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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19, 2011

안철수 1500억 기부…MB청계재단은 재산보존용?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 기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안 원장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 원장은 다만 그 방향에 대해서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부 방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기부 규모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을 만들어 기부하는 경우 5%가 넘는 지분은 증여세로 내야 한다. 안철수 원장이 갖고 있는 연구소 지분은 372만주, 약 37.1%다. 안 원장 지분의 절반(18.55%)에 해당하는 주식이 186만주인데, 이 경우 약 136만주가 증여세 부과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면 안 원장이 주식을 매각해서 본인이 양도소득세를 물고 매각대금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방식이 되면 증여세는 물지 않는다

지난 9월 6일,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과학대학원 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철훈 기자

“차명계좌 처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습니다.” 지난 2008년 4월 22일, 삼성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이다.

삼성특검에 의해 밝혀진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차명재산은 4조5373억원. 이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하고 벌금,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제외한 차명재산은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경영쇄신안이 나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 돈의 ‘구체적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구체적 용도’와 관련, 삼성 측은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연구실’을 만들어 효과적인 출연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건희 일가의 재산 헌납은 이전에도 있었다.

·환원 약속 3년, 아직도 “방법 모색 중”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편법·불법상속 의혹’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건희 회장은 8000억원 사회 헌납을 약속했다.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8000억원은 2002년에 설립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에 3500억원을 추가 출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은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지난해 7월 다시 ‘삼성꿈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 4월 22일, 삼성그룹 임원들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후 줄을 지어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남호진 기자

8000억원 사회 헌납 당시 삼성 측은 재산 헌납 약속과 함께 ‘삼성을지켜보는모임’(삼지모)을 만들었다. 외부인사 8명과 삼성사장단 8명이 함께 모여 삼성의 조직문화나 공익사업 등을 검토하는 모임이었다. 2007년 가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사건이 벌어지면서 모임은 사실상 해체됐다. 원래 모임을 해산하기 전 그동안 모임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지만 그 역시 흐지부지되었다. 삼지모에 참여했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학수 부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구두로 삼지모도 해체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지모에 참여한 외부인사 측 간사를 맡았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21세기에 맞게 바꾸고, 삼성이 이미 글로벌 기업인 만큼 공익사업도 한국에 국한하지 말고 진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장학재단의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꿈장학재단으로 바뀌면서 이사진 구성에도 교육부 입김이 세지고 자율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택한 사회 환원은 주식지분의 기부다. 올해 이슈가 된 ‘주식 기부’는 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매제 김재정씨 사후에 그가 가졌던 ‘다스 지분’ 5%의 ‘청계재단 기부’ 문제다. 이 주식기부 행위는 200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되었던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청계재단 주식기부에는 진통이 있었다. 다스의 주식은 비상장 주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주식배당금 등 수익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청계재단 측의 서류를 반려했다.

그 후 청계재단 측은 주식배당을 하겠다는 다스 측의 확인서를 담당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확인 결과 다스 측의 주식배당은 2011년 11월 현재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은 청계재단의 다스 주식과 관련,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계속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매각조치 등 제반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여 보유재산의 활용성을 높이고 건전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계재단 관계자는 “매각해서 없애기보다 배당금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배당금과 관련해서는 주총이나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게 되는데 청계재단이 5%(101억3800만원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으니 주총에 참여해서 배당금 지급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설혹 배당금이 지불되더라도 연간 소득은 700만~8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청계재단의 목적사업(장학사업)에는 별반 도움 되지 못하는 액수다.

·청계재단 장학사업 절반, 한국타이어 기부금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자리잡은 청계재단 사무실./정용인 기자

청계재단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계재단의 연간수입은 약 15억~16억원 수준이다. 수입의 대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세 건물의 임대료가 차지한다. 이 중 장학금으로 지출된 액수는 지난해의 경우 6억2000만원 정도. 그런데 이 중 3억원은 한국타이어가 기부한 액수다.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다. 그러니까 기부를 제외한 임대료 등의 수입에서 장학금으로 쓰이는 돈은 약 3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부채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에서 30억원을 대출받아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채무를 변제했다. 청계재단은 근저당 설정을 떠안아 50억원을 대출한 뒤 그 중 30억원을 천 회장에게 갚았다. 이에 대한 이자가 매년 2억6000만원이다. 즉, 매년 지급하는 장학금의 절반 정도 규모가 은행 이자로 들어가는 것이다. 교육청은 안 의원에게 보낸 회신에서 “장기차입 상환을 위해 부동산 매각이 필요하다면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청계재단의 답은 앞의 케이스와 같다. “건물을 매각하지 않고 1년 단위로 근저당 설정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재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청계재단의 목적사업은 장학사업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기부금 영수증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3억원, 올해 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즉 목적사업의 절반은 한국타이어가 보조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목적사업을 위해 건물을 매각하거나 주식을 팔 계획도 없다. 결국 “장학사업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단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진 않다”며 “다만 진정성이 있다면 퇴임 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 환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사회 환원할 수 있는 자원이 꼭 재산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 사회 환원은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안 소장의 결론이다. 안철수 원장이 향후 계획을 결정하는 데도 경청할 만한 지적이다.

※ 월요일 발매되는 <주간경향 925호>에서는 ▲ ‘대중도신당’ 추진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안철수의 기부, 기부문화 물꼬 트나 ▲ 한·미 FTA ‘간접수용’ 보상 규정 우리 법체계와 마찰 논란 ▲ 국가인권위원회 10년, 초라한 오늘 ▲ 대학총학생회 선거 반값 등록금 향한 99%의 역습 등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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