 살려 번역하자면, ‘적용되지 아니한다’보다는 향후 전국 20개가 넘는 경제자유구역 내 지구에 들어설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그 어떤 협정상의 의무도 ‘결코 예외로 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이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지금 온 국민이 갖고 있는 의료보험증을 반드시 받으라고 ‘절대’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유보항목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률 제8372호, 2007.4.11)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법률 제8372호, 2007.4.11)에 규정된 의료기관, 약국 및 이와 유사한 시설의 설치와 그 법률에서 특정하고 있는 지리적 지역에 대한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This entry shall not apply to the preferential measures provided in the Act on Designation and Management of Free Economic Zones (Law No. 8372, April. 11, 2007), and the Special Act on Establishment of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and Creation of Free International City (Law No, 8372, April. 11, 2007) relating to establishment of medical facilities, pharmacies, and similar facilities, and the supply of remote medical services to those geographical areas specified in those Acts.
▲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독도 주권 행사, 허락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협상과정에서 우리 측이 주장해서 포함된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부속서 11-나 수용 3조 가항 3) 간접수용 판단 법리’에 우리 측의 이른바 ‘특별한 희생’ 조항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듯 이 조항은 could, 곧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가장 논란이 되는 ‘간접수용’에 관련된 ‘정부행위의 성격’을 판단할 때, 우리 측이 요구한 ‘특별한 희생’이란 법리를 반드시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3) 그 목적 및 맥락을 포함한 정부행위의 성격. 관련 고려사항은 정부행위가 공익을 위하여 투자자 또는 투자가 감수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을 넘어선 특별한 희생을 특정 투자자 또는 투자에게 부과하는지 여부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iii) the character of the government action, including its objectives and context. Relevant considerations could include whether the government action imposes a special sacrifice on the particular investor or investment that exceeds what the investor or investment should be expected to endure for the public interest.

조동사에 따라 조문의 의미가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아주 좋은 예가 아래 협정문 제1장 2절 일반적 정의 1.4조에 나오는 “영역”의 정의이다.

영역이라 함은 다음을 말한다.
가.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이 주권을 ①행사하는 육지·해양 및 상공, 그리고 대한민국이 국제법과 그 국내법에 따라 주권적 권리 또는 관할권을 ②행사할 수 있는 영해의 외측한계에 인접하고 그 한계 밖에 있는 해저 및 하부토양을 포함한 해양지역,

territory means:
(a) with respect to Korea, the land, maritime, and air space over which Korea ①exercises sovereignty, and those maritime areas, including the seabed and subsoil adjacent to and beyond the outer limit of the territorial seas over which it ②may exercise sovereign rights or jurisdiction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 and its domestic law;

밑줄 친 영어 원문 부분을 잘 보자. ①은 exercises로 되어 있고, ②는 may exercise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최종본과 미국의 무역권한촉진법 시한에 맞추어 2007년 4월 초 급히 가서명된 협정문인 ‘5월 25일자 협정문’의 해당 문구를 비교해 보면, ①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②는 may exercise가 아니라 exercises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5월25일자 협정문과 비교해 최종협정문에는 조동사 may가 추가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서 2007년 당시에 “영해의 외측한계에 인접”하고 “그 한계 밖에 있는 해저 및 하부토양을 포함한 해양지역”을 놓고 이른바 ‘독도’ 포함 여부와 관련해서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때 may의 의미가 ‘허락’ 여부라고 한다면, ‘행사할 수 있는’이라는 위의 번역도 문제가 있고, 또 영토 주권을 누구로부터 ‘허락’받고 행사한다는 것도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미 FTA 협정문 상으로 우리는 자신의 ‘영역’마저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협정문에 사용된 모든 shall의 용례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보아야 그 실태가 온전히 드러나겠지만, 경향적으로 우리에게 허용된 예외나 유보를 제한하는 단서조항에 미국은 shall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진정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반면에 우리 측이 미국에 요구한 것에 대해 shall의 적용은 거의 회피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오만 정 다 떨어진 FTA하고는 도무지 춤출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다.

이해영 /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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