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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26, 2012

갈대 같은 여론, 희희낙락 금물이다


갈대 같은 여론, 희희낙락 금물이다여론조사에 울고 웃는 정치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2-01-26)

마라톤은 극한의 경기다. 골인 테이프를 끊으면 거의가 탈진해 쓰러진다.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도 불태운 것이다. 우승 테이프를 끊고도 폴짝폴짝 뛰는 선수는 모양이 좋지 않다. 그럴 기운 남았으면 기록을 단축해야 한다. 마라톤은 기록의 경기가 아닌가.

요즘 한나라당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썩어도 준치라고 겉으로는 아직도 성깔이 남아 있는 척하는데 속은 곪을 대로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하늘같이 믿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고 설 명절 후 보도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는 민주통합당에 10.6%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교수와의 격차는 이번 처음이 아니지만 문재인과의 격차도 점점 좁아져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판국이다. 간이 마를 것이다. 거기에다 개미 쳇바퀴 돌듯 하는 비대위. 쇄신파는 말뿐이고 친이계의 저항은 죽기 살기다. 이상돈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모양이지만 역부족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 탈당하라는 최후통첩이 일부에서 나오고 외국의 학자들은 4대강은 빨리 폭파하는 것이 최선이란다. 국회의원 공천의 계절인데 한나라당은 PK 제외하고는 파리를 날린다. 눈치라면 동냥아치 뺨치는 정치인들이 벌써 제 갈 길 챙기는 것이다.
ⓒ리얼미터
한나라당이야 지는 달이니 져버리면 끝이 나지만 민주통합당은 어떤가. 아마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요즘 표정관리에 각별하게 신경을 쓸 것 같다. 한명숙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었고 최고위원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는 민주당 지도부를 웃게 만들었다.

고질적 지역정서에 매달려 안방처럼 자리 잡고 국회의원 자리 즐기던 당의 중진들이 여론에 밀렸든 스스로 결단을 내렸든 힘든 곳을 찾아 떠난 것도 민주통합당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지역에 은퇴해야 할 다선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모습은 추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수를 차지했다. 길에서 금배지를 거저 주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게 당선됐다. 원님 덕에 나팔을 분 셈이다. 지금 민주통합당의 문전은 돌을 던지면 예비후보에게 맞을 정도로 문전성시다. 저마다 금배지 꿈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

좋다. 꿈을 꾸는 것이야 누가 말리겠는가. 문제는 자질이다. 노사모에 가입해서 친노 딱지 붙이고 지역정치 모임에 얼굴 몇 번 내밀고 당의 중진들 행사에 열심히 참석해 얼굴과 이름 선전하고 자비로 책 만들어 출판기념회 하고 날쌔게 예비후보 등록해 명함 파서 돌린다. 이것도 좋다. 그러나 그런데 극성떠는 지망생들을 만나 몇 마디 얘기하다 보면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예비후보일수록 죽기 살기다.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은 철저하게 국민경선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돈 봉투를 돌리는 짓 따위야 감히 할 생각을 못하겠지만 하도 기상천외의 짓거리를 잘도 생각해 내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이 된다.
바로 여기서 칼을 벼르는 심정으로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이 당의 지도부다. 당의 지도부가 자칫 느슨하게 굴다가는 당을 망치고 만다.

내 팔뚝이라도 자를 것은 잘라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인지상정이라고도 한다. 이것을 우리 고유의 미덕이라고도 한다. 그럼 정치에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특히 요즘처럼 정치개혁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되어 있는 시점에서 미덕은 버려야 되는가, 간직해야 되는가. 마음 아프지만 칼처럼 잘라야 한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세 사람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다. 하물며 정치판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실력이 우선이고 국민의 지지가 우선이고 개혁성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것 이외의 것은 후순위다. 청와대에 있었다 해도, 참여정부에 있었다 해도 실력자와 연줄이 있다 해도 아니면 잘라야 한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에는 개혁적인 인사들이 많다. 이들이 무슨 실수를 저지르나 하고 조중동을 비롯해서 종편들이 눈을 까뒤집고 감시한다. 약속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밀며 조폭처럼 인터뷰를 하자고 생떼를 쓰는 판이다.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이들이 거품을 물고 떠들어 댈 것은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얼음판 건너듯 조심해야 할 것이다.

상식과 원칙대로 하면 된다. 그 이외엔 장사 없다. 꼼수 부리면 국민이 귀신처럼 먼저 안다.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당의 중진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버려야 한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는 민주통합당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것이다.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대세론을 들먹이며 기고만장하던 친박이 지금 기가 죽었다. 한나라당 정권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상상이라도 해 보자. 집권 말기에 터져 나오는 온갖 비리가 다음 한나라당 정권으로 이어진다면 이 나라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다 팔아먹고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모두의 책임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국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5분만 생각해 보자. 박근혜의 경륜 속에 오늘날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도산 직전의 경제와 민주주의와 도덕적 파탄을 구해낼 어떤 것을 발견해 낼 수가 있는가.

극우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과 망국적 지역감정에 기댄 신기루 같은 허상뿐이다. 국민을 허상의 수렁에서 건져 내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의무이며 이것은 민주통합당의 뼈를 깎는 노력이 국민 가슴속에 진심이라고 전달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20% 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민주통합당 보다 10.6%나 뒤진다고 한다.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온 정치행태를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역시 여론이라는 것은 바람 앞의 갈대와 같은 것이다.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면 이것은 여론이 되고 여론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설움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 의사당에 들어올 수 있는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그들은 국민의 마음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 박근혜도 총선에서 패하면 대권의 꿈도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던진다는 비장한 각오로 당 쇄신에 앞장설 것이다. 친이계들을 쳐내고 썩은 살을 도려내고 4대강 문제에 대한 결단을 대통령에게 요구할지도 모른다. 결별을 각오하는 것이다. 지역구도 버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멍에처럼 얹혀 있는 정수장학회도 털어내고 재산의 사회환원도 단행할지 모른다. 박지만의 삼화저축은행 관련 의혹도 털어놓을지 모른다.
완전히 벗어버린 박근혜 모습에 국민들이 흔들릴지 모른다. 만약에 민주통합당이 재래식 정치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론조사의 우위는 순식간에 날아간다. 다음은 생각할 것도 없다.

여론조사에 희희낙락하지 마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하나. 국민을 위하는 진정성뿐이다.

2012년 01월 26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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