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과부장관이 26일 대법원에 서울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전날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장의 협조 공문을 받은 뒤, 26일 오전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자 한두 시간 만에 벌인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이날 소송 청구 이유에 대해 "시교육청이 지난 1월 9일 재의(재심의) 요구한 학생인권조례안을 같은 달 20일 철회하고, 같은 날 교과부가 재의 요구하도록 요청하였는데도 시교육청이 이를 준수하지 않은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는 주무장관이 재의요구를 요청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반드시 재의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26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시보 개재를 강행해 '소송'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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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과부의 이 같은 주장은 곧바로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반론에 부딪쳤다. 재의 요구 시한인 조례 이송일로부터 20일을 스스로 넘긴 교과부가 뒤늦게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장관의 재의요구 요청 시한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8조 제1항 등에 따라 올해 1월 9일까지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장관이 올해 1월 9일까지 얼마든지 교육감에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 있었는데도 재의요구 요청권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당시 교과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심의 요청 여부는 시교육청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여건을 감안하여 자체 판단할 사항이며, 교과부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심의 권고를 검토한 바 없음"(2011년 12월 23일, 2011년 12월 24일 교과부 해명자료)이라고 밝혔다.
이대영 시교육청 부교육감의 '자발적인 재의 요구' 카드를 갖고 있던 교과부는 당시 재의 카드를 빼들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재의 요구 시점도 놓쳐버린 것이다.
오세훈의 무효확인소송과 빼닮은 이주호의 소송
이번 이 장관의 대법원 소송은 지난해 1월 18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대법원에 낸 '조례 무효확인소송'과 빼닮았다.
당시 오 시장은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그는 2010년 6월 지방의회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대거 당선한 시의원들에 맞섰다. 같은 시기 무상급식 공약으로 당선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도 각을 세웠다.
결국 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안'을 직권 공포하자 오 시장은 같은 달 18일 '조례 무효확인소송' 서류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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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는 기자회견에서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이 법령 위반사항을 다수 담고 있어 지방자치법 제172조의 규정에 따라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 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교과부도 소송 사유 가운데 하나로 상위 법령(학교의 학칙 제정권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위반을 들었다.
당시 오 시장의 뒤에는 한국교총 등의 보수 교육단체가 있었다. 이들 단체들은 올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오 시장의 소송 뒤 1년쯤이 흐른 1월 26일 이 장관도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맞서기 위해서다.
결말은 어떻게 될까? 오 시장과 서울시의 행보는 이 장관과 교과부의 행보를 가늠하는 데 참고사항이 될 듯하다.
지난해 초 소송을 낸 오 시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 8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결국 주민투표는 투표율 저조로 투표함도 열지 못한 채 무산됐고, 무상급식은 중학교까지 확대 시행됐으며 오 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법원에 낸 오 시장의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새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6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을 만나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약속했고 뒤이어 서울시는 소송을 취하했다. 민의에 의해 뽑힌 서울시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상식적인 의사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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