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기획실선 MK로 통해…역할 베일 속
[삼성특검 출석 박명경 상무]
삼성 특별검사팀에 28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박명경 상무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전략기획실 회장실 1팀에서 근무한다. 회장실 1팀은 이건희 회장의 의전과 경호를 맡는데, 그는 이 회장이 부회장 때(1987~1998년)부터 비서 업무를 담당해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소환이 예고된 가운데 박 상무가 특검에 나온 것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특검팀이 이날 박 상무를 상대로 이 회장이 금품 로비 등을 직접 지시한 내용이 담긴 ‘회장 지시 사항’이 작성된 경위 등을 캐물은 것도 그가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때문이다.
박 상무가 ‘측근’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정도의 위상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박 상무가 영문 이름의 앞 글자를 딴 엠케이(MK)로 통한다고 전했다. 전략기획실에서 이 회장이 ‘에이’(A), 홍라희씨가 ‘에이대시’(A'), 이재용 전무가 ‘제이와이’(JY)로 불리는 점에 비추면, ‘실세 비서’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1985년 무렵부터 삼성에 몸담은 그는 1998년 차장으로 승진했고, 2003년 상무보, 2005년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무엇보다 박 상무는 1996년 11월 30대 중반의 과장 때 이 전무와 나란히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CB)를 주당 5천원에 배정받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전략기획실 내부자료라며 공개한 ‘JY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 문건에도 이름이 나온다.
이 자료를 보면, 박 상무는 주당 5천원에 인수한 서울통신기술 주식 4억8천만원어치를 2000년 4월 삼성 계열사이던 노비타에 주당 7만원에 팔아 무려 6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싼값에 사 수십배 차익을 보고 되파는 ‘황태자의 재테크’에 그도 낀 때문인지, 박 상무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410㎡(124평)형 펜트하우스 두 채를 사 한 채로 만들어 살고 있다. 시가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타워팰리스의 대형 평형대에는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한 이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모여 산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 상무의 ‘정체’에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그는 좀체로 얼굴이나 역할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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